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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이미 만신창이인데… '내 갈 길 간다'는 김명수 [이슈+]

입력 : 2018-09-13 18:55:40 수정 : 2018-09-13 22:4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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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 70주년’ 기념식 발언 논란/“자기반성 없고 과거반성 되풀이/ 檢 수사사태 리더십 발휘해야”/
“직접개입 못하는 상황 고민 담겨/ 수사 협조 의지 분명히 드러내”/ 文 ‘철저 규명’ 언급 수사탄력 전망/
“3권 분립 위반” 논란도 불거져
 
“(검찰 수사에) 필요한 협조를 마다하지 않겠습니다.”(6월15일, 대법원장 대국민담화)

“더욱 적극적으로 수사 협조를 할 것입니다.”(9월13일, 사법부 70주년 대법원장 기념사)

13일 김명수 대법원장이 90일 만에 침묵을 깼다. 검찰의 사법부 수사와 관련해 마지막으로 내놓은 공식 입장에 ‘더욱 적극적으로’라는 표현을 추가한 점이 눈에 띈다. 3개월간 진행된 검찰 수사로 법원이 이미 ‘만신창이’가 된 와중에도 김 대법원장이 기존의 ‘원칙론’만 되풀이하고 있다며 답답해하는 반응이 적지않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1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1층 중앙홀에서 열린 ‘사법부 70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는 없고 여전히 과거 얘기만… 답답”

13일 ‘대한민국 사법부 70주년 기념식’에서 김 대법원장이 한 발언을 놓고 법원 내부 분위기는 크게 엇갈렸다.

일선의 한 판사는 “법원이 검찰 수사를 받는 문제에 관해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내용이 없고, 결국 또 원칙론에만 그쳤다”고 지적했다. 그는 “어느 쪽이든 매를 맞으려면 부작용이 최소화되도록 단기간에 빨리빨리 맞고, 안정된 분위기를 되찾아야 하는 쪽으로 김 대법원장이 리더십을 발휘해 주면 좋겠다는 게 아주 평범한 판사들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중앙홀에서 열린 사법부 70주년 기념식에서 박상기 법무부 장관(앞줄 왼쪽)과 김현 대한변협회장(〃 오른쪽), 문무일 검찰총장(김 회장의 뒷자리) 등 참석자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축사를 경청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제70주년 대한민국 법원의 날인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열린 양승태 사법농단 대응을 위한 시국회의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의 얼굴탈을 쓰고 구속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방의 한 부장판사는 “김 대법원장 취임 후 1년간 딱히 개선한 것도 없으면서 자기 반성은 전혀 없고, 양승태 사법부에 대한 과거 반성만 되풀이하고 있다”며 “검찰 수사 등으로 힘들어하는 후배들한테 ‘흔들리지 말라’는 메시지는 하나도 없이 여전히 진상규명 이야기만 하면서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원 등) 자기 주변 사람들은 계속 요직에 앉히며 편가르기나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젊은 법관들 사이에선 “영장심사 판사들에게 직접 개입할 수 없는 어려움을 우회적으로 말하면서 수사 협조 의지를 분명히 드러낸 것”이란 긍정적 반응도 나온다. 한 판사는 “사실 검찰이 ‘재판 거래’에 대해 수사할 걸로 기대했는데 본질에서 벗어난 (법원장 판공비 등) 엉뚱한 수사로 가버려 어떻게 되는 건지 모르겠다”며 “대체 끝이 어딘지 다들 불안해하던 차에 김 대법원장이 진상 규명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줘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중앙홀에서 열린 사법부 70주년 행사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문 대통령 발언에 ‘3권분립 침해’ 논란도

법원 조직의 동요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그동안 서울중앙지검 법원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에 피의자나 참고인으로 불려나가 조사받은 법관만 50명이 넘는다. 검찰은 압수수색영장이 기각될 때마다 드러내놓고 법원을 비난할 정도로 법원 위상은 추락하고 있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과 김 대법원장이 ‘철저한 진상규명’, ‘적극적인 수사 협조’ 을 언급한 만큼 검찰 수사는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날 기념식에는 문무일 검찰총장도 참석해 문 대통령 발언을 경청했다.

일각에서는 행정수 수반인 문 대통령이 ‘사법농단’, ‘재판거래’ 등 아직 의혹에 불과한 사안을 놓고 기정사실로 전제한 채 법원을 몰아세운 건 3권분립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을 대통령이 언급한 자체가 검찰에 힘을 실어주는 신호로 읽힐 수밖에 없다.

서울지역의 한 판사는 “대통령이 ‘재판거래’란 단어를 쓰면서 실제 ‘재판거래가 있었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했다”며 “검찰이 오로지 법에 따라 독립적으로 판단하도록 해야지 대통령이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으로 비칠 여지가 있어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재경지법의 다른 판사도 “탄핵 이후 선출된 대통령인데도 마치 3권분립의 위에 정점으로 서 있는 듯한 제왕적 대통령관을 그대로 계승해가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장혜진·박진영 기자 jangh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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