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혁명을 일으키게 하고 국회를 폭파하자고 말하게 할 만한 국회 실상은 최근 국회를 들쑤신 국회의원 외유, 특수활동비 문제에서 일부나마 확인할 수 있다. 국민권익위원회의 공직자 해외출장 내역 전수조사 결과 국회의원 38명이 청탁금지법 위반 소지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으나 전체 내용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이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가 경남지사 시절 “국회 대책비로 나온 4000만~5000만원 중 남은 돈을 집사람에게 생활비로 주곤 했다”고 고백하면서 처음 민낯을 보여준 국회 특수활동비는 최근 비밀이 한 꺼풀씩 벗겨지면서 국민을 분통 터지게 하고 있다.
김기홍 논설위원 |
민주당이 이해찬 대표 체제로 탈바꿈했고 한국당은 새 체제를 준비하고 있다. 이해찬 대표는 “국민들을 위한 최고 수준의 협치를 추진하겠다”고 강조했지만 ‘최고 수준의 협치’ 같은 것은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민주당의 관심은 문재인정부 성공, 총선 승리, 정권 재창출을 통해 지금 갖고 있는 것을 뺏기지 않는 것이다. 환골탈태를 모색하는 한국당의 목표 역시 지난 9년간 갖고 있다 뺏긴 것을 되찾아오는 것이 될 것이다. 협치? 우리 국회 사전에 그런 것은 없다.
촛불 민심 이후에도 국회 운영 방식은 변하지 않았다. 여야와 공수(攻守)만 바뀌었을 뿐 국회 운영의 무능과 비효율은 그대로다. 총선 때마다 물갈이 경쟁이 벌어져 절반 가깝게 얼굴이 바뀌지만 잘못된 관행과 불합리한 제도는 개선되지 않는다. 문제는 사람이 아니라 기득권을 떠받치는 구조다.
국회 구조 또는 정치 구조 개혁의 핵심은 기득권 양당의 국회 독과점 체제를 깨는 것이다. 현행 소선거구제의 승자독식 폐해가 심각하다. 대안으로 거론되는 중대선거구제, 연동형 비례대표제, 권역별 비례대표제 등은 각각 일장일단이 있다. 폐기된 대통령 개헌안은 ‘국회의 의석은 투표자의 의사에 비례하여 배분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비례성과 대표성을 제대로 보장할 수 있는 선거제도 개편을 강력하게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주당은 선거제도를 앞장서 개혁할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해찬 대표는 “헌법상 권력 구조와 연계된 사안이어서 가능한 한 개헌과 연계해서 다뤄야 한다”며 개헌 핑계를 댔다. 민주당이 기득권에 안주하는 것은 배신이다.
선거제도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의석 수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 국회 불신이 관건이다. 중요한 것은 건강한 정당정치를 위해 무엇이라도 지금 당장 시작하는 것이다. 선거제도를 개혁하기에 딱 좋은 시기는 따로 없다. 하기로 마음먹은 때가 절호의 기회다.
김기홍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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