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AP·연합뉴스 |
중·러·일은 최근 북한과의 활발히 접촉하며 한반도 문제에 대한 관여를 높여가고 있다. 가뜩이나 미국과 갈등 중인 중·러는 북한을 집중적으로 매개로 삼고 있다. 북·중이 3차례 정상회담을 했고 러시아 역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동방경제포럼에 초청하는 등 북·러정상회담 추진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일본은 미·북 양측을 매개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본은 북한과의 정보라인간 물밑 접촉이 최근 포착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부터 13일까지 열리는 동방경제포럼 계기에 중·러·일 세 나라 정상간 양자회담이 활발하게 교차 진행되기 시작했다. 푸틴 대통령은 10일 아베 총리와 회담했고 11일에는 시 주석을 만났다. 12일엔 이낙연 국무총리와 면담할 예정이다.
특히 중·러의 밀월 과시 행보는 눈에 띈다. 양측은 이번 포럼을 중·러 밀착을 과시하는 장(場)으로 톡톡히 활용하는 모습이다. 중국이 동방경제포럼에 매년 고위급 인사를 보냈고 극동지역의 최대 투자국이기도 하지만, 시 주석이 직접 참석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러시아가 동방경제포럼에 주요국 정상을 유치하는 데 각별히 신경을 쓴다는 점에서, 이 같은 중국의 행보는 중·러 밀착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장한후이(張漢暉)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는 앞서 기자회견에서 이번 포럼 계기에 열리는 중·러 정상회담을 두고 “올해 하반기 양국 간 가장 중요한 고위급 교류”라고 강조한 바 있다.
11일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개막한 '동방경제포럼'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가운데)이 기업인들과의 회동 모임을 주재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
홍완석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동방경제포럼에 시 주석이 간 것이 굉장히 큰 의미가 있고, 특히 보스토크 훈련에 중국이 참여하기 때문에 더욱 주목된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연례적으로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 합동군사훈련이 있었지만 규모면에서도 최대다. 지난해 발트3국연안에서 진행한 훈련으로 나토 회원국들의 긴장을 불러일으켰는데, 이번에는 동쪽지역으로 와서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국가가 동시에 관계를 과시하는 행보를 부각시키는 것은 다분히 미국을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외교소식통은 “우리 입장에서 중·러는 한반도 문제에서 입장을 같이 해온 두 국가이기도 하고, 최근 북·미 대화 교착상태에서 미국이 중국에 불만을 표출하는 것에서 보듯 한반도 문제에도 결정적 영향을 끼친다”며 “한반도에서 과거의 냉전틀인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한반도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양국의 적극 공조가 어디까지 이뤄질지 눈여겨봐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11일 오전(현지시간) 제4차 동방경제포럼이 열리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만나 양자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이번 포럼은 한반도 긴장 고조 속에 열린 지난해와 비교하면 여건이 급변했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해 신북방정책과 한반도신경제지도 청사진을 제시했으나 한반도 정세는 정반대로 얼어붙어 있었다. 청사진은 어디까지나 꿈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 남북관계도 아직 풀리기 전이었다. 북한도 김영재 대외경제상을 단장으로 하는 대표단이 참석했지만 공식, 비공식으로 남북 접촉이 드러난 것은 없었다.
올해는 신북방정책 비전이 실제 현실화되기 위한 여건을 만들어가고 있는 가운데 포럼이 열려 한·러 간 구체적인 협력사업 진척을 점검하고 남·북·러 협력사업에 대한 의견도 더 풍부하게 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포럼에는 남·북·러 3각 협력 세션도 별도 마련됐다.
사진=TASS·연합뉴스 |
이 총리는 12일 기조연설을 하고 정부가 추진하는 신북방정책의 성과와 향후 발전방안에 대해 설명는 한편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정착에 대한 지지를 호소할 예정이라고 총리실은 밝혔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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