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8일 오전 평양 순안공항에서 함께 의장대 사열을 받고 있다. |
18일 오전 순안공항에 도착한 문재인 대통령이 두 팔을 벌리며 비행기에서 내려오자 김 위원장 역시 어색함 없이 환한 표정으로 팔을 벌렸다. 이미 두 차례 문 대통령과 직접 만난 적이 있는 데다 ‘홈그라운드 경기’인 만큼 당황해하는 모습은 찾기 어려웠다.
공항 직접 영접, 성대한 카퍼레이드 등 이어진 특급 대접은 최상의 예우로 문 대통령을 맞는 동시에 이 같은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정상국가의 수장 면모를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올해 들어 김 위원장이 국제무대에 부인 리설주를 동행해 ‘배우자 외교’를 적극 활용하는 것은 외교 관례를 따르는 정상 국가의 면모를 보이려는 행보로 해석되고 있다.
카퍼레이드 깜짝 동행 등 예정에 없는 돌발 행동 역시 자신감을 보여주는 행보다. 김 위원장은 백화원 숙소에서는 직접 객실 앞까지 문 대통령을 안내했으며, 이따금 문 대통령의 허리에 손을 대며 리드하기도 했다.
손잡고… 포옹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해 영접 나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포옹하고 있다. 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는 김 위원장 부인 리설주와 악수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
북한 평양 시민들이 18일 순안공항에서 백화원으로 향하는 도로변에서 꽃술을 흔들며 문재인 대통령 일행을 환영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무개차를 함께 타고 18일 평양국제공항에서 백화원 초대소로 이동하고 있다. |
북한 매체들은 두 정상의 만남은 녹화방송으로 내보냈지만, 문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이례적으로 예고 보도했다. 자신의 뜻대로 일정과 연출을 통제할 수 있는 평양에서 김 위원장은 남은 회담 이틀 동안 자신감 넘치는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8일 오전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해 마중나온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와 인사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
김 위원장의 솔직함도 여전했다. 4·27정상회담에서 북측의 낙후된 도로 환경을 스스로 언급했던 김 위원장은 이번에도 비슷한 화법을 이어갔다. 그는 백화원 숙소에 도착한 문 대통령에게 “세상 많은 나라를 돌아보시는데, 발전된 나라들에 비하면 우리 숙소가 대단히 초라하다”며 “수준은 낮을 수 있어도 최대의 성의를 다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우리 판문점 지역에 오셨을 때, 너무나 장소와 환경이 그래서(충분치 못해서) 제대로 해드리지 못한 것, 제대로 된 한 끼 대접해 드리지 못한 것이 늘 가슴에 걸렸다. 그래서 오늘을 기다렸다”는 얘기도 건넸다. 회담의 최대 관심사인 ‘조미(북·미) 사이의 진전’도 직접 언급했다.
김 위원장의 의상은 이날도 인민복이었다. 김 위원장이 국제무대에서 인민복 차림을 고수하는 것은 체제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리설주는 어두운 색 투피스를 입어 흰색과 푸른 계열 투피스, 한복을 번갈아 입은 김정숙 여사와 대비됐다. 김 여사가 돋보이도록 배려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그러면서도 리설주가 신은 높은 굽의 하이힐 구두와 무릎 위 길이 치마 등에서 정권의 개방성을 드러내려는 의도도 엿보였다.
평양=공동취재단, 홍주형 기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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