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 8월의 날씨를 실례로 생각해볼 수 있다. 하루를 시작하면서 기온이 내려가게 되기를 바라면서 오늘의 날씨 정보를 찾는다. 이것은 오늘에만 해당되는 특수성에 주목하고 있다. 좀 더 범위를 넓히면 시간과 지역의 범위를 추가할 수 있다. 2018년 여름 기후의 최고 기온, 지역별 현황과 차이, 폭염의 원인 등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폭염이 지속되다 보면 올해만 유난히 더운지 아니면 올해만큼 더운 해가 있었는지 기억을 돌이켜보고 우리만 덮고 다른 나라는 어떠한지 관심을 넓혀가게 된다. 이것은 지금 여기를 벗어나 보편성에 주목하고 있다. 여기서 지구 생태계나 지구 온난화 등의 주제로 시야를 넓히게 된다.
신정근 성균관대 교수 동양철학 |
이러한 질문은 그냥 하루하루 바쁜 세상에 쓸데없는 질문으로 간주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올해의 가정용 전기 요금의 누진제를 두고 말이 많았던 기억을 떠올리면 결코 쓸데없는 질문이 아니다. 만약 2018년의 폭염이 앞으로 몇 년간 계속된다면 전기요금의 누진제를 한시적으로 완화시키는 임시방편이 아니라 폐지를 가닥으로 잡아야 한다. 폭염이 이어지면 이제 언제부터 에어컨 타령을 했느냐가 아니라 ‘에어컨 없는 여름’은 상상하기조차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고령사회가 성큼 다가오는 만큼 불행한 비극이 언제 일어날지 모른다. 또 전기 이용량이 늘어나게 되면 에너지 수급과 관련해서 대책을 세워야 한다. 폐지와 존속을 둘러싼 원전 정책과 대체 에너지의 개발 등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그때’가 되면 ‘누군가’ 고민하겠지 하고 넘어갈 사안이 결코 아니다. 지금 준비하지 않고 닥쳐서 고민하게 되면 겪지 않아도 될 고통은 고통대로 겪고 비용은 비용대로 쓰게 된다. 이처럼 기후는 머지않아 우리의 삶을 점점 더 심각하게 위협하는 문제로 다가올 수 있다. 그때 기후는 사람이 조금 참으면 넘어가겠지라고 생각하는 정도가 아니라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생존의 기본권과 행복 추구권을 위협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사람은 생각하는 동물이라고 하지만 보통 눈앞에 닥친 일을 하나씩 해결하면서 살아간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1년 뒤의 일이나 10년 뒤의 일, 그리고 최근 10년과 100년의 일에 관심을 두기가 쉽지 않다. 정부와 공공기관은 이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고 그 결과를 공표해 시민사회와 공유하면서 공론의 장에서 제기된 다양한 문제를 모색하는 장을 마련해야 한다. 이렇게 보면 2018년 여름의 경험은 우리에게 커다란 숙제를 안겨주었다. 개개인은 추억을 세세하게 간직하면 충분하지만 공동체 차원에서는 머지않은 미래에 닥칠 문제를 풀기 위해 보편의 관점에서 연구에 나서야 한다. 그 연구는 지금 당장 시작해도 빠른 것이 아니라 차일피일 미루다 보면 뒷북을 치게 된다.
신정근 성균관대 교수 동양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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