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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이젠 '몰(Mall) 경제'다…111년 만의 기록적 폭염에 '몰링족' 급증

입력 : 2018-08-26 05:00:00 수정 : 2018-08-24 10:4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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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드마크 복합시설물 유동인구 증가, 관광수익 증대 및 지역경제 활성화 / 해당 시설물 경제가치, 고용 창출 효과 낳아…선순환 구조 생성 / 쇼핑부터 외식·문화·여가 즐기는 '몰링' 문화 정착 / 무더위 피해 올인원 서비스, 시원한 냉방 찾아 쇼핑몰로 모이는 시민들…'몰캉스' 이제 유행 넘어 대세로 자리해
111년 만의 폭염이 여름 휴가풍경도 바꾸고 있습니다. 러시아나 호주 등 비교적 시원한 국가 여행을 선택하는 이들이 늘었고, 국내에서는 폭염을 피해 에어컨이 나오는 실내에서 더위를 식히려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몰캉스'(쇼핑몰 피서), '백캉스'(백화점 피서), 집에서 쉰다는 '홈캉스' 등 신조어가 유행하고 있습니다.

한 시장조사 전문업체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여름휴가 때 ‘여행을 가야 한다’(42%)는 직장인보다 ‘여행을 가지 않아도 좋다’(53.2%)는 직장인이 더 많은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여행 대신 계획한 일정으로는 ‘아무것도 안 하고 집에서 편하게 쉬는 것’(56.4%)이 대세였습니다.

이런 가운데 복합쇼핑몰 경제 효과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습니다. 복합쇼핑몰은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 활력도를 높이는 새로운 경제 중심지라는 것인데요.

그럼에도 최근 복합쇼핑몰의 영업과 출점을 제한하는 규제 법안이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으며, 심지어 백화점·전문점까지 동일한 규제를 확대해 나간다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들려오고 있습니다.

물론 복합쇼핑몰 출점이 주변 중소상권에 단기적, 부분적으로 일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매출 및 고용창출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와 소비자 후생 증대에 긍정적인 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입니다.

다시 말해 복합쇼핑몰은 광범위한 배후지 소비자를 유치함으로써 지역 내 소비지출을 확대하고, 관광·숙박 등 관련 서비스업 고용을 유발함으로써 부정적인 효과를 상쇄하고도 남는 긍정적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것입니다.

복합쇼핑몰 규제가 중소상권 매출액 증가로 연결되기 어려운 시대적·구조적 상황에서 대기업 규제보다는 중소상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상생모델 개발에 보다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에도 당국이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잘 지은 건축물은 그 자체로 국가의 자산이 되기도 하고, 방문 인구를 늘려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이바지하여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잘 지은 건축물은 그 나라의 문화가 되고, 이 문화를 보기 위해 찾은 관광객들로 인해 해당 지역은 긍정적인 후광효과(halo effect)를 얻게 된다.

랜드마크형 복합시설물이 도시경쟁력을 높이는 것도 빌바오 효과(문화가 도시에 미치는 영향)라고 할 수 있다. 한 나라의 랜드마크는 그 나라의 상징적인 건물로서 문화적 가치를 지니기도 하지만, 국내 및 해외 관광객 방문을 이끌어 부가적인 경제 효과를 창출함으로써 지니는 경제적 가치 또한 크기 때문이다.

실례로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샌즈’는 오픈한 뒤 외국인 관광객 수가 전년 대비 20% 증가했고, 말레이시아의 ‘페트로나스 트윈타워’는 완공된 지 4년만에 관광객 수가 139% 늘어나기도 했다. 대만의 ‘타이베이 1010’도 완공된 후 4년만에 관광객이 71% 증가했다.

◆사람 몰리는 곳에 돈이 모이고 고용도 늘어나

관광객 증가는 곧 관광 수익 증대 및 경제 활성화로 이어진다. 랜드마크형 복합시설물이 있는 지역으로 모여드는 유동인구가 증가하면 이곳을 방문한 고객 및 타 지역 거주자의 소비가 자연스럽게 발생한다. 이러한 소비가 모여 지역 상권의 활력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낳는다. 긍정적인 영향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곧 새로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면서 지속적인 선순환 효과를 발휘한다.

이러한 효과가 새삼 주목받는 것은 바로 여기에 있다. 랜드마크 복합시설물이 만드는 일자리 창출 효과다. 랜드마크 복합시설물을 짓기 위해서는 노동력을 필수로 하기 때문에 건설 단계에서부터 고용창출 효과는 시작된다. 완공 후에는 새롭게 생긴 복합시설물 내 일자리로 고용 창출 효과가 발생한다. 개장 이후 점차 증가하는 유동인구와 이로 인한 지역 상권 활력으로 로컬(local) 일자리도 늘어나게 되면서 고용창출 효과는 점차 증가한다.

