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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 벗으면 수행평가 만점"… 충격적인 '스쿨 미투'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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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9-14 06:00:00 수정 : 2018-09-14 14:3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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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톡톡] ‘스쿨 미투’ 확산의 배경과 대책 / 학교에선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옷 벗고 기다리면 수행평가 만점 주겠다.”

“여자가 납치당하는 이유 중 하나는 여성의 짧은 바지 때문이다.”

“보일락 말락 거리는 미니스커트를 입어라, 야하게 입으면 남자들 눈 돌아간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전국 곳곳의 ‘스쿨 미투’ 제보 내용이다. 
스쿨 미투에 동참한 인천의 한 여자중학교 학생들이 교내에 붙인 포스트잇. 트위터 캡처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가한 성희롱·성추행 등을 폭로하는 ‘스쿨 미투’ 폭로가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이달에만 30여곳에 가까운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용기 있는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학교 내 성폭력 근절을 위해 교사와 학생 모두를 대상으로 교육을 강화하고, 성 문제 예방 활동을 할 수 있는 기관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옷 벗고 기다리면 수행평가 만점”…충격적인 ‘스쿨 미투’ 봇물

최근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자신이 다니는 학교의 교사들의 성폭력 행태를 폭로하고 나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13일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지난 12일 트위터와 카카오톡 등에 만들어진 ‘A여고 공론화 제보정리’ 페이지에는 이 학교 교사 B씨가 “화장실에서 옷을 벗고 기다리고 있으면 수행평가 만점을 주겠다”라거나 “○○동을 지나다니는 여자들을 성폭행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등의 성희롱 발언을 하고 “미투가 무서워서 학생들 때리는 것도 못 하겠다. 너무 깐깐하다”는 등 미투를 비하하는 발언도 했다는 학생들의 주장이 담겼다. 학생들은 또 교사 C씨는 “가슴은 만지면 커진다. 나중에 남자친구 생기면 부탁하라”는 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아프로디테처럼 쭉쭉빵빵해야...야하게 입으면 남자 눈 돌아간다”

하루 전날인 11일에는 서울 광진구 한 공립중학교 교사 C씨가 수업 중에 “예쁜 여학생이 내 무릎에 앉으면 수행평가 만점을 주겠다” “여자는 아프로디테처럼 예쁘고 쭉쭉빵빵 해야 한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는 학생들의 주장이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앞서 9일 페이스북 페이지 ‘학생인권 대나무숲’에는 대구의 D고등학교의 재학생 및 졸업생이라고 밝힌 이들이 해당 학교 교사들이 “여자가 야하게 입고 다니면 남자들은 성욕을 참을 수 없다” “보일락 말락 거리는 미니스커트를 입어라, 야하게 입으면 남자들 눈 돌아간다” 등 여성차별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학교들은 관련 교사들을 수업에서 배제하고 전교생을 상대로 전수조사를 벌이는 등 다양한 방안으로 대응하고 있다.

◆교사에 의한 학생 성추행·성폭력 증가세…10명 중 2명은 솜방망이 처벌

통계자료에서도 학생을 대상으로 한 교사의 성추행·성폭행은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10건 중 2건은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 것으로 드러나 징계 수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6일 국회 교육위원회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최근 5년간 전국 초중고 성비위 교원 징계처분 현황’을 분석한 결과 총 494건의 교원 성비위 행위 중 182건(36.8%)이 교사가 학생을 대상으로 성추행, 성폭력을 저지른 것이었다. 하지만 이 중 34건(18.7%)은 경징계 처분에 그쳤다. 학생에게 성추행 등 성폭력을 가한 교사 10명 중 2명은 파면·해임 같은 중징계가 아닌 감봉·견책·경고 등 가벼운 처벌에 그친 셈이다.

학생을 대상으로 한 교사의 성추행·성폭행 건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2013년 20건이었던 징계 건수가 2015년 36건, 2016년 51건, 2017년 60건으로 5년 새 3배나 늘었다.

박 의원은 “교사가 학생에게 성범죄를 저지르는 경우 위계관계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경제적, 심리적으로 취약한 가정의 청소년이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교원이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성비위 행위에 대해서는 관용이 없는 엄정한 처벌기준을 확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 “교사·학생 대상 교육 강화…더 강한 처벌도 필요”

권일남 한국청소년활동학회장(명지대 사회과학대학장)은 13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최근 확산하고 있는‘스쿨 미투’와 관련, “그동안 (학교 내에서 이런 일들이) 없었던 게 아니고 계속 있었는데, 최근 미투가 허용되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자연스럽게 얘기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졌다”며 “온라인 공간에서 ‘대나무숲’ 등 열린 공간들이 많아지면서 쉽게 정보를 올릴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되다 보니 더 확산할 수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권 학장은 학교 내 성폭력 근절을 위해 “위력과 위계에 의한 성폭력은 이뤄지면 안 된다는 교육과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며 “인식 변화를 위해서는 교육이 강화돼야 하고, 서로(이성)에 대해 존중하는 마음과 인격체로 대해줘야 한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교육은 교사와 학생 모두를 대상으로 해야 하며, 위력이나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더 많이 받아야 한다”며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에서는 너무 성적인 잘잘못에 치우치기보다는 성에 대한 책임성, 이성에 대한 존중 등 책무성 인권교육이 강화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미투가 확산한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에 그런 상황이 만연하고 이를 제도적(상담·처벌 등)으로 막을 수 있는 시스템이 상대적으로 약했다는 것”이라며 “성에 대한 문제를 예방하는 상담·교육 등이 이뤄질 수 있는 기관들이 더 많아지고, 법적으로 좀 더 강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인식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지연 기자 delay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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