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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트럼프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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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9-18 22:16:20 수정 : 2018-09-18 22: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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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공적’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퇴임 뒤 언론계에서 가장 호평받는 인물이 될 것이다. 그가 언론계를 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확하게는 언론학계이다. 인터넷 등장 등 산업 변화로 고전하던 미국 저널리즘 대학들이 최근 호황기를 누리고 있다. 메릴랜드대의 경우 저널리즘 전공 신입생이 전년보다 50% 늘었다. 노스웨스턴, 컬럼비아, 시러큐스, 애리조나주립대 등 유명 저널리즘 대학도 신입생이 10∼24% 증가했다. 트럼프가 언론을 비난할 때마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저널리즘이 뜨거운 이슈가 됐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쟁쟁한 언론사의 보도를 ‘가짜뉴스’로 몰아붙이면서 나타난 역설적 현상이다. ‘트럼프 역설’은 또 있다.

일자리 확보를 장담하면서 무역전쟁에 나선 트럼프 정부에서 최대 피해자는 노동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국산 제품 수입을 규제하게 되면 가장 먼저 어려움을 겪는 계층은 저가 생필품에 의존하는 노동자들이다. 미국에서 소비되는 많은 생활용품이 중국산이다. 이들 수입품에 관세 덤터기가 씌워진다. 과거 정부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멕시코 노동자들이 국경을 넘어도 막지 않은 이유는 저가 서비스 중단 우려 때문이었다. 이들의 월경을 막으면 지렁이가 기어다니는 골프장에서 운동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인 게 미 의원들이다.

제2차 대전 개전 초 승승장구했던 일본은 석유 공급 루트를 확보하기 위해 미국을 공격했다. 진주만 공습이다. 당시 일본의 대미 석유 의존도는 80%였다. 미국에 살짝 겁을 줘 안전한 석유 공급을 약속받겠다는 계산이었다. 분개한 미국이 핵으로 보복할 줄 몰랐던 것이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 격이다.

이런 역설적 현상은 남의 나라에서만 보이는 게 아니다. 정부가 집값 잡으려고 정책을 펼쳐놓고 있지만 아파트 가격은 미친 듯이 뛰어올랐다. 서민들을 염두에 둔 정책인데 집 많은 부자들이 수혜자가 됐다. 근로자의 생존권 보호 차원에서 최저임금을 인상했더니 고용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업자들이 폐업을 선언했다. 이번에도 피해자가 누구인지는 자명하다. ‘트럼프 역설’은 도처에 지뢰처럼 흩어져 있다.

한용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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