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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의 안타까운 선택…일본처럼 되진 말아야 [이동준의 한국은 지금]

입력 : 2018-09-09 12:44:00 수정 : 2018-09-09 19:3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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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기가 시작되는 9월. 학생들의 개학을 전후해 일본 언론과 방송 그리고 포털들이 광고수익을 마다하며 지면과 특설 페이지를 할애해 대대적으로 벌이는 활동이 있다.

바로 개학을 앞둔 학생들의 ‘안타까운 선택’을 막기 위한 개도 활동이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2일 한국에서 신학기를 앞두고 한 여학생의 극단적인 선택으로 어른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아직 일본과 비교할 건 아니다‘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학교에서 발생하는 문제로 힘들어하는 학생이 우리 사회에 아직 많다. 

■ 제천 여고생의 극단적인 선택
2일 충북 제천에서 한 여고생이 집단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 학생을 말리던 학교 선배 B양은 그 충격으로 심리치료를 받고 있다.

제천 경찰에 따르면 숨진 A양은 또래 친구들로부터 ‘개학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협박성 말을 듣고 심적 괴로움을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학교 선배 B(18)양은 경찰에서 "(A양이) 학교생활에 대한 부담감을 자주 토로했다"고 진술했다.

A양의 비극이 학교폭력인지 친구들과의 갈등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어떤 결론이 나오든 문제가 아닐 수 없다.

■ 학교 폭력, 교우갈등 둘 다 문제다
일본의 경우 신학기를 전후한 학생들의 극단적인 선택이나 학교 부적응, 가출 등이 사회 문제시되고 있다. 일본 내각부가 발표한 ‘자살백서’에 따르면 학생들이 안타까운 선택은 학교폭력과 친구와의 갈등이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관련 사례를 보면 친구들과의 감정 대립, 갈등이 심화하면서 폭력으로 이어졌고, 이러한 문제가 심화하고 장기화하면서 안타까운 선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럼 일본만 그럴까.
앞선 일본의 안 좋은 사례에서처럼 우리 사회에도 어른들의 도움받지 못하는 청소년들이 많다. 집과 학교를 떠난 아이들이 매년 20만명에 달하며, 이들의 일탈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일본 학생들처럼 극단적인 선택으로는 이어지지 않아 아직 기회가 있다는 점이다.
9월 개학과 함께 학교폭력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사진= 경찰청)
■ 학생들의 안타까운 선택…학교폭력, 가출
교육 당국이 전국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지난해 2학기 이후 ‘학교폭력 피해를 봤다’고 답한 학생이 무려 5만여 명이나 됐다.

또 각 학교 폭력대책위원회에 회부되는 사안도 늘어 지난해 심의 건수는 전년도 보다 32.1% 증가한 3만 993건으로 나타났다.
특히 초등학생의 학교폭력이 심각한 상황이다. 초등학교 학폭위 심의 건수는 6159건으로 전년도보다 50.2% 늘었다.

앞선 교육부 조사의 피해 유형을 보면 언어폭력, 집단따돌림, 사이버 괴롭힘, 절도, 가출, 음주·흡연·약물이 주를 이루고, 최근에는 성추행·성폭행이 늘어나는 추세다.

또 가출 청소년은 한해 20만 명에 이르면서 학생들을 보호하는 공간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학교와 가정을 떠나 사회에서 보호받지 못한 청소년들은 ‘가출팸’을 만들어 집단숙식하고, 임대료나 생활비 등을 마련하기 위해 범죄를 저지르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또 범죄 유형은 날로 심해져 성인범죄를 모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의 정신적·신체적 성장 속도가 빨라지고 다양한 매체에서 폭력적인 콘텐츠를 접하기 쉬워지면서 학교폭력도 심각해지지만, 교육 당국 정책이 이런 현상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학교폭력 신고법. (사진= 경찰청)
■ 학생들을 지키기 위한 일본사회의 노력…"학교에 가지 않아도 괜찮아"
일본 언론과 방송 그리고 포털들은 개학을 앞둔 학생들의 안타까운 선택을 막기 위해 매년 대대적인 개도 활동을 벌인다.

개도 활동은 단순 ‘친구와 사이좋게 지내라’, ‘가출하지 마라’, ‘싸우지 마라’고 말하지 않는다. 어른들 관점에서 학생들에게 ‘XX해야 한다’고 말하는 건 실효성이 없다는 것을 지난 40여 년간 발생한 문제에서 깨달았기 때문이다.

한국의 학부모들이 보면 경악할 만한 일이겠지만, 일본은 언론이 나서 아이들에게 학교 가기 싫으면 가지 말라고 당부한다. 그러면서 학생들이 숨 돌릴 수 있도록 학교나 경찰, 부모가 접근 못 하는 장소를 알려주며 이곳에서 마음껏 쉬고 떠들라고 독려한다.

그런가 하면 학생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모들에게 잔소리를 늘어놓고, 눈높이에 맞춰 익명을 보장한 채팅 상담이나 소셜 미디어(SNS) 그룹을 만들어 학생들이 마음껏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도록 배려한다.

이유는 목숨보다 소중한 건 없고, 학생들이 안타까운 선택을 하면 되돌리기 힘들거나 되돌릴 수조차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난해와 올해 잇따라 청소년 폭력 예방대책을 내놨지만 전국 곳곳에서 성인 강력범죄 뺨치는 청소년 범죄가 잇따랐다. 날로 심화하는 10대 범죄를 두고 일부에서는 이들의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청소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일본은 관련 조사 이후 4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학생들 마음 달래기에 여념이 없다.
학교폭력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신고와 대처가 필요하다. (사진= 경찰청)
날로 심화하는 청소년 문제가 일본을 바짝 따라가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일본 학생들처럼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지지 않아 아직 기회가 있다는 점이다.
우리 학생들이 왜 길거리로 나와 방황하는지 먼저 되짚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한창 꿈을 펼쳐야 할 학생들이 꿈을 펼치지 못하고 접어버리는 건 매우 큰 문제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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