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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작 풍년… 가족·연인과 ‘스크린 데이트’

입력 : 2018-09-21 10:00:00 수정 : 2018-09-20 21: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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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추석 극장가에 풍년이 들었다. 가족, 친구, 연인 누구와 봐도 좋을 종합선물세트 같은 대작들이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일제히 개봉했다. 사극이 3편으로 압도적이며 눈에 띄는 코미디가 없다는 것이 아쉽지만, 전쟁 블록버스터, 크리처(괴수물), 역사, 범죄 스릴러, 공포 등 장르가 다양해 취향껏 골라볼 수 있다. 5일간 이어지는 연휴에 집에만 있기 답답하다면 극장 나들이에 나서보는 것은 어떨까. 영화 선택에 도움을 주기 위해 추석 개봉 영화와 각각의 관람 포인트를 소개한다.
◆협상

대한민국 최고의 협상가 하채윤은 휴가 중 긴급 투입된 현장에서 인질과 인질범 모두 사망하는 사건을 겪는다. 그로부터 10일 뒤, 경찰청 블랙리스트에 오른 국제범죄조직의 무기밀매업자 민태구가 태국에서 한국 경찰과 기자를 납치하고 하채윤을 협상 대상으로 지목한다. 인질극의 이유도 목적도 조건도 불분명한 상황에서 하채윤은 민태구의 인질살해를 멈추게 하기 위해 물러설 수 없는 협상을 벌인다. 한국 영화 최초로 ‘전문협상가’의 영역을 다뤘다. 수많은 범죄영화의 클리셰(상투적인 표현)가 빈번히 등장함에도 ‘기대 이상’이라는 평을 받는다. 냉철한 협상가로 변신하기 위해 단발로 머리를 자른 손예진은 올 추석 대작 중 유일한 여성 주연으로 존재감을 빛낸다. 하지만 그보다 더 주목할 만한 점은 현빈의 변신이다. 데뷔 후 첫 악역을 연기한 현빈은 피도 눈물도 없는, 그러면서도 ‘섹시한’ 악당 민태구로 분해 관객들의 심장을 쥐락펴락한다. 젊은 관객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기에 충분한 영화다. (범죄 스릴러, 현빈·손예진 주연, 15세 관람가)
◆ 안시성
천하를 손에 넣으려는 당 태종 이세민은 수십만 대군을 동원해 고구려를 공격한다. 고구려의 방어성들이 하나둘 무너지고 안시성도 당나라군을 맞이하게 된다. 작은 규모의 안시성을 지키는 군사는 고작 5000명. 20만 대군과 맞서기엔 역부족이지만 젊은 성주 양만춘은 싸우기로 결심한다. 한국 역사에서 가장 극적이고 위대한 승리였던 ‘안시성 전투’를 스크린으로 만나볼 수 있다. 영화 시작과 함께 전투 장면이 등장해 총 네 번의 전투 장면이 나온다. 특히 로봇암, 팬텀카메라 등 최첨단 촬영장비를 총동원해 만든 전투 장면들은 관객이 직접 성벽 위에 서서 눈앞의 싸움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을 부를 정도로 리얼하다.

