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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규칼럼] 비핵화 로드맵 만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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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9-06 21:58:24 수정 : 2018-09-06 21:5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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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급증·비전문가 등 문제점 많아/인내심이 북핵협상 우선 덕목 /행동으로 교착 타개할 첫발 떼야/특사단 방북 계기 새 이정표 절실 9월 한반도 정세는 중대 기로에 서 있다. 첫 시험대인 대북 특사단 방북 결과가 나왔다. 특사단은 그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고 비핵화 등 현안들을 논의했다. 김 위원장은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첫 임기인 2021년 1월까지 비핵화 실현을 바란다고 했다. 미국의 상응조치를 전제로 한 발언이다. 특사단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사이에서 메신저 역할도 했다. 북·미 간 접점을 이끌어내려는 중재 활동이다.

특사단 방북은 북·미 비핵화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이뤄졌다. 북한은 종전선언을 요구하고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실행을 원한다. 북한이 핵신고 등 비핵화 초기 조치를 취하느냐가 관건이다.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에 대해 전례없이 신중한 접근을 하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전격적인 방북 취소에 대해서도 반응을 자제하고 있다.

박완규 수석논설위원
18∼20일 평양 남북정상회담과 이달 말 뉴욕 유엔총회를 계기로 한 한·미 정상회담이 이어지면서 한반도 비핵화의 실천적 방안이 윤곽을 드러낼 것이다. 당장엔 북·미가 핵신고와 종전선언을 주고받는 것 외엔 다른 돌파구가 없다. 문제는 핵신고 범위와 종전선언 시기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핵 무기·시설의 전면 신고를 원하지만 북한은 신고 리스트를 최소한으로 줄이려 할 것이다. 북한은 종전선언이 주한미군 주둔 등과 무관한 정치적 선언일 뿐이라고 주장하지만, 미국은 비핵화가 진전돼야 검토할 수 있는 사안으로 간주한다. 고도의 창의력을 발휘해야 풀 수 있는 난제가 아닐 수 없다.

비핵화를 실질적으로 진전시켜 나갈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북핵 협상이 제자리만 맴도는 이유부터 살펴보자. 문제점이 한둘이 아니다.

첫째, 북한 비핵화 로드맵이 존재하지 않는다. 6·12 북·미 정상회담 공동성명만 해도 지나치게 간략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안전보장을 제공하기로 약속했고, 김정은 위원장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약속을 재확인했다”는 게 골자다. 언제까지 무엇을 한다는 내용이 들어있지 않다. 그러니 미국 내 일각에서 ‘쇼’라고 비판하는 것이다.

둘째, 협상 테이블에 북핵 전문가가 드물다. 북·미는 물론이고 중재 역할을 자임하는 한국도 그렇다. 최근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로 발탁된 스티븐 비건 포드차 부회장까지 비전문가다. 협상이 미덥지 않은 이유다. 북핵 협상은 북·미 제네바 합의, 6자회담 공동성명 등 복잡한 협상을 거쳐 두루뭉술한 합의를 했다가 파기한 숱한 전례가 있다. 이를 꿰뚫고 있어야 협상이 제대로 될 수 있다. 실무·고위급 협상이 순탄치 않으니 정상외교가 중요해졌다.

셋째, 북핵 문제를 조기에 매듭지으려는 조급증이 심하다. 북핵 문제는 수십년간 꾸준히 무게를 늘려온 만큼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렵다. 북한은 핵 말고는 내세울 게 없으니 협상 과정을 길게 늘여가면서 자기 속도에 맞추는 방식으로 대처해 왔다. 장기적 관점에서 들여다보면서 단계별로 치밀하게 다뤄나가야 할 문제다.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은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에서 북핵 협상에 대해 “문서 합의 후 실제 이행이 순조롭게 진행되더라도 북·미관계가 ‘비가역적’ 상태에 도달하려면 최소한 3∼4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며 “여론은 합의라는 나무에 과실이 열리는 것을 보고 난 후에야 비로소 굳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북핵 문제는 협상 동력을 유지하면서 차근차근 대처해나가는 인내심을 우선 덕목으로 삼아야 한다.

말이 아닌 행동에서 북핵 문제를 풀어나가는 첫발을 떼야 한다. 멀고도 험한 길이다. 숱한 장애물이 널려 있다. 그런 만큼 로드맵이 필요하다. 핵 동결로 시작해 폐기로 이어지는 길을 찾자는 것이다. 남에게 떠넘길 일이 아니다. 우리는 북핵 협상 중재자이자 북핵 문제 당사자다. 협상의 돌파구를 열고 새 이정표를 세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특사단 방북을 계기로 정부가 심기일전하기를 바란다.

박완규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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