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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 총재 "태권도는 한류 원조… 끊임없는 개혁·변화로 세계화 성공" [세계초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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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9-11 19:34:19 수정 : 2018-09-11 23: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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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 총재 태권도는 올림픽이 채택한 28개 정식종목 가운데 가장 세계화된 종목의 하나로 꼽힌다. 2016 리우올림픽에서는 남여 8개 체급만 치러졌지만 20개 나라가 금은동 메달을 나눠 가졌을 정도다. 태권도가 동양 작은 나라의 국기를 넘어 전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보편적 스포츠로 자리매김했다는 의미다. 그만큼 올림픽에서의 위상도 탄탄해졌다. 하지만 이 같은 결실은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니다. 끊임없는 변화와 개혁이 낳은 결과다. 태권도는 올림픽 퇴출 위기까지 몰렸던 2005년 무렵부터 치열하게 변화를 꾀해 왔다. 2004년 6월 총재로 취임한 이래 10여년 이상 세계태권도연맹(WT)을 이끌며 이같은 개혁을 추진해온 조정원(71) 총재를 10일 서울 종로구 연맹 사무실에서 만나 걸어온 길과 앞으로의 과제 등을 들어봤다.

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 총재는 “이제 태권도 보급도 한 차원 더 높은 곳을 바라봐야 한다”며 “세계 각 나라에 태권도학과를 개설해 학문으로서 태권도를 전해야 할 때”라고 말한다.
허정호 선임기자
―최근 열린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태권도뿐 아니라 가라테, 주짓수, 삼보, 우슈 등 수많은 무도 종목이 동시에 치러졌는데, 태권도가 관중들로부터 가장 큰 호응을 얻었다. 취임 이후 꾸준히 이어온 ‘재미있는 태권도’가 결실을 맺는 것인가.

“태권도는 올림픽을 치를 때마다 경기장 규격, 규칙, 점수 체계 등을 보완하며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2000년 처음 채택될 때는 12m 정사각형 경기장이었지만, 북경과 런던 올림픽을 거치면서 가로 세로 8m 크기로 줄었다. 리우올림픽에서는 정사각형에서 벗어나 8각형 경기장을 도입했다. 두 발 모두가 아니라 한 발만 경기장 밖으로 나가도 감점을 주는 등 규칙도 개정했다. 더 공격적인 경기를 유도하기 위한 조치였다. 득점 제도도 손봐 화려한 발차기 기술을 이끌어내는 등 전보다 훨씬 다이내믹하고 흥미있는 경기를 치르고 있다. 런던 올림픽부터는 전자호구도 도입해 심판 판정에 대한 불만을 없앴다. 여기에 내년 세계선수권대회를 기점으로 도쿄올림픽에서는 또 다른 개정 규칙들을 적용하는 등 태권도는 지금도 끊임없이 변화하는 중이다.”

―대부분의 종목들이 변화에 소극적인데, 유독 태권도가 지속적인 변화를 추구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

“관중들로부터 외면받는 스포츠는 존속하기 힘들다. 태권도는 무도에서 출발했지만 스포츠로서의 태권도는 좀 더 대중들에게 다가가야 한다. 이는 2004년 세계연맹 총재로 취임했을 때부터 변함없이 견지해온 소신이다. 무도와 스포츠라는 태권도의 두 축이 수레의 두 바퀴처럼 공존해야 한다는 신념 하에 무도로서의 태권도 보급과 스포츠로서의 태권도 발전을 위한 노력을 이어왔다.”

―한때 태권도는 올림픽 퇴출 종목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그러나 꾸준한 변화가 효과를 보면서 올림픽에서 자리를 잡았는데.

“전자호구 등의 도입으로 태권도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면서 최근 많은 나라들이 태권도를 올림픽 전략종목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다. 러시아·터키·프랑스·아제르바이잔·우즈베키스탄 등은 태권도 종목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고, 이탈리아·영국 등은 선수촌에 태권도 전용체육관을 만들기까지 했다. 유럽뿐 아니라 아프리카 등에서도 태권도가 큰 인기를 얻으며 리우올림픽에서는 소국 니제르가 개국 이후 첫 메달을 따내는 등 아프리카 대륙에서만 5개의 메달이 나왔다. 이 같은 전 세계적 호응이 태권도가 올림픽 종목으로 존속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됐다. 다만, 태권도 지위에 도전하는 종목은 여전히 많다.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는 개최국 일본의 영향력으로 한시적 정식종목이 된 가라테와 좋건 싫건 경쟁을 해야 한다. 사실상 도쿄올림픽이 태권도로서는 정식종목 존속의 마지막 고비인 셈이다. 이 고비만 넘기면 태권도가 올림픽에 완전히 뿌리를 내릴 수 있으리라 믿는다.”

―2020년 장애인올림픽에서도 태권도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는데.

