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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수수께끼…'대북 특사' 카드로 답 찾을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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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9-03 13:33:35 수정 : 2018-09-03 13:3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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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교착 상태에 빠진 북핵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대북 특사단을 5일 파견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수석 특사 자격을 맡은 이번 특사단은 문 대통령의 친서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전달하고, 북·미 간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문 대통령의 중재안을 놓고 북한 측과 심도 있는 협의를 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중재 외교’가 통할지 미국 등 관련 국가들이 예의 주시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그러나 6.12 싱가포르 회담 이후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인 단계로 진입하기를 거부함에 따라 ‘북핵 회의론’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6일로 예정됐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을 전격적으로 취소토록 한 뒤 북핵 문제와 북·미 관계가 6.12 정상회담 이전 상태로 되돌아가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미국 언론과 일부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의 중재 외교도 벽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안보 전문 매체인 ‘내셔널 인터레스트’는 2일(현지시간) 다니엘 드페트리스 디펜스 프라이오리티 연구원의 기고문을 통해 “북·미 간 비핵화 대화가 깨지거나 무한정 공전하면 문 대통령이 정치 인생에서 최대의 수수께끼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때는 친밀했는데… 북한의 김영철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가운데)이 지난 7월6일 평양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을 영접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수레의 두 바퀴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는 수레의 두 바퀴처럼 함께 굴러가야 한다는 데 한·미 정부 간에 이견이 없다. 뉴욕 타임스(NYT)는 최근 “문 대통령이 남북 철도 연결 등 수 많은 대북 프로젝트를 어느 정도 진척시킬 수 있을지는 북·미 간에 비핵화에 관해 어느 정도 합의를 이뤄내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NYT는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취소로 문 대통령이 중대한 좌절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드페트리스 연구원은 “북·미 간에 방문 일정 취소, 연기, 설전 등 어떤 일이 벌어져도 문 대통령이 남북 화해의 바퀴가 잘 굴러가도록 기름을 칠하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미 양국이 대북 정책을 놓고 공개적으로 공조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한·미 양측의 입장이 완벽하게 일치하는 게 아니다”고 지적했다. 드페트리스는 “트럼프 정부가 조지 W. 부시, 빌 클린턴, 버락 오바마 정부와 마찬가지로 북한에 바라는 유일무이한 것은 북한의 전면적이고, 완전하며 제한 없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라고 강조했다. 평화협정, 북·미 관계 정상화, 대사관 또는 영사관 교환 개설, 긴장 완화 등 나머지 모든 것은 다 비핵화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게 미국의 입장이다. 드페트리스 연구원은 “바로 이런 이유로 김 위원장이 핵무기, 탄도 미사일, 대량파괴무기 등을 포기할 의사가 없으면 북한과의 대화는 모두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문 대통령 입장에서는 북한의 비핵화가 전부가 아닌 일부 목표에 불과하고, 그의 궁극적인 목표는 남북한 간 교류와 협력의 역사적 변혁을 이뤄내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 이니셔티브를 최대한 빠른 속도로 진척시키려 하고 있으나 미국의 도움이 없으면 이를 실현할 수가 없는 게 현실이라고 그가 지적했다. 미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상임이사국으로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고, 미국의 지원이 없으면 한국 정부가 안보리 대북 결의를 위반하는 사태에 직면하게 되기 때문이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3월5일 평양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김위원장 왼손에 친서로 보이는 서류를 들고 있다.
자료사진
◆문 대통령의 수수께끼

북한과 미국이 비핵화 협상의 교착 국면을 끝내 타개하지 못하면 문 대통령은 중대한 선택의 갈림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게 미국 측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문 대통령이 남북 화해와 협력의 비전 실현을 포기하고, 트럼프 대통령 편을 들어 대북 압박 공세에 동참할지 아니면 미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종전 선언 등 남북 관계 정상화의 길을 걸을지 결단을 내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드페트리스 연구원은 “문 대통령이 한국의 총체적인 안보를 위해 한·미 동맹 관계를 유지할지 아니면 자신이 평생 꿈꿔온 야망을 선택할지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문 대통령이 어느 한쪽을 선택하기 어려울 것이나 북·미 간 외교가 교착 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문 대통령은 자신이 원하는 것보다 훨씬 더 서둘러 양자택일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미 정상회담 쇼

리언 파네타 전 미국 국방부 장관은 2일 미국 ABC 방송의 ‘디스 위크’ 프로그램에 출연해 “북·미 정상회담은 시작부터 실패하기 마련이었다”면서 “서로 악수하고 말을 주고받았으나 거의 쇼였다”고 비판했다. 파네타 전 장관은 “모든 이슈를 들여다보는 기본적인 외교 작업이 북·미 정상회담 이전에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모든 이슈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미국과 북한, 바라건대 한국과 일본 간의 외교적 절차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파네타 전 장관은 “우리가 핵시설이 어디에 있는지, 미사일 실험장이 어디에 있는지, 많은 화학무기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고 사찰에 들어가지도 않았다”면서 “이런 이슈에 관해 진지한 회의를 하지 않았다는 게 문제”라고 비판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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