조인성은 ‘사극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우려를 씻어내고 때로는 동네 아저씨 같으면서 전장에선 카리스마 넘치는 장군 양만춘 역을 훌륭히 해냈다는 평가다. 전쟁 신에 중점을 둔 영화임에도 드라마가 약하지 않다. 코미디, 로맨스, 가족애 등의 양념이 적절히 조화를 이뤄 안시성 전투를 더욱 맛깔나게 만든다. 한마디로 ‘재미’있다. 가족의 다양한 취향을 두루 맞출 수 있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영화다. (전쟁 사극 블록버스터, 조인성·남주혁·박성웅 주연, 12세 관람가)
◆물괴
조선 중종 22년, 거대한 괴물이 나타나 백성들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그를 듣지도 보지도 못한 짐승이라 하여 사물 물(物), 괴이할 괴(怪), ‘물괴’라 부른다. 물괴와 마주친 백성들은 그 자리에서 죽임을 당하거나 살아남아도 역병에 걸려 끔찍한 고통 속에 결국 죽게 된다. 하지만 중종은 물괴 출몰설이 가짜이며 모든 것이 자신을 몰아세우는 영의정과 관료들의 계략이라 여겨 옛 내금위장 윤겸을 궁으로 불러들여 수색대를 조직한다. 윤겸과 오랜 세월을 함께한 성한과 외동딸 명, 그리고 왕이 보낸 허 선전관이 그와 함께 물괴 수색에 나서고, 이들은 곧 믿기 힘든 비밀과 마주하게 된다. 김명민은 ‘조선명탐정’ 시리즈의 코믹한 캐릭터와 반대되는 충직함으로 돌아왔다. 늘 그렇듯 믿음직 한 연기를 선보인다. 적절한 때 극의 무게감을 덜어주는 김인권도 수색대와 찰떡 호흡을 자랑한다. 다만 첫 영화에 도전한 혜리의 연기는 아쉽다. (사극 크리처, 김명민·김인권·혜리 주연, 15세 관람가)
◆명당

땅의 기운을 점쳐 인간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천재 지관 박재상은 명당을 이용해 나라를 지배하려는 장동 김씨 가문의 계획을 막다 가족을 잃게 된다. 13년 후, 복수를 꿈꾸는 박재상 앞에 세상을 뒤집고 싶은 몰락한 왕족 흥선이 나타나 함께 장동 김씨 세력을 몰아낼 것을 제안한다. 뜻을 함께하여 김좌근 부자에게 접근한 박재상과 흥선은 두 명의 왕이 나올 천하명당의 존재를 알게 되고, 서로 다른 뜻을 품게 된다.

‘관상’ ‘궁합’을 잇는 역학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이다. 극 초반 등장하는 풍수지리 이야기와 이를 통해 어려운 백성들의 삶을 돕는 박재상의 활약이 흥미롭다. 땅을 보러 다니는 박재상 뒤로 보여지는 옛 팔도강산의 모습은 시원시원하다. 영화는 곧 세도가 장동 김씨와 흥선의 대립으로 치달으며 과도한 욕심이 부른 참상을 보여준다. 믿고 보는 배우들의 연기는 각자 훌륭하지만, 앙상블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아들을 왕으로 만들기 위해 가야사를 태우고 묘를 쓴 흥선대원군의 이야기로 마무리되는 이 영화는, 이후 우리의 암울한 역사를 알고 있는 관객들에게 씁쓸함을 안긴다. (역사 드라마, 조승우·지성·김성균 주연, 12세 관람가)

◆더 넌

루마니아의 젊은 수녀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한다. 바티칸에서 파견된 버크 신부와 아이린 수녀는 이 사건에 대한 조사를 의뢰받고 루마니아로 향한다. 이들은 수녀원을 조사하던 중 충격적인 악령의 실체와 만나게 된다. ‘더 넌’은 ‘컨저링’ ‘애나벨’ ‘컨저링2’ ‘애나벨: 인형의 주인’을 잇는 컨저링 유니버스 5번째 작품이다. 아이린의 순백색 수녀복과 악령들의 검은 수녀복이 강렬한 흑백 대조를 이루며 공포감을 끌어올리고, 기묘한 카메라 워킹과 사운드가 관객의 간담을 서늘케 한다. 수녀원 복도의 등불이 차례로 꺼지고 ‘수녀 귀신’이 갑자기 나타나는 장면은 한국 공포영화 명장면으로 꼽히는 ‘여고괴담’을 떠올리게 한다. 공포영화의 매력에 충실하게 시종 눈을 감고 싶게 만들지만, 공포에 ‘올인’하면서 기본 서사는 허술해졌다. 하지만 커다란 스크린으로 느끼는 서늘한 공포를 사랑하는 마니아들이라면 추석에도 ‘더 넌’을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미스터리 공포, 타이사 파미가·데미안 비쉬어, 15세 관람가)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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