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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티켓값 고공행진… ‘독이 든 성배’ 될까

입력 : 2018-09-02 20:55:35 수정 : 2018-09-02 21:3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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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금야금 최고가 올리는 뮤지컬계 뮤지컬 티켓 가격이 슬금슬금 오르고 있다. ‘지킬 앤 하이드’ 등 일부 작품이 주말·휴일 관람료를 1만원씩 높이면서 최고가가 15만원으로 올라섰다. 여기에 오리지널 투어인 ‘라이온 킹’이 최고 좌석을 17만원에 판매해 체감 티켓가가 훌쩍 뛰었다. 장르는 다르지만, SVIP석이 55만원인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 내한 공연까지 더해지면서 공연계도 물가 상승의 여파가 미치는 양상이다. 뮤지컬 관람료 인상의 주 원인으로는 출연료 등 제작비 상승이 꼽힌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뮤지컬 대중화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전망과 시장 수요를 반영한 자연스러운 움직임이라는 해석이 엇갈린다.

최근 일부 뮤지컬들이 평일과 주말 가격을 1만원씩 차등화하면서 최고 등급 좌석의 관람료가 15만원까지 오르고 있다. 사진은 뮤지컬 ‘웃는 남자’.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금·토·일 최고 15만원… 야금야금 오르는 티켓값

뮤지컬계는 그간 평일·휴일 가격에 차등을 두지 않아왔다. 그러나 창작 뮤지컬 ‘웃는 남자’는 지난 7, 8월 예술의전당 공연과 5일부터 재개되는 블루스퀘어 공연의 금∼일요일·공휴일 관람료를 R석 15만원, S석 13만원, A석 9만원, B석 7만원으로 책정했다. 화∼목요일(14만∼6만원)보다 각각 1만원씩 비싸다.

배우 조승우·홍광호·박은태가 출연해 큰 화제인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역시 금∼일요일과 공휴일 티켓 가격이 최고 15만∼최저 7만원으로 화∼목요일보다 1만원씩 올려 받는다. 20년 만에 첫 해외 투어를 하는 뮤지컬 ‘라이온 킹’은 최고 좌석이 17만원으로 책정됐다.

1000석 이상 대극장 뮤지컬의 최고등급 좌석이 10만원을 넘은 것은 2001년 ‘오페라의 유령’부터였다. 이후 2005년 ‘오페라의 유령’ 내한 공연이 15만원, 2006년 ‘노트르담 드 파리’ 내한 공연이 20만원의 벽을 깨면서 거품 논란이 일었다. 이후 5∼6년 전까지 대극장 뮤지컬 최고가는 13만원 선에서 유지됐다. 그러다 대형 작품과 투어 작품을 중심으로 최고 14만원 좌석이 조금씩 등장하면서 VIP석을 14만원에 판매하는 흐름이 일반화됐다.

올해만 해도 대극장 뮤지컬인 ‘바넘: 위대한 쇼맨’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시카고’ ‘프랑켄 슈타인’이 티켓 가격을 최고 14만∼최저 6만원으로 책정했다.

◆“출연료 등 제작비 상승…가격 인상 불가피”

관람료 인상의 주범으로는 제작비 상승이 꼽힌다. ‘웃는 남자’를 제작한 EMK뮤지컬컴퍼니 측은 “최근 몇 년간 인건비·세트 재료비 등 제작비가 상승해 티켓 가격을 올려야만 하는 상황”이라며 “가격을 일제히 올리면 관객 부담이 크기에 평일과 주말을 차별화하는 방법을 택했다”고 밝혔다. ‘지킬 앤 하이드’의 오디컴퍼니 역시 비슷한 사정이다.

원종원 뮤지컬 평론가는 제작비 상승의 주 원인으로 스타 마케팅을 꼽는다. 해외와 달리 국내 뮤지컬계는 배우 이름값에 따른 관객 쏠림이 심하다. 이로 인해 때로는 영미권보다 높은 출연료가 형성될 정도다. 특히 최근 배우 매니지먼트 시스템이 일반화되면서 출연료 상승세가 가속화되고 있다.

박병성 뮤지컬 칼럼니스트는 “2010년 정도만 해도 전체 제작비에서 차지하는 배우·스태프 등의 인건비 비율이 평균 20%였다”며 “최근 이 비율이 이미 30%를 넘어섰고, 40%를 초과하는 공연도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칼럼니스트는 “그러니 수익분기점을 맞추려면 공연 기간을 늘리거나 관람료를 올리는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반면 ‘라이온 킹’의 경우는 특수한 상황이다. 대규모 무대 세트를 옮겨야 하고 공연 기간이 짧아 티켓값이 뛸 수밖에 없다. 아시아 투어에 포함된 싱가포르 역시 최고 관람료가 230달러(약 19만원)로 책정됐다. 미국·영국 현지에서 이 작품을 보더라도 대략 최저 12만∼최고 37만원이 소요된다.

배우 조승우
◆“관객 대중화 걸림돌”… “수요 반영한 결과”

티켓 가격 상승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로 우려하는 입장이다. 박 칼럼니스트는 “뮤지컬이 대중예술임에도 대중이 볼 수 없는 수준까지 올라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관람료는 이미 영국·일본과 비슷하거나 더 높은 수준”이라며 “4, 5년 전쯤 대졸 초임 대비 뮤지컬 관람료를 조사한 결과 일본이 19분의 1, 영국이 20분의 1 정도였으나 우리는 거의 13분의 1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원 평론가 역시 “장기적 안목에서 관람료 상승은 극약 처방”이라며 “당장 개별 작품의 수익은 올라갈지 몰라도 전체 시장에서 보면 공연이 대중문화상품이 아닌 애호가나 특정 집단을 위한 장르가 될 위험이 크다”고 진단했다. 원 평론가는 이어 “그럴 경우 외국 뮤지컬계처럼 규모의 경제를 구현하기 힘들어진다”며 “제작자들이 한국 시장이 좁아 외국으로 나가야 한다고 하지만, 티켓값을 낮추면 국내 시장도 더 넓힐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들은 해결책으로 스타 마케팅 자제, 스타에 몰리는 관객 문화의 변화, 제작사 공동 개런티 상한제 도입 등을 들었다.

반면 이를 자연스러운 수요의 반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 뮤지컬계 관계자는 “가격을 올리면 장사가 안 돼야 하는데 오히려 1, 2만원 올라도 수요가 생기고 있다”며 “이는 뮤지컬 시장이 정체기에서 살아나고 있는 청신호 같다”고 밝혔다. 실제 ‘지킬 앤 하이드’는 지난달 22일 1차 티켓 예매분이 2분 만에 매진됐다. ‘라이온 킹’ 역시 거의 전좌석이 동났다. 이 관계자는 “최근 미국 뉴욕에 가보니 인기 공연인 ‘해밀턴’은 60만원을 줘도 4층 맨끝 좌석일 정도였다”며 “뮤지컬은 대중예술이고 하룻밤에 딱 1000∼1500명만 볼 수 있기에 소비자가 원하는 만큼이 가격에 반영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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