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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촌·조카 ‘北·美 관계’ 실랑이에 한때 어색

입력 : 2018-08-21 00:11:40 수정 : 2018-08-21 00: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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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싱가포르 회담 이행 안해… 몰아내야” /“김일성 때문에 6·25 터져” 답하자 싸늘 / 北가족 ‘김일성 표창’ 자랑 제지 당하기도 설렘과 감격이 넘치는 이산가족 상봉장이었지만 오랜동안 서로 다른 체제에서 살아온 탓인지 때로는 어색함이 묻어나기도 했다.

특히 북·미관계를 두고선 남북의 이산가족들 사이에 사소한 논쟁이 벌어지는 장면도 목격됐다.

북측 조카 차성일(50)씨는 남측 차제근(84) 할아버지를 만난 자리에서 “큰 아버지, 죽기전에 고향에 한번 오라요. 통일이 빨리 와야지요”라면서 “미국 놈들을 내보내야 해.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행을 안 한다는 말예요”라고 미국을 비난했다. 이에 차 할아버지가 “그래 빨리 통일이 와야지. 6·25가 난 것이 김일성이 내려와서 그렇다”고 답하자 화기애애하던 분위기는 금새 찬물을 끼얹은 듯 굳어졌다. 이어 차성일씨는 양손을 저으며 “그건 거짓말이라요. 6·25는 미국놈들이 전쟁한 거예요. 우리는 우리 힘으로 싸웠습니다”라고 받아쳤다. 잠시 침묵하던 차 할아버지는 웃으며 “그래. 그건 잘한 거야”라며 넘어갔고, 그렇게 논쟁은 일단락됐다.

북측 가족들은 북한 당국에서 받은 표창을 남측 가족에게 자랑하기도 했다. 권석(93) 할머니의 손자 리철(61)·리윤(56)씨는 평양곡산공장에서 재직하면서 노동당 중앙위원회에서 받은 훈장 6개를 가져와 할머니에게 보여줬다. 북측 가족이 표창을 자랑하기 위해 테이블에 꺼내 놓는 과정에서 남측 지원요원과 가벼운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주정례(86)씨의 북측 조카 주영애(52)씨가 받은 김일성 표창을 자랑하자 남측 지원요원은 표창장을 테이블 아래로 내릴 것을 여러 차례 권유했다. 하지만 주영애씨는 “최고 존엄을 어떻게 내릴 수 있느냐”며 거부했고, 남측 지원요원이 뒤집어 두는 것을 제안하자 “뒤집는 것은 더욱 안 된다”며 반발했다.

한편 20일 이산가족 상봉행사에서 북측에 있는 자녀를 만난 남측 이산가족은 7명이다. 형제·자매와 재회한 사람은 20여명이며, 조카를 비롯해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3촌 이상의 가족을 만난 이들도 많았다.

박수찬 기자, 금강산=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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