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이재용 "한민족 느껴" 리용남 "평화통일 유명인물 되시라"

관련이슈 정상회담

입력 : 2018-09-18 21:57:43 수정 : 2018-09-18 23:06:00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4대그룹 대표 첫날 스케치 / 李 “과학·인재 중심 한글 문구 첫 경험” / 최태원 SK회장 “11년 만에 오니 더 발전” / 현정은 현대회장 “관광 다시 시작했으면” / 철도공사 사장 “한반도 철도 연결되기를” / 삼성, 건설·조선 등 대북사업 보따리 관심 / 재계 “당장 성과 어렵지만 장기적 기대” 18일부터 사흘간 열리는 평양 남북정상회담에 특별수행원으로 동행한 재계 인사들의 행보도 주목된다. 삼성 오너경영자로는 처음 방북길에 나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4대 그룹 대표의 일거수일투족에 국내는 물론 외신도 크게 주목했다. 미국의 대북제재 국면에서 과연 이들이 경제협력 보따리를 풀어놓을 수 있을지, 어떤 내용일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北 부총리와 악수하는 재계 대표 18일 북한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2018 평양 남북 정상회담’ 특별수행단으로 참여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 앞부터 뒤로),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이 리용남 북한 내각부총리와 면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이재용 “평양에서 한민족 느꼈다”

이 부회장을 비롯한 4대 그룹 관계자, 기업·경제단체 인사들은 방북 첫날 평양 중구역 인민문화궁전에서 리용남 북한 내각부총리를 면담했다. 리 부총리는 북한에서 대외경제협력 분야를 책임지는 ‘실세’로 알려진 경제관료다.

이 부회장은 “삼성의 이재용이다. 평양은 처음 와봤다”며 말문을 뗐다. 그는 “마음에 벽이 있었는데 이렇게 와서 직접 보고 경험하고 여러분을 뵙고 하며 ‘이게 한민족이구나’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또 “우연히 보니 평양역 건너편에 새로 지은 건물에 ‘과학중심 인재중심’이라고 쓰여 있었다. 삼성의 경영철학이 ‘기술중심 인재중심’이다”라며 “세계 어디를 다녀 봐도 한글로 그렇게 쓰여 있는 것을 본 적이 없다. 한글로 된 것을 처음 경험했다”고 말했다. 이에 리 부총리는 “우리 이재용 선생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아주 유명한 인물이던데”라고 말해 참석자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리 부총리는 그러면서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해서도 유명한 인물이 되시기를 바란다”고 덕담했고, 이 부회장 역시 활짝 웃으며 “알겠다”고 답했다. 이어 김현철 대통령 경제보좌관의 소개로 한국 측 경제인들이 자기소개를 하자, 리 부총리는 “좌우지간 시간은 많지 않지만 간단히 소개해 달라”고 말해 좌중에 다시 웃음이 터졌다.

구광모 LG 회장은 “LG는 전자, 화학, 통신 등의 사업을 하는 기업이다”고 했고, 김 보좌관은 “선대 회장이 두 번 다 북에 다녀가셨다”고 소개했다. 최태원 SK 회장은 “2007년에 왔었는데 11년 만에 오니까 많은 발전이 있는 것 같다. 건물도 많이 높아졌지만, 나무들도 많이 자라난 것 같고, 상당히 보기 좋았다”고 말했다.

남북 간 구체적인 경제협력에 대한 언급도 여럿 나왔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남북관계가 안 좋으면 늘 마음이 아팠다”며 “빨리 (금강산관광이) 다시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했고, 리 부총리는 “현 회장 일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고 힘줘 말했다. 오영식 한국철도공사 사장 역시 “한반도 평화가 정착돼 철도도 연결됐으면 좋겠다”고 했고, 리 부총리는 “북남관계에서 철도협력이 제일 중요하고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서울에서 1시간 걸렸다. 지리적으로 이렇게 가까운데 심리적 거리가 상당했다. 인식의 거리를 좁히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고,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은 “개성공단이 조속히 개방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이 “IT쪽이다”라고 자신을 소개하자, 리 부총리는 “새 시대 사람이로구먼”이라며 웃는 등 분위기는 내내 화기애애했다.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단에 포함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경제인들이 18일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린 리용남 북한 내각부총리 면담에 참석해 있다.
◆재계, 北에 보따리 풀까

이재용 부회장의 방북을 계기로 향후 삼성그룹과 북한 간의 사업적 인연이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 삼성은 그동안 대부분의 사업영역에서 선제적인 행보로 두각을 나타냈으나 유독 대북사업과는 인연이 많지 않았다. 삼성 총수 방북도 이번이 처음이고 대북사업도 1999∼2010년 국내에서 생산한 브라운관 TV·전화기·라디오 등의 부품을 평양에서 위탁가공 생산한 정도다. 하지만 삼성그룹 계열사 전체로 범위를 넓히면 건설·조선·상사·바이오·광고 등 가능한 대북사업 시나리오가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CNN도 이 부회장의 방북을 조명하면서 “문재인 정권이 남북한 경제가 연결되고, 한국이 아시아 대륙과 연결될 수 있는 육로가 생기며, 수익성이 높은 무역과 인프라가 개방될 수 있는 계획을 제시했다”며 “이런 계획은 결국 삼성과 다른 재벌들에도 (사업적) 혜택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부회장도 방북 직전까지 만반의 준비를 했다. 이 부회장은 전날 4대 기업(삼성·현대차·SK·LG) 중 유일하게 총수 본인이 직접 삼청동 통일부 남북회담본부에서 이뤄진 방북 교육에 참석했다. 이날 새벽에는 서울 태평로 삼성전자 사옥에서 임원회의를 소집해 북한에서 진행될 면담 등을 앞두고 관련 사안들을 점검하기도 했다. 경제계는 대북제재로 인해 가시적인 경협사업 프로젝트가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남북경협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평양=공동취재단, 이천종·김선영 기자 skylee@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