랜드마크 복합시설물의 일자리는 상당수가 서비스 직종에 속하는 경향이 있다. 선진국의 경우 부가가치 및 고용에서 서비스 직종 비중이 80%를 차지한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우리나라도 서비스업이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8.69%로, 제조업이 15.8%인 것에 비해 약 5배에 다다른다. 따라서 서비스 직종에서 일자리 증가는 국가 고용창출과 경제성장의 주요한 몫을 차지한다고 볼 수 있다.

◆잘 키운 대형 복합쇼핑몰, 지역 일자리 창출 보물창고

대표적인 사례로 서울 잠실의 롯데월드타워와 롯데월드몰을 들 수 있다.

롯데월드몰은 쇼핑몰, 마트, 백화점, 아울렛 등 쇼핑 시설부터 영화관, 서점 등 문화 시설, 유명음식점 등으로 구성된 복합 쇼핑몰로 국내·외 고객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특히 랜드마크인 롯데월드타워 개장과 러버덕, 1800+판다, 수퍼문, 불꽃축제 및 스위트스완 전시로 이어진 이벤트로 관광 명소이자 쇼핑몰로 유명세를 타면서 국내외 관광객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랜드마크이자 복합시설물로 자리잡았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롯데월드타워 및 롯데월드몰이 개장 이후 십수년간 큰 변화가 없었던 잠실 상권에 활력이 생기고 유동인구가 증가했다. 롯데그룹에 따르면 롯데월드몰 방문객은 2015년 2800만명, 2016년 3300만명, 지난해 3900만명에 이르러 1억만명을 돌파했다.

한 카드사 분석 자료에 따르면 롯데월드몰에 방문한 고객 가운데 24%는 인근 상점에서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방이시장, 석촌호수변 카페거리, 방이동 먹자골목 등에도 유동인구와 소비가 증가함에 따라 제2의 호황을 맞고 있어 상인들의 모처럼 미소짓고 있다.

롯데월드타워 및 롯데월드몰이 유발한 고용창출 효과도 눈 여겨 볼만하다. 이곳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취업 유발 인원은 3만4000명에 이르며, 실제 건설 현장에서 하루 평균 3500여 명의 일자리가 생겼다. 완공 이후 직·간접적으로 3만3000여 명의 일자리가 창출되기도 했다.

특히 복합쇼핑몰이나 랜드마크에서 창출되는 고용 업종은 2030대 청년층 및 여성들이 선호하는 일자리가 많아 고용창출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 실제 롯데월드몰 인력 77%가 2030대로 구성되어 있으며, 여성 비중은 절반이 넘는(63%)다. 입점브랜드 약 60%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으로 구성되어 있어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사업에게도 새로운 성장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국내 고용 창출에 대한 의지를 밝힌 바 있다. 5년 임기 내 81만 개 공공부문 일자리의 단계적 창출뿐만 아니라, 민간부문에서도 50만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약속했다. 노동소득 증가를 통한 내수 및 총수요 확장으로 소득 주도의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계획이다. 기업의 생산 활동이 활발해지면 자연스럽게 고용이 늘어난다는 낙수효과와 노동생산성 향상으로 고용의 질 확대와 기업 활력강화를 기대하고 있다.

롯데월드타워와 롯데월드몰은 이러한 정책 방향과 부합한다. 이곳에서 창출하는 관광수익으로 내수 시장 활성화에 기인하고 있으며, 고용창출로 노동소득 증가를 견인하고 있다. 청년 및 여성 일자리 증대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생산 활동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해도 롯데는 관광객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곳에서 창출될 경제 및 고용 효과도 기대된다. 잘 키운 대형 복합쇼핑몰이 지역 경제와 고용의 '보물창고'가 되고 있는 것이다.

◆소비에서 외식, 여가까지…'몰링' 문화 여름 신(新) 트렌드로 자리잡아

쇼핑몰이 변화하고 있다. 쇼핑몰은 이제 쇼핑만 하던 곳에서 나아가 먹고 마시고 즐기며 문화와 여가를 즐기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변모했다. 풍부한 유동인구를 끌어 모으며 쇼핑의 즐거움과 문화, 여가까지 즐길 수 있는 공간, 이러한 공간을 통해 쇼핑과 다양한 문화 체험을 동시에 즐기는 소비행태를 '몰링' 문화라고 한다. 1877년 이탈리아 밀라노의 엠마뉴엘레 광장에서 조성된 대형 야외시장이 몰 개념의 초기 모습으로 알려져 있다. 현대적 개념의 몰은 1956년 오스트리아계 이민자인 빅터 그루엔이 지은 미 중부 미네소타에디나에 사우스데일 센터라는 상업시설이 그 시초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상업 목적으로 형성된 몰은 어떻게 문화의 공간으로 탈바꿈하게 된 것일까. 우리나라에서도 초기 몰은 상업 목적으로 지어졌으나, 사회문화와 소비 트렌드 변화로 쇼핑몰도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변화를 꾀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점차 편리하고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가심비(가격 대비 만족) 높은 소비를 선호하며 단순히 쇼핑만을 즐기기보다는 한 곳에서 다양한 욕구를 해결하기를 원했다.

