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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듬
원은희
차를 얻어 탔다
나는 뒤에서 논다

신호대기에 걸렸다
한꺼번에 여름이 갔다

대장간에 칼이 논다
이때 ‘논다’의 말뜻은 ‘귀하다’라고
라디오에서 디제이가 말한다

신나게
내 안의 앙상한 신들이 튀어나올 정도
노는 년은 아니어도

사랑받지 못하여
끝나는 계절은 없다


나는 시간이라는 차를 얻어 탔다.
차 뒤에서 노는 동안에 신호대기에 걸렸다.
잠깐인 줄 알았는데 한꺼번에 내 청춘의 여름이 갔다.
찬란하고 귀한 청춘의 시간을 노느라고 여름이 간 것이다.
대장간에 있는 칼이 논다, 논다는 것은 귀하다는 뜻이라고 라디오 디제이가 일러준다.
우리는 모두 귀하다. 귀함이란 것은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 즉 자존심이다.
인생에서 가장 화려했던 여름인 청춘만이 자존심이 있는 것이 아니다.
여름이 가고 앙상한 겨울이 와도 우리 인생은 귀하다.
자존심이야말로 모든 미덕의 초석이듯이 사랑받지 못하여 끝나는 계절은 없다.
대장간에 있는 칼이 노는 것처럼,
봄, 여름, 가을, 겨울 모두 사랑받는 것처럼,

박미산 시인·서울디지털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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