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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잠잠해지나 했더니… 다시 터진 한국GM 노사갈등

입력 : 2018-09-16 20:35:46 수정 : 2018-09-16 21: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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使측, R&D 전문법인 신설 계획 / 노조 “철수 위한 사전작업” 반발 / 산은도 반대… 주총 금지 가처분신청
지난 5월 법정관리 문턱에서 극적으로 회생한 한국지엠(GM)의 정상화 작업이 또다시 난기류에 빠졌다. 여러 어려움을 극복할 ‘실적 회복’이 좀체 속도를 내지 못하는 와중에 이번엔 ‘신설법인 설립’을 둘러싸고 노사가 충돌했다. 양측 불신이 워낙 깊어 갈등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관측되면서 한국 자동차 산업에 또다시 먹구름이 밀려드는 모습이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은 글로벌 제품 연구개발(R&D) 업무를 전담할 신설 법인을 연내 설립한다는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지금의 단일 법인을 생산공장, R&D 등 법인 두 개로 인적분할하고, R&D 부문에 신규 인력을 채용해 ‘글로벌 연구개발 거점’으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R&D 법인에는 디자인센터, 기술연구소, 파워트레인 등 기능이 포함된다.

한국GM은 기존 경·소형차 제품에 국한했던 디자인센터의 지위를 격상, GM본사의 글로벌 베스트셀링 모델인 중형급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등의 차세대 디자인 및 개발 업무를 확보하려는 구상이다. 사측은 이를 위해 법인분리가 필수라는 입장이다. 아울러 신설법인은 GM 글로벌 임원들이 직접 관여하는 구조다. 글로벌용 제품을 개발하려면 본사와 긴밀하게 협업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신속한 의사결정, 업무 효율화를 위해 법인분리가 필요하다”며 “신규 개발 물량을 확보하면 전문성, 독립성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법인분리는 철수를 위한 사전작업’이라고 반발했다. 한국GM을 GM의 생산 하청기지로 전락시켜 신설법인만 남긴 뒤 공장은 처분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사측이 법인분리로 조합원을 빼내 기존 노조 세력을 약화하려 한다는 의심도 배경에 깔렸다. 이런 주장에는 ‘한국GM이 고비용 구조’라는 점을 노조도 인식한 때문으로 보인다.
민주노총 지엠횡포 저지 노동자살리기 범국민대책위원회가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한국지엠 불법파견 선고 지연 규탄 및 직접고용 즉각 이행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노조가 반발하면서 2대 주주인 산업은행도 일단 법인분리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 한국GM이 충분한 설명 없이 이사회 및 주주총회 소집 등 절차를 서둘러 밟는다고 판단해, 구체적 내용을 떠나 일방적 추진은 ‘기본 협약에 위배된다’며 주총 개최를 금지하는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기한 것이다. 결과는 이르면 다음 주중 나올 전망이다.

한국GM은 ‘억측’이라며 카허 카젬 사장이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을 직접 면담해 설명한다는 계획이다. 한국GM 관계자는 “이미 산업은행 투자를 확약받고 10년 단위 정상화 계획을 세워놓은 상태에서 철수를 검토할 이유가 없다”며 “유럽 오펠이나 중국 상하이GM도 생산공장과 R&D 법인을 별도로 운영했거나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호주 GM홀덴은 단일법인이었는데도 철수했던 것처럼 법인분리와 철수를 연관짓는 것은 무리하다는 게 사측 논리다. 협력사에서도 “글로벌 R&D 법인이 설립되면 국내 생태계에 새로운 기회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노측 반발에 근심어린 눈길을 보내고 있다.

이런 갈등을 떠나 정상화 작업의 관건이 될 영업실적은 우울하다. 한국GM은 지난달 2만2035대를 판매(내수+수출), 작년 동월대비 46.4% 감소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올해 1∼8월 누적 판매는 36만1767대로 전년동기대비 15.3% 감소했다. 야심작으로 꺼낸 글로벌 베스트셀링 모델인 중형 SUV ‘이쿼녹스’는 지난달 97대 판매란 실망스러운 실적을 기록했다. 업계에선 “출시 언급이 나온 지 오래돼 신차 효과가 반감됐고, 경쟁 신차가 대거 출시돼 경쟁력을 잃었다”고 분석했다.

조현일 기자 con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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