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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을 수 있었는데…" 반복된 인재(人災)에 불안 계속 [밀착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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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9-07 16:24:38 수정 : 2018-09-10 16:5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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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장 옹벽 붕괴’ 상도유치원 일대 가보니 7일 서울 동작구 서울상도초등학교 일대는 전날 밤 사고의 불안감이 채 가시지 않은 모습이었다. 상도초 교문 너머로는 건물 반이 기울고, 군데 군데 금이 가거나 일부가 무너져 내린 서울상도유치원이 자리잡고 있었다. 건물 주변에는 ‘출입금지’라고 쓰인 노란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었다. 상도초 정문에는 취재진과 경찰, 구청 관계자 등이 잔뜩 모여 있었다.

동네 주민들은 오전부터 사고현장 주변에 삼삼오오 모여 현장을 들여다보거나 서로 안부를 물으며 불안을 떨치려 했다. 주민 백모(34)씨는 “천둥소리처럼 큰 소리가 나더니 조금 있다가 소방서에서 나와서 대피방송을 했다”고 사고 당시를 회상했다. 한 40대 여성은 “사람이 없어서 망정이지 큰일날 뻔 했다”며 “아직도 무서워서 심장이 쿵쾅거린다”고 했다.

건물 반이 10도가량 기울어진 서울상도유치원의 모습.
상도유치원 건물은 전날 오후 11시22분 인접한 다세대주택 공사장 옹벽이 갑자기 무너지면서 그 여파로 10도가량 기울었다. 밤 늦은 시각이라 공사장과 유치원에 사람이 아무도 없었던 덕분에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사고 직후 경찰과 소방, 구청 직원 등이 출동해 현장을 수습하고 주민들을 대피시켰으나 불안감은 이날까지 가라앉지 않은 상태였다.

일부 주민은 “저런다고 애들이 안 들어가겠어? 궁금해서 한 번 가보면 어떻게 하려고…”라고 혀를 차며 아이들이 곧 완전히 무너질 듯한 유치원 건물에 접근할 가능성을 우려하기도 했다. 심각한 표정의 어른들과는 달리, 아이들은 마냥 신기한 듯한 얼굴로 유치원 건물 쪽을 기웃거렸다. 상도초 학부모들은 하교길에 아이들 손을 꼭 잡고 발걸음을 보챘다.

상도유치원 학부모 윤모씨가 보여준 문자메시지 내용.
상도유치원 학부모들은 예전부터 이상 징후가 보여서 민원을 제기했다고 입을 모았다. 세살배기 유치원생 손자와 함께 사고현장을 둘러보던 60대 윤모씨는 “어제 오후 2시쯤 유치원 건물 벽과 바닥이 만나는 부분이 4㎝ 정도 벌어져서 교육청과 다산콜센터에 민원을 넣었는데, 4시쯤 ‘시정조치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문자가 왔다”며 문자메시지를 보여줬다.

동작구는 이날 오전 사고 현장에서 브리핑을 열어 “최근 내린 비가 땅속으로 스며들면서 터파기 작업을 한 부분의 흙이 조금씩 쓸려 밑으로 이동했다”며 “기초부위가 약해지다가 급격히 붕괴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추가 붕괴 가능성은 없지만, 점진적 침하를 막기 위해 덤프트럭 1000대 분량의 토사로 땅을 메꾸는 작업을 진행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상도유치원으로 가는 길에 ‘폴리스 라인’이 쳐져 있다.
유치원 건물은 우선 기울어진 부분만 철거할 계획이다. 동작구 관계자는 “(유치원 건물은) 붕괴가 심하고 손상이 큰 부분을 철거하고, 나머지 부분은 정밀안전진단 등을 한 뒤 보강하거나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구는 앞서 오전 10시쯤엔 대피한 주민들에게 “귀가해도 괜찮다”고 알렸다. 그러나 주민 일부는 불안을 호소하며 주민센터를 쉽게 떠나지 못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이날 사고 현장을 찾았다. 박 시장은 “이런 사고가 여러 차례 이어지고 있는데 민간 공사현장이나 구청이 관리하는 공사현장에 매뉴얼이 적용되고 있는지 전면적으로 심사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해당 공사장 시공사가 옹벽을 부실 시공했거나 안전관리의무를 소홀히 했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한 내사에 착수했다.

글·사진=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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