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씨는 “전기요금이 예년에 비해 더 나올 것으로 생각은 했지만 누진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한다는 발표가 있어 ‘10만원 정도 나오겠지’ 생각했는데 고지서를 받고 나니 뒤통수를 맞은 심정”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올해 111년 만에 닥친 최악 폭염으로 ‘전기요금 폭탄’을 맞은 시민들의 원성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현재의 누진제를 조정했음에도 다음 달 소급 적용될 주택용 전기요금 할인 혜택도 그리 크지 않을 전망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폭탄 요금’으로 전기요금이 평소보다 2배 이상 늘었다는 글들이 쇄도하고 있다. “전기요금 33만원, 말로만 듣던 누진세 폭탄이 우리집이었다”, “전기세 지난달보다 약 2배 증가… 근데 출산가구 할인받아서 저 금액”이라는 내용들이다.
이에 대해 한전 측은 “전기요금 검침이 이미 끝난 뒤 요금이 부과된 탓에 한시적으로 완화된 누진제가 적용되지 않았다”며 “다음 달 요금 부과 때 할인 혜택이 소급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전에 따르면 누진제에 따라 전기 사용량이 많은 주택일수록 더 많은 요금을 낸다. 200㎾h까지는 1㎾h당 93.3원의 요금이 부담된다. 201∼400㎾h까지는 187.9원, 401㎾h 이상일 때는 280.6원이 적용된다. 정부는 폭염이 이어지자 현재의 누진제가 각 가구에 부담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1단계와 2단계 누진구간을 각각 100㎾h만큼씩 확대했다. 3단계 누진제 적용 전기 사용량을 300㎾h, 301∼500㎾h, 501㎾h 이상으로 조정한 것이다.
한전에는 전기요금 폭탄을 맞은 사람들의 항의도 빗발치고 있다. 서울에 사는 A씨는 “누진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하기로 했는데 요금은 별반 차이가 없지 않으냐”며 “국민 불편을 해소하겠다며 내놓은 정부의 지원대책이 실상 ‘생색’만 낸 것이 아닌가 싶다”고 토로했다.
그동안 논란을 빚었던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 폐지와 관련해 정부는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20일 세종시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누진제를 바꾸려면 현재 누진제 1단계를 쓰는 800만가구, 2단계 600만가구 등 총 1400만가구의 전기요금이 올라야 한다”며 “누진제 개편은 쉽지 않다”고 밝혔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