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21세기 사피엔스’ 기술의 역습 어떻게 극복할까

입력 : 2018-09-08 03:00:00 수정 : 2018-09-07 21:16:55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사피엔스’·‘호모데우스’ 저자 유발 하라리 / 바로 인류 앞에 놓인 기술혁명의 미래 조망 / 21세기 착취계층은 인간 아닌 새 패러다임 / 기술 발전이 일자리 없애고 ‘디지털 독재’ / “AI·빅데이터 등 새로운 서사로 통합 필요 이 시대 맞는 경제·사회적 모델도 찾아야"
유발 하라리 지음/전병근 옮김/김영사/2만2000원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유발 하라리 지음/전병근 옮김/김영사/2만2000원


이스라엘의 젊은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의 세 번째 작품이다. 첫 작품 ‘사피엔스’는 인류가 태초부터 살아온 길을 반추해보았다면, 두 번째 ‘호모데우스’는 인류 앞에 놓인 먼 미래를 조망했다. 이번 책에서 저자는 지금 당장 인류 앞에 놓인 기술혁명에 대한 담론을 펼쳐보이면서, 풍부한 지식을 자랑한다.

유발 하라리가 주목한 대목은 기술혁명이라는 난제이다. 앞으로 전개될 생태적 위기나 파괴적인 신기술에 대해 인류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뾰족한 방안이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에서 그가 주목하는 것은 기술혁명이 몰고올 파괴력이다. 아마도 21세기 사람들을 착취하는 계층은 경제엘리트가 아니라, 더 이상 사람을 필요로 하지 않는 새로운 ‘패러다임’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지금 인류는 기술혁명에 의한 ‘알고리즘’의 파괴력을 간과하고 있다. 앞으로 정보는 더욱 소수에게 집중될 것이고, 사람이 접근할 수 있는 영역은 줄게 될 것이다. 우선 청년실업을 포함한 일자리 축소가 그 단적인 사례다.

한국의 경우 일자리 부족이나 청년실업률의 원인을 소득주도성장의 정책 실패라고 지적하는 의견도 많다. 하지만 이는 한국만이 아니라 곧 전 인류에게 닥칠 문제라는 것이다. 기술혁명은 고용 시장에서 점차 인간을 몰아낼 것이며, 무용계급이 대량 발생할 것이다. 대량 실업과는 별개로, 인간의 권위는 알고리즘으로 옮겨가고 알고리즘 독재 즉, 디지털 독재가 부상할 것이다.

일례로 컴퓨터 알고리즘은 자연선택에 의해 만들어지지도 않았으며, 감정이나 직감 같은 것도 없다. 따라서 위기의 순간에도 윤리적 지침을 인간보다 더 잘 따를 수 있다. 단지 이는 윤리를 정확한 숫자와 통계로 코드화하는 방법을 찾아냈을 때만 가능하다. 만약 칸트와 밀, 롤스에게 코드 작성법을 가르쳐주고, 이들이 안락한 연구실에서 신중하게 자율주행 차량을 프로그래밍한다면, 차량은 고속도로에서 주행할 때 입력된 도덕률을 그대로 따를 것이다. 모든 차들이 미하엘 슈마허와 임마누엘 칸트를 합친 운전자에 의해 조종되게 될 것이다. 이는 다시 말해 정확한 숫자와 코드화할 때만 가능하다. 하지만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저자 유발 하라리 이스라엘 히브리대 교수는 “유례없는 기술혁명 도상에 있는 인류는 컴퓨터 알고리즘이 갖고 있는 파괴력을 모르고 있거나, 간과하고 있다”면서 “지금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로는 대처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저자 유발 하라리는 “기술 혁명은 앞으로 수십 년 내에 탄력을 받을 것이고, 그로 인해 인류는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가장 힘든 시련에 직면할 것이다. 인류는 무엇보다 정보기술과 생명기술 분야의 쌍둥이 혁명에 대처할 능력이 있는지 시험을 받게 될 것”이라고 예견한다.

그러면 인류는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유발 하라리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알고리즘과 생명공학을 이해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그것들을 유의미한 새로운 서사로 통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21세기의 전례 없는 기술적, 경제적 파괴에 대처하기 위해 인류는 새로운 사회적, 경제적 모델을 최대한 빨리 개발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고장난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신하는 새로운 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자유주의는 제조업에 기반을 둔 20세기 산업자본주의를 뒷받침하는 체제여서, 기술혁명에 대처할 수 없다는 게 저자의 관점이다. 특히 미래 모델들은 일자리보다 인간을 보호한다는 원칙을 따라야 한다고 했다.

예컨대 많은 사람들이 목을 매는 일자리들은 사실상 따분한 고역이고 구할 가치가 없는 것들이다. 아무도 현금출납원을 평생의 꿈으로 여기지 않는다. 이에 저자는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사람들의 기본적인 필요를 충족시키고 사회적 지위와 자존감을 보호하는 일”이라고 했다. 과거로부터 물려받은 경제적, 정치적 모델이 더 이상 새로운 과제를 해결하기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발 하라리는 그 대안으로 “국가는 보편기본소득제, 보편기본서비스를 보조하는 방법이 있다”고 제시한다. 보편기본서비스의 경우 과거 공산주의가 그렸던 유토피아의 청사진이랑 유사한 부분이 있지만 원인과 목적이 다르다. 보편기본서비스란 주택, 교통, 광열, 사회인프라 등 인간 기본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국가가 책임지는 형태이다.

그는 특히 인간의 겸손과 겸허를 강조한다. 저자는 “전쟁이 모두에게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해도, 그 어떤 신이나 자연의 법칙도 인간의 어리석음을 막지는 못한다”면서 “인간의 어리석음을 치유하는 한 가지 해법이 있다면 그것은 겸허함”이라고 했다. 그는 “민족과 종교, 문화 간의 긴장이 악화되는 원인은 나의 민족, 나의 종교, 나의 문화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하며, 나의 이익이 다른 누구의 이익이나 전체 인류의 이익보다 앞서야 한다는 자만심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