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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신상털이에 '합의' 협박…'법정 출석' 두려운 피해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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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9-02 17:00:00 수정 : 2018-09-03 00:2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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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내 신변보호요청 2011년 이후 최대 / 국정농단 1심 이후 '마녀사냥'에 법관들 요청도 증가
30대 여성 A씨는 3년 전 법원 밖에서 피의자 가족들로부터 협박을 당했다. 2년 넘게 사귄 남자친구에게 데이트폭력과 성폭행을 당한 후 재판 증언을 위해 서울의 한 법정에 출석했는데 법원 밖에서 기다리던 피의자 가족이 ‘합의’를 강요한 것이다. 가족은 A씨를 끌고 가 “아들의 인생을 망치려고 하느냐”며 욕설과 함께 합의를 강요했다.

법원이 재판 당사자들에 대해 신상·신변보호를 요청하는 건수가 6년 만에 7배가량 증가해 2011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국정농단 1심 재판이 잇달아 마무리되고 해당 재판부 판사들을 상대로 신상털이 등 ‘마녀사냥’이 이뤄지면서 법관들에 대한 신변보호 요청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일 세계일보가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실을 통해 법원행정처로부터 입수한 ‘2011∼2018년 전국 법원 신상 및 신변보호 요청 현황’ 자료에 따르면 고소인과 피고소인, 피해자 등 재판 당사자들이 법원에 신청해 이뤄진 신상·신변보호 요청 건수는 지난해 기준 114건이다. 2011년 16건에 비해 7배 이상 많이 증가했다. 신상·신변보호 요청이 증가한 배경은 이혼소송 등 가사재판에서 많은 신변보호 요청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2017년 기준 재판 당사자들에게 이뤄진 114건의 신상·신변보호 요청 중 서울가정법원과 대구가정법원에서 접수된 요청만 90건을 차지했다. 한 재경지법 판사는 “남편의 폭력 문제 등으로 부부가 이혼하는 과정에서 아내 측이 신변보호 요청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국정농단 사태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재판에 대한 선고가 잇달아 이뤄지면서 법관들에 대한 신변보호 요청도 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법관이 신변보호를 요청한 건수는 총 3건이다. 모두 서울중앙지법 소속 판사들이다. 전국 최대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은 국정농단 사건 재판을 대부분 맡고 있다. 6년 전인 2011년만 해도 법관에 대한 신변보호 요청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익명을 요구한 변호사는 “국정농단 재판 등 민감한 재판에 대한 선고가 이뤄지고 이런 법관들에 대한 개인정보가 유출됐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국정농단 사태 주범인 박근혜 전 대통령의 1심 선고 당일 자유호국총연맹 등 일부 보수단체는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 부근 법조타운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 단체는 당시 재판장의 관(棺) 모양 조형물을 만들어 휴지통으로 활용했고 그의 사진을 행인이 밟고 지나가도록 길거리 땅바닥에 붙였다.

반면 급증하는 신변보호 요청에도 법원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부분 신변보호가 법원 청사 안에서만 이뤄지기 때문이다. 법정을 벗어나는 순간 보호를 받기 힘들고, 장기간 진행되는 재판의 경우 당사자가 지속적으로 보호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을 지낸 노영희 변호사는 “신변보호 요청이 있을 때 법원에서는 증인 등 재판 당사자들에게 법관들이 사용하는 통로로 다닐 수 있도록 알려주고 법정경위 등이 따라가 주는 정도에 그친다”며 “법정 밖이나 실생활에서 실질적으로 큰 실효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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