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인터넷(IoT)과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로봇, 유전공학 등 첨단·융합 기술이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해 일과 삶, 관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킨다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경제성장과 국민 삶의 질을 좌우하는 과학기술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예컨대 세계적인 비영리 벤처 재단인 엑스프라이스 재단과 실리콘밸리 창업대학 싱귤래리티 대학 설립자인 피터 디아만디스의 지적대로 간단한 조리용 스토브의 개발이 폐질환은 물론 환경, 빈곤, 교육, 여성인권 등 문제의 해결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최성호 동그라미재단 이사장 경기대 교수 |
전통적 보조금에 대한 대안으로 ‘프라이즈(prize·상금) 플랫폼’을 시도해보면 어떨까. 이는 제품이나 솔루션 등 구체적 목표를 달성해야만 상금을 지급하는 시스템이다. 보조금을 제대로 썼는지 확인하는 번잡한 절차도 필요 없고 연구자 개인에 대한 상금이 강력한 인센티브가 된다. 전문 과학자·공학자에 한정하지 않고 잠재적 개발자 범위를 넓혀 독특한 접근방법이 채택되기도 한다. 상금보다 더 많은 재원과 노력이 투입되는 수많은 성공사례가 해외에서 축적되고 있다.
20여년 전 창립된 미국 민간재단인 엑스프라이즈는 우주·해양 개발, 환경, 에너지, 교육, AI 등 분야에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술과제를 해결해 왔다. 미국 정부도 민간·자선 부문의 성공실적에 자극받아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1년에 모든 정부기관에게 프라이즈 경쟁의 시행 권한을 부여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또 기업가나 시민이 원스톱으로 접근할 수 있는 통합 웹사이트(Challenge.gov)를 개설했다. 이후 2015년에만 35개 미국 정부기관이 134개 프라이즈 제도를 시행했다.
우리나라 역시 이제부터라도 공공·민간 부문이 참여해 사회문제 해결형의 과학기술 혁신을 목표로 한 ‘한국형 프라이즈 플랫폼’이 활성화할 수 있는 기반 조성에 힘써야 할 것이다.
최성호 동그라미재단 이사장 경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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