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인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17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마련된 메인프레스센터(MPC)에서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의 2박3일 방북 일정을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18일 오전 8시쯤 청와대 관저를 나와 헬기를 타고 경기 성남 서울공항으로 이동한다. 출근시간대인 데다 길이 복잡해 4·27 판문점 회담 때처럼 인근 주민들과 인사하는 과정은 생략될 것으로 보인다.
오찬 뒤엔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대좌가 이뤄진다. 방북 첫날에는 북한 대외적 국가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면담했던 2000년, 2007년 전례가 깨지는 셈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방북 첫날 백화원초대소로 향하는 차량 안에서 김정일 당시 위원장과 동승해 약 50분간 대화했으나, 본격 회담은 이튿날 진행됐다. 임종석 실장은 이와 관련해 “이번 정상회담은 일체의 형식적 절차를 걷어내고 정상 간 직접적이고 실질적인 대화를 하는 데 모든 무게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북 정상 간 회담은 이틀째인 19일 오전 속개된다. 청와대는 회담이 원만히 진행되면 이날 오전 회담 종료 직후 합의사항을 발표하는 공동기자회견이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상 간 ‘담판’이 필요한 한반도 비핵화 사안을 제외한 나머지 의제에 관해서는 이미 실무선에서 상당한 의견 접근이 이뤄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수행원들과 평양 시내 주요시설을 둘러볼 계획이다.
방북 첫날 오찬과 환영만찬, 둘째 날 오찬 및 환송만찬 등 네 끼 식사의 주최자와 장소에도 관심이 쏠린다. 현재로서는 19일 오찬이 평양냉면의 ‘성지’ 옥류관에서 열린다는 점만 공개돼 있다. 임 실장은 “환송만찬은 현지 주민들이 자주 가는 식당을 갈 수 있도록 북측에 부탁해 뒀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말 중국 국빈방문 당시 베이징 시내 허름한 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도 김 위원장과 평양의 서민식당을 찾는다면 그 자체로 커다란 화제를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2018남북정상회담평양'을 하루 앞둔 17일 오전 평양 백화원초대소 영빈관 앞에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에서 이용할 대통령 전용 벤츠 방탄차량이 주차돼 있다. |
4·27 판문점 정상회담 당시 ‘도보다리 회담’을 떠올리게 할 만한 정상 간 친교 일정은 마지막 날 순안공항을 떠나기 전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임 실장은 “전날 환송만찬을 하기 때문에 별도 오찬 없이 공항에서 환송행사를 마치고 오전에 서울로 향하게 된다”며 “다만 이날 양 정상 간 친교 일정이 있게 된다면 귀경 일정이 변경될 수 있다”고 여지를 뒀다.
회담 성과가 좋다면 문 대통령이 서울 메인프레스센터를 찾아 대국민 보고회를 가질 수도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가급적이면 그럴 생각”이라고 말했다.
공식 환영·환송식과 회담 모두발언 등 주요 장면은 TV 생중계를 통해 남녘에도 실시간으로 전달된다. 지난 두 차례 정상회담 때에도 남북 정상의 첫 만남 장면은 남측 TV에 생중계됐는데, 이번에는 생중계 범위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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