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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도시재생과 관광 그리고 피맛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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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9-10 21:35:47 수정 : 2018-09-10 21:3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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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거주한 지 대략 20년 정도 되는 외국인 친구와 점심을 먹게 됐다. 갑작스레 “한국이 잘한 관광정책, 잘못한 관광정책은 뭐라고 생각하세요”라는 질문을 받았다. 정부 연구기관에서 관광정책을 연구했고, 오랫동안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관광정책 자문에 응해왔지만, 선뜻 답하기 어려웠다.
한범수 세계도시관광총회 기획위원장 경기대 교수

몇 가지 생각나는 대로 장황하게 답을 하고 난 후, 거꾸로 물었다. “한국이 잘한 관광정책과 잘못한 관광정책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이 친구의 답은 명료했다. “한국이 잘하고 있는 것은 한류입니다. 한류는 드라마와 K팝에서 시작됐지만, 그 과실을 관광에서 가장 많이 거두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이 잘못하고 있는 것은 오래된 흔적을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무분별하게 없애고 있다는 것입니다.” 낡은 모든 것이 쓸모없지 않으며, 낡은 것을 잘 활용하면 훌륭한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는 게 이 친구의 요지였다. 그러면서, “피맛골을 아세요”라고 물음을 던졌다. 피맛골이라는 말에 귀가 쫑긋해졌다. 내심 ‘이 친구가 피맛골을 어떻게 알지’라는 생각이 스쳤다. “저는 종로에 있던 피맛골이 사라져서 아쉽습니다. 피맛골에서 빈대떡 먹던 추억은 한국에서 할 수 있었던 최고의 경험 중 하나였습니다. 그렇지만, 재개발하면서 피맛골을 체험할 수 있도록, 건물과 건물 사이에 통로를 만든 것은 정말 잘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답했다.

증기기관으로 시작한 1차 산업혁명, 전기를 동력으로 사용한 2차 산업혁명, 컴퓨터 정보통신기술이 세상을 바꾼 3차 산업혁명에 이어 사물인터넷(IoT)·인공지능(AI)·빅 데이터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면서 관광의 패러다임도 변하고 있다.

2017년 한국관광공사에서 빅 데이터로 관광행태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대구의 김광석 거리처럼 향수 가득한 거리, 통영 동피랑 마을처럼 사람 사는 냄새가 가득한 곳을 관광객이 좋아한다는 내용이었다. 창신동 이화마을은 관광객이 넘치면서 ‘오버 투어리즘’ 문제를 발생시켰지만, 아직 대부분의 마을은 많은 관광객이 방문하길 바라고 있다. 창신동 봉제마을, 성수동 수제화 거리, 서울역 고가도로를 이용한 ‘서울로 7017’, 석유탱크를 재활용해 만든 ‘문화비축기지’는 무조건 허물어 버리고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 못지않게, 도시재생을 활용한 관광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있다.

서울로 7017은 사업 초기, 시장으로 유입하는 방문자가 감소할 것이라며 남대문시장 상인들이 거세게 반대했다. 막상 서울로 7017이 만들어지자, 시장 진입로 개선으로 관광객을 포함해 많은 사람이 방문하고 있다. 더 많은 콘텐츠와 시설이 보완된다면, 도시재생과 관광을 상징하는 장소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서울시는 2015년 ‘시민이 행복해야 관광객도 행복하다’라고 서울 관광혁신을 선언했다. 서울은 주민과 내외국인 관광객을 포함해 3000만명 이상이 머무는 거대 도시이다. 서울은 끊임없이 변화하며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그 발전의 핵심은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의 조화이다. 이번에 UNWTO 세계관광기구와 서울시가 공동으로 개최하는, 제7차 유엔 UNWTO 세계도시관광총회의 주요 핵심 주제 중 하나는 ‘도시재생과 관광’이다. 그 답을 찾기 위해 세계 각국의 전문가 200여 명이 한자리에 모인다. 서울시의 도시재생과 관광,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한지 더 나은 ‘피맛골의 해답’을 이번 총회에서 찾을 수 있길 기대한다. 나아가 이 답이 세계도시의 재생과 관광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됐으면 한다.

한범수 세계도시관광총회 기획위원장 경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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