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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30년 역사상 처음 '검찰 몫' 재판관 맥 끊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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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9-19 11:12:47 수정 : 2018-09-19 11: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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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헌법재판소 창설 후 30년간 이어져 온 검사 출신 헌법재판관의 ‘맥’이 끊어졌다. 한때는 재판관 9명 중 2명이 전직 검사였고 검찰 출신 헌재소장까지 배출된 점을 감안하면 검사들 입장에선 ‘격세지감’이 들 법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를 두고 검찰을 ‘개혁의 대상’으로 여기는 문재인정부 주류 인사들의 검찰에 대한 곱지 않은 시각이 반영된 결과 아니겠느냐는 풀이가 조심스럽게 나온다.

◆19일 퇴임한 재판관 5명 후임자 중 검찰 출신 ‘0’

19일 이진성 헌재소장, 김이수·김창종·안창호·강일원 재판관 5명이 6년 임기를 마치고 동시에 물러났다. 후임자 후보로 지명된 이들은 유남석 현 재판관(대통령 지명)과 이석태 변호사, 이은애 서울가정법원 수석부장판사(이상 대법원장 지명), 김기영 서울동부지법 수석부장판사, 이영진·이종석 서울고법 부장판사(이상 국회 선출)로 모두 판사 아니면 변호사 출신이다. 전직 검사인 안창호 재판관의 퇴장과 동시에 헌재에서 검찰 출신이 사라진 것이다.

헌재는 1988년 창립 당시부터 재판관 9명 중 1∼2명을 꼭 검찰 출신으로 채워왔다. 검찰이 행정부 소속인 관계로 대통령 몫 재판관 3명 중 검찰 출신을 집어넣은 사례가 많았고, 가끔은 국회가 전현직 검사를 재판관으로 선출하기도 했다.

김양균(재임 1988~1994) 전 재판관은 헌재 출범과 동시에 서울고검장에서 재판관으로 이동해 전현직 검사들이 헌재에 진출할 길을 뚫은 선구자로 통한다. 그는 노태우 당시 대통령에 의해 재판관으로 지명됐다.

조승형(재임 1994~1999) 전 재판관의 경우 엄밀히 말해 ‘검찰 몫’으로 배려를 받아 헌재에 입성한 것은 아니나 전주지검 남원지청장을 지낸 경력 때문에 검찰 출신으로 분류된다. 그는 검찰을 떠나 변호사로 활동하던 1994년 당시 제1야당 총재이던 김대중(DJ) 전 대통령 추천으로 국회에서 재판관으로 뽑혔다. 

◆YS정권 시절부터 검찰 출신 재판관 2명으로 늘려

정경식(재임 1994∼2000)과 신창언(재임 1994∼2000) 두 전직 재판관은 김영삼(YS)정부 시절인 1994년 나란히 헌재에 들어가 ‘검찰 출신 복수 재판관’ 시대를 열었다. 정 전 재판관은 대구고검장에서 YS 지명을 받아 헌재로 이동했다. 신 전 재판관은 부산지검장으로 재직하던 도중 집권 여당 추천으로 국회에서 선출됐다. 검사 출신 재판관을 2명으로 늘린 것은 YS가 그만큼 검찰조직을 중시했음을 보여준다는 해석이 많다.

재미있는 건 YS에서 DJ로의 정권교체 이후에도 검찰 출신 복수 재판관 체제가 그대로 유지됐다는 점이다. 대구고검장을 지낸 송인준(재임 2000∼2006) 전 재판관과 법무연수원장을 지낸 주선회(재임 2001∼2007) 전 재판관이 주인공이다. 둘 다 DJ의 지명을 받아 헌재에 입성했다.

임기 내내 검찰개혁에 매진했던 노무현정부도 검찰 몫 재판관 배려는 잊지 않았다. 법무부 차관에서 재판관으로 이동한 김희옥(재임 2006~2010) 전 재판관은 노 전 대통령이 직접 지명했다. 그가 임기 도중인 2010년 모교인 동국대 총장으로 옮긴 뒤 생긴 공석은 서울동부지검장 출신 박한철(재임 2011∼2017) 전 재판관이 채웠다. 이명박(MB) 당시 대통령이 지명권을 행사했다. 역시 MB정부 시절인 2012년 안창호 당시 서울고검장이 집권 여당 추천으로 국회에서 재판관으로 뽑히며 검찰 출신 복수 재판관 시대가 다시 개막했다.

◆박근혜정부선 소장 배출… 정권교체 후 기조 변화

박한철 전 재판관이 박근혜정부 들어 검사 출신으로는 처음 헌재소장에 오르며 “검찰이 헌재를 ‘점령’했다”는 말까지 나돌았다. 검찰의 위세가 그야말로 절정에 달한 시기였다. 실제로 박 전 헌재소장과 안 재판관 두 명의 전직 검사가 재판부를 지키는 동안 헌재 결정이 보수화했다는 시각이 적잖다. 둘 다 옛 통합진보당 위헌정당해산 심판사건에서 ‘위헌’ 의견에 섰다.

하지만 박 전 헌재소장이 지난해, 안 재판관이 올해 차례로 물러난 뒤 후임에 전현직 검사가 임명되지 않으면서 헌재 역사 30년 만에 처음으로 검찰 출신의 맥이 끊겼다. 한때 ‘법무부·검찰의 요직에 있는 고검장 8명 중 한 명이 헌재로 갈 수 있다’는 풍문도 나돌았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야말로 풍문에 그치고 말았다.

검찰 안팎에선 ‘검찰을 부정적으로 보는 문재인정부 청와대와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시각이 반영된 결과 아니겠느냐’는 푸념이 흘러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헌법재판은 기본적으로 국가정책을 다루는 것이어서 사법부 못지않게 행정부에서의 경험도 재판에 큰 도움이 된다”며 “법률을 집행하는 행정부의 시각이 헌법재판에 반영될 길이 차단된 것은 조금 애석한 일”이라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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