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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여혐’에 박수를”… 여대 덮친 ‘탈코르셋’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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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9-02 09:00:00 수정 : 2018-09-02 16: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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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여대에 학우들 공개 비판 대자보 나붙어
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와 있는 화장품을 이용한 ‘탈코르셋’ 인증 사진. 인스타그램 갈무리
화장이나 긴 머리, 하이힐, 미니스커트 등 이른바 ‘코르셋’을 거부하는 ‘탈(脫)코르셋’ 운동이 확산하면서 사회 곳곳에서 크고 작은 마찰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젊은이들이 모인 대학가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얼마 전 숙명여자대학교에서는 “민주주의로 이루어낸 당신의 여성혐오에 박수를 표한다”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은 것으로 알려졌다. 1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이 대자보의 내용을 살펴보면 대학가에서 탈코르셋을 둘러싼 갈등이 심상치 않음을 알 수 있다.
숙명여대 공식 커뮤니티 ‘스노로즈’(http://www.snorose.com) 메인 화면. ‘스노로즈’ 홈페이지 갈무리

자신을 ‘숙명여대 16학번 래디컬 페미니스트’로 소개한 글쓴이는 “숙명여대 공식 커뮤니티 ‘스노로즈’에 올라왔던 코르셋 전시를 지양하자는 내용의 공지가 내려갔다”며 “여성혐오를 굳건히 지켜내신 우리 선배님들 참으로 대단하셨습니다”라는 비판으로 글을 시작한다.

그는 이어 “민주주의라는 이름 아래, 주체적으로 코르셋을 입을 권리와 여성이 저항할 권리를 동등한 수준으로 끌어 올리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라고 비꼬았다. 학교 커뮤니티에 탈코르셋 운동 관련 공지가 올라왔다가 학우들의 항의로 내려간 데 대한 비판이다.

글쓴이는 “숙명여대는 여성의 교육을 위한 대학교이며 사회에서 젠더 권력자인 남성이 배제된 몇 안 되는 공간이라는 정치성을 지닌다”며 “타 여대의 경우, 후배들이 이끌어가는 비혼, 비출산 운동을 지지하기 위해 연애 전시 금지 공지를 올렸다”고 비교하기도 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블로그 등에서 유행처럼 번진 ‘탈코르셋’ 관련 웹툰.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학우들을 향한 신랄한 비판이 이어졌다. 글쓴이는 “탈코르셋 운동은 당신들이 평화롭게 유지해오던 마지막 권력인 예쁨의 권력을 파괴하고 당신은 젠더 권력자의 인형에 불과했다는 것을 거울로 보여준다”며 “그리고 당신도 가해자라고 명확히 지목한다”고 전했다.

글쓴이는 또 “나는 얼마나 세상이 권유라는 이름 아래 여성성을 강요하는지, 동시에 여성성에서 벗어난다면 겪게 될 차별이 어떤 것들인지 잘 알기에 선택했다”며 “후배들을 버리는 당신들이 나와 같은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나 있겠는가”라고 되물었다.

대자보는 “당신들이 이루어낸 여성혐오는, 후배 여성들의 인권을 옥죌 것이다”라며 “당신들의 성공을 축하한다”는 말로 마무리된다. 글쓴이는 자보 말미에 “당신들의 워마드”라고 표시함으로써 자신이 온라인 남성혐오 커뮤니티 ‘워마드’ 회원임을 암시하기도 했다.
‘민주주의로 이루어낸 당신의 여성혐오에 박수를 표한다’는 제목의 대자보.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민주주의로 이루어낸 당신의 여성혐오에 박수를 표한다’는 제목의 대자보.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이 같은 갈등은 숙명여대 뿐 아니라 대학가 전반, 나아가 사회 곳곳에서 포착된다. 탈코르셋 운동에 동참하지 않는다고 해서 ‘흉자’(남성 성기에 빗대 남성을 흉내내는 여성이라는 뜻)라고 조롱하거나 “너희들 때문에 탈코르셋 운동의 동력이 약화하고 있다”는 식이다.

대학생 박모(20·여)씨는 “탈코르셋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동참하지 않는다고 ‘멍청하다’는 투로 말하는 건 분명 문제”라고 지적했다. 할리우드 배우 엠마 왓슨은 “페미니즘은 여성에게 선택권을 부여하는 것이지 다른 여성을 때리는 ‘스틱’이 아니다”라고 한 바 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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