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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선물이 플라스틱 상자?"..여전한 과대포장 "사라지지 않아" [김기자의 현장+]

입력 : 2018-09-16 13:00:00 수정 : 2018-09-16 12: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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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속 없이 상자만 큰 명절 선물세트 / 플라스틱 소비량 한국이 1위 / "플라스틱 상자·비닐봉지 등 명절마다 쓰레기 양산 주범 / '과대포장' 규제해야 / 법정 포장공간비율 25% / 불량 제품 가리고 가격인상 ‘꼼수’ / 명절마다 늘어나는 폐기물 / 명품 스티커 붙이고 고가 판매

서울 한 대형마트. 추석(9월 24일)을 앞두고 본격적인 추석 선물 판매에 들어가면서 생활용 선물세트가 진열돼 있다.

“내용물 실속 없고, 포장만 거창해요. 올해는 달라질까 했지만, 보면 똑같아요. 플라스틱 상자에 든 샴푸 용기를 잡아보면 꽉 찬 느낌보다는 비어있다는 느낌이 든다니깐요. 그렇다고 싼 것도 아니에요.”

지난 7일 서울 한 대형마트. 추석(9월 24일)을 앞두고 본격적인 추석 선물 판매에 들어가면서 코너마다 각종 선물세트가 즐비하게 진열돼 있었다. 허리 높이나 눈높이에 놓여있는 각종 선물세트는 고객의 유혹하기에 충분했다. 매장 입구뿐만 아니라 생활용품, 과일 코너, 정육 코너까지 고객 이동 동선에 따라 추석 선물 제품은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배치돼 있었다.

샴푸, 린스, 비누, 치약 등이 포장된 선물용 플라스틱 용기에는 한눈에 봐도 과해 보였다. 배치된 샴푸를 자세히 보니 꽉 찬 느낌보다는 1/5 정도 비어있는 듯했다. 비누, 치약, 린스도 마찬가지였다. 생활용품 판매대에 배치된 샴푸와 선물용 샴푸를 단순 비교해도 용량이 적다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선물용으로 포장된 샴푸나 린스는 용량대비 가격을 표시하지 않아 '눈속임'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주부 이모(48) 씨는 “명절 때마다 선물을 보내야 해서 어쩔 수 없이 구매는 하고 있지만, 내용물을 확인해보면 너무 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며 “상품의 질은 그대로인데 용기만 화려해지는 것 같아요”고 말했다.

과일 코너는 선물세트는 더 화려했다. 9개들이 배는 금색의 스티커를 붙인 채 고가에 판매되고 있었다. 화려한 리본을 묶여 있는 각종 과일, 곶감, 수삼 등 포장만 빼면 일반 제품과 얼마나 될까라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서울 한 대형마트. 추석(9월 24일)을 앞두고 본격적인 추석 선물 판매에 들어갔다. 매장 한쪽에는 보자기에 쌓인 선물용 과일 상자가 겹겹이 쌓여 있다.

선물용 과일 박스는 일반인이 이해하기 힘든 화려한 수식어가 붙은 채 겹겹이 쌓여 있었다. 명품이라고 적혀 있는 스티커는 과일 상자마다 붙어 있었고 스티커에는 알 수 없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스티커뿐만 아니라 금색의 배 상자 그리고 금색의 보자기 등 내용물과 전혀 상관없는 포장에만 신경 쓴 듯 했다.

화려한 선물용 과대 포장재 논란은 매년 반복되고 있는 실정이다. 얄팍한 상술이 소비자들의 혼란과 반복된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 선물용 용기에 담긴 내용물이 빈약하거나 담긴 플라스틱 상자는 지나치게 큰 공간 차지했다. 플라스틱뿐만 아니라 내용물을 감싸고 있는 포장재는 분리 배출이 어려운 소재를 쓰고 있었다. 대형마트뿐만 아니라 재래시장, 온라인 공간에서는 여전한 실정이고 포장공간비율을 어긴 과대포장 제품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실생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과대포장은 얄팍한 상술과 허영이 만들에 낸 결과물이다. 화려한 선물세트는 받는 순간 기쁨도 잠시 쓰레기 발생에 따른 처리의 어려움을 느끼고 분리해서 배출하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서울 종로구 한 편의점. '추석 선물 세트판매' 문구가 적힌 종이를 붙여놓았다.

업체들은 화려한 포장을 가격 인상과 제품의 흠을 숨기기 위한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업체들은 주문한 제품과 다른 질이 떨어지는 제품을 보내거나 화려한 포장을 제품의 흠을 가리기도 한다. 직장인 민모(34)씨 “2년 전 대형마트에서 선물용 사과를 보고 택배로 몇 세트를 받았지만, 선물하기 힘들 정도로 멍이 들어 있었다”며 “다시는 온라인 주문이나, 택배 주문을 하지 않겠다”고 토로했다.

소비자시민모임(소시모)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524명의 소비자 가운데 87.5%는 과대포장으로 불편을 겪은 경험이 있다. 87.1%는 포장이 상품가격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 따르면 인건비를 뺀 과일 선물세트의 띠지는 평균 100~150원으로, 배 10개로 구성된 선물세트에 띠지를 두르면 그 비용으로 1000~1500원의 포장비용이 늘어나는 것으로 파악됐다.

환경부는 지난 10일 추석 명절을 전후해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과대포장 상품을 집중적으로 단속을 진행했다. 이날 환경부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과대포장으로 인한 소비자의 불필요한 비용 부담을 줄이고 자원의 낭비를 막기 위해 전국 17개 시·도에서 과대포장을 집중적으로 점검한다”고 밝혔다.
서울 한 대형마트. 추석(9월 24일)을 앞두고 본격적인 추석 선물 판매에 들어가면서 각종 선물세트가 진열돼 있다.

점검 기간은 이날부터 21일까지다. 포장 기준을 위반한 제품을 제조·수입한 업주에게는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명절에 판매량이 많은 1차 식품과 주류 등 선물세트는 포장 횟수 2번 이하, 포장공간 비율 25% 이하 기준을 지켜야 한다. 화장품류는 포장공간 비율이 35%를 넘으면 안 된다.

지방자치단체는 포장 횟수가 많거나 크기에 비해 포장이 과도한 제품에 대해서는 포장검사 명령을 내려 법규 위반 여부를 판단한다. 지난 설 명절 기간 전국 지자체는 이같은 방법으로 포장 기준을 위반한 제품 49개를 적발해 52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환경부는 과대포장 실태조사를 진행 중이며 이를 토대로 올해 말까지 현행 포장 기준 개선 방안과 포장재 감축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다.

글·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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