“올림픽과 패럴림픽 모두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하계 스포츠 종목은 19개밖에 안 된다. 2009년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12개 나라가 모여 첫 국제대회를 했고 이후 빠르게 성장해 2015년 IPC 집행위원회에서 장애인태권도가 패럴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장애인스포츠의 본고장인 유럽뿐 아니라 중남미, 중앙아시아 등 다수의 국가들이 적극 참여해 스포츠로서 발전시켜 나가는 중이다. 이는 태권도가 올림픽 스포츠로 더욱 확고히 자리 잡는 데에 큰 힘이 될 것이다. 우리의 경우 장애인태권도는 선수도 적고 저변도 얇다. 종주국임에도 첫 패럴림픽인 도쿄대회에서 노메달에 그칠 수 있다. 지금이라도 장애인태권도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한다.”

―패럴핌픽 종목으로의 확대는 인류애를 중시하는 무도로서 의미 있는 행보인 듯하다.

“2009년 첫 장애인 대회를 열 때 많은 선수들이 시상대에서 메달을 받으며 눈물을 흘렸다. 장애를 가졌음에도 무도를 즐기고 세계대회에서 메달까지 딸 수 있을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며 고맙다는 말을 많이 했다. 반드시 패럴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되어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부탁 또한 많이 받았다. 결국 그 바람을 이뤄주게 돼서 뿌듯하다. 사실, 태권도는 격투기지만 무도로서 남을 배려하고 돕는 정신을 담은 따뜻한 종목이다. 이런 철학에 따라 장애인 종목으로의 확대 외에도 최근에는 난민캠프 어린이들에게 태권도를 보급하고 있다. 꿈과 희망을 잃은 난민 청소년들에게 세계 평화의 중요성과 올림픽 정신을 태권도를 매개로 일깨우고 있다.”

―태권도가 주류 스포츠로 자리매김하는 만큼 세계에 한국을 알리는 효과도 클 듯하다.

“최근 한류가 전 세계적인 호응을 얻고 있는데 태권도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원조 한류다. 우리나라는 역사가 반만년에 이르지만 국제무대에서 이름을 알린 것은 몇십년밖에 되지 않는다. 불과 50년 전인 1960년대만 해도 해외에서 한국을 모르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태권도는 그때 그시절 해외로 퍼져나가 스스로 커나가며 ‘태권도=코리아’라는 공식을 만들어냈다. 전 세계 수많은 태권도인들은 모두 한국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경기용어부터 한국말을 사용하는 종목이다보니 자연스럽게 우리 문화에 익숙해지기 때문이다. 태권도는 한국에 우호적인 세계인을 육성하고 있다.”

―지난해 무주 세계선수권대회 남북공동시범단을 계기로 평창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서 남북단일팀이 성사되는 등 태권도가 남북 스포츠 교류의 창구 역할도 하고 있다.

“지금은 태권도가 WT(세계태권도연맹)과 ITF(국제태권도연맹)으로 갈라져있지만 원래 한 뿌리에서 나왔다. 정치적 문제로 최홍희씨가 북으로 넘어가 태권도를 보급하면서 두 단체가 독자적으로 발전한 것이다. 지난해 WT가 ‘원 월드, 원 태권도’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함께하려는 노력을 했고, 2017 무주세계선수권대회를 전후해 남북 시범단 교류 등의 성과를 냈다. 2014년 중국 난징에서 처음으로 양 단체가 의정서를 교환한 이후 꾸준히 교류를 이어온 결과다. 이후로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또 한번 공동시범단 공연이 성사됐고,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도 펼쳐질 것이다. 사실 태권도의 경우 남북 태권도협회가 교류하는 것이 아니라 WT와 ITF라는 두 국제스포츠단체 간의 교류이다보니 남북관계의 영향에서는 다소 비껴난 융통성 있는 교류가 가능하다. 태권도가 남북관계의 숨통을 틔워줄 수 있는 통로가 되는 셈이다.”

―최근에는 세계 각국에 ‘태권도학과’를 신설하는 등 태권도의 글로벌 학문화에 힘쓰고 있는데.

“1960년대에 태권도가 처음 해외로 진출하던 시절, 사범들이 지구촌 곳곳으로 퍼져나가 이를 보급했다. 가라테 등이 세계 진출에 앞서갔음에도 이들의 노력으로 올림픽 정식종목으로서의 기초가 다져졌다. 그들이 씨를 뿌리고 다진 태권도가 스포츠로 발전한 뒤 전문코치들이 해외로 진출해 또 한번 한국의 정신을 세계에 알렸다. 1973년 7개 회원국으로 출발한 세계태권도연맹은 지금 209개 회원국을 가진 거대 단체로 성장했다. 이제는 그에 걸맞게 태권도 보급도 한 차원 더 높은 곳을 바라봐야 한다. 모든 나라에 태권도학과를 개설해 스포츠뿐만 아니라 학문으로서의 태권도를 보급해야 한다.”

정리=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대담=김신성 문화체육부장
조정원 총재는…
△1947년 서울 출생 △서울고 △경희대 경제학과 졸 △미 페어리디킨슨 대학 국제정치학 석사 △벨기에 루뱅대학 국제정치학 박사 △1979년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1997∼2003년 제10, 11대 경희대 총장 △2002∼2005년 대한체육회 부회장 △2004년 세계태권도연맹 총재∼현 △2005년 대한올림픽위원회 고문∼현 △2009년 세계태권도평화봉사재단 이사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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