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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신간 ‘공포, 트럼프의 백악관’과 한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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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9-12 21:46:37 수정 : 2018-09-12 21:4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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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정책 민낯 폭로… 韓, 전략적 접근 해야 워터게이트 사건을 특종 보도했던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WP) 부편집인의 신간 ‘공포, 트럼프의 백악관’이 11일(현지시간) 출간됐다. 이 책의 내용은 출간 전부터 WP, CNN 등 주요 언론을 통해 널리 소개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가공의 스토리’라고 깎아내렸다. 그 누구보다 이 책 내용의 사실 여부를 잘 알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어떻게 평가하든 이 책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의 운명이 갈릴 절체절명의 외교 현안을 놓고 경천동지할 결정을 서슴없이 내린다는 사실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선제 타격, 주한 미군 감축 또는 철수, 주한 미군 가족 철수령 발령,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한국 배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철수 등의 지시를 백악관, 내각, 군에 실제로 하달했다고 우드워드 기자가 트럼프 정부 관계자들의 육성 증언을 인용해 전했다. 이 중에 어느 것 하나라도 실제로 이행됐으면 한·미 동맹의 근간이 흔들리거나 심지어 한반도가 제2의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들 수도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했을 수 있다.
국기연 워싱턴 특파원

그렇지만 최고 정책 결정권자인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도 이것이 실제로 실행에 옮겨지지 않았다는 데 그나마 일말의 안도감을 느낄 수 있다. 트럼프 정부 내 외교·안보팀의 견제와 한국의 대미 외교가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한국이 안심할 때가 절대 아니다. 한·미 연합 군사 훈련 중단 등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이 실제로 집행된 사례도 부지기수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짧으면 2년 반, 길면 6년 반이 남아 있다.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통치 행태에 대한 치밀한 연구와 분석을 통해 그 가변성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게 한국 등 주요 국가들의 핵심 과제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북한 당국은 트럼프의 등장이 북한에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게 미국 측의 분석이다. 미국의 언론 매체 ‘슬레이트’(Slate)는 최근 “북한이 트럼프를 ‘평화의 사도’로 여기고 있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 인사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뜻과 달리 행동하고 있다는 이유로 이들에게 공격을 퍼붓는다”고 전했다. 북한은 또 최근에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을 재개하려고 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제지한 사실을 주목하고 있다고 이 매체가 지적했다.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체면을 최대로 살려주면서 외교·안보 참모진의 개입을 최소화하도록 유도하려 든다는 것이다.

한국 역시 북한과 다를 바 없다. 현재 미국은 ‘트럼프의, 트럼프에 의한, 트럼프를 위한’ 국가이다. 모든 길은 트럼프로 통하게 돼 있어 트럼프를 움직이는 데 대미 외교의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월 취임한 이후 북한 선제 타격과 같은 지시가 실제로 이행되지 않은 과정을 짚어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안보 참모진을 방패막이로 활용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 시대를 천재일우의 기회로 여긴다면 한국도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허 변칙 스타일을 한국의 국익을 지키는 쪽으로 유도하거나 최소한 그가 한국에 재앙을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전략적 접근을 해야 한다. 트럼프 시대를 맞아 대미 외교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우드워드 신간 ‘공포’는 그 어느 나라보다 한국이 공포를 느껴야 한다는 엄중한 경고이다.

국기연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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