이러한 소비자들의 니즈에 맞추어 쇼핑몰은 점차 다양한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그 모습을 갖추어 갔고, 이곳에서 여가를 즐기기에 이르렀다. 사람들의 뇌리에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는 콘텐츠가 중요해지면서, 각 쇼핑몰은 저마다의 컨셉트와 콘텐츠로 개성있는 테마문화공간을 꾸리며 복합문화시설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몰링'이 낳은 바꾼 새로운 바캉스 문화

가성비 좋은 소비를 쫓는 문화는 피서 문화도 바꾸어 놓았다. 무더운 여름철이 되면 사람들은 더위를 피하기 위해 산과 바다 등지로 피서를 떠난다.

그러나 이러한 피서지를 찾기 위해서는 비용도, 시간도 만만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특히 올해는 기록적인 폭염이 계속되면서 사람들은 멀고 비싼 피서지 대신에 가성비 높은 곳을 찾았고, 몰캉스, 백캉스 등의 신조어를 탄생시켰다.

복합쇼핑몰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인 '올인원(All-in-one)'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점과 시원한 냉방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사람들을 이곳으로 결집시킨 것이다. 복합쇼핑몰에서 쇼핑과 외식, 여가활동을 즐기는 '몰링족' 혹은 '몰고어(mall goer)'들은 더위를 피해 쇼핑몰을 안식처로 찾고 있다. 최근 한달 여간 지속된 폭염으로 인해 더위를 피할 목적으로 쇼핑몰을 찾는 사람들의 수도 증가했지만, 체류 시간 역시 증가한 것도 특징이다.

대표적인 곳이 하남 스타필드와 잠실 롯데월드타워 및 롯데월드몰이다. 쇼핑테마파크 ‘하남 스타필드’는 하루 평균 10만~11만명이 방문했다. 주말 평균 하루 방문객보다 10~11% 늘어난 수준이다. 이러한 여세를 몰아 스타필드에서는 방학 등을 이용해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하며 '포스트 휴가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몰 도시' 잠실, 급증하는 유동인구의 긍정적 연쇄 효과

잠실 롯데월드타워 및 롯데월드몰은 하루 21만명, 일주일 200만명 시민이 방문해 더위를 식히고 있다. 서초구 총 인구 20만명, 세종시 29만명과 비교하면 '몰 도시'가 운영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이곳은 지열·수열·폐열을 재사용하여 태양광발전 등을 통해 에너지 총 사용량의 15%를 자가발전하고 있어 스마트한 친환경 에너지 운용을 하고 있다.

롯데월드타워 및 롯데월드몰 유동인구 증가는 단순히 복합쇼핑몰을 운영하는 기업과 입점업체의 이익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이곳의 방문 인원이 소비하는 음식의 양도 늘어남에 따라 식재료를 공급하는 중소 협력사와 농어민들에게까지 직·간접적으로 금전적인 수혜가 돌아가고 있다.

이 지역을 찾은 유동인구는 주변에 방이먹자골목, 석촌호수변 카페거리 등지로 방문을 이어가며 잠실 일대 상권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중소 점포 개업도 늘어나며 청년 창업 가속화 효과를 낳고, 긍정적인 효과가 연쇄적으로 나타나며 더불어 사는 경제를 실현하고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아직도 대형 몰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정치권, 이익단체의 논리에 휘둘려서 몰에 대한 인식이 왜곡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며 "대형 몰에 사람이 몰리니 소상공인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는 단순한 논리만을 반복하면 시민들의 안위도, 상생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순한 쇼핑공간이 아닌 휴식, 외식, 문화 등을 누리는 현상은 선진국에서도 이미 보편화되어 있다"며 "복합쇼핑몰은 지역 명소에서 나아가 지역 가치도 끌어올리는 랜드마크 그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몰링 문화는 지독한 무더위 속에서 시민들의 안식처가 되고 있다. 더위에 지친 시민들은 복합쇼핑몰을 찾아 다양한 문화를 즐기며 먹거리와 놀이시설을 통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복합쇼핑몰의 효과로 주변 상권과 청년 창업자들에게까지 긍정적인 효과가 확산되고 있다. 문 정부가 외치고 있는 '국민이 주인인 정부, 더불어 잘 사는 경제'라는 구호에 부합하는 곳이 이곳이 아닐까 싶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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