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여년 만의 만남은 갖가지 안타까운 사연으로 눈물바다를 연출했다. 부녀, 모자, 형제, 자매 할 것 없이 노인이 된 이들은 서로의 눈물을 닦았다. 20일 북한 금강산호텔에서 만난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참가한 이들의 애끓는 가족애는 긴 세월에도 조금도 무뎌지지 않은 모습이었다.
“내 딸들아” 20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남측 한신자(99) 할머니가 북에서 온 딸 김경실(72)씨의 손을 부여잡고 울먹이고 있다. 금강산=사진공동취재단 |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첫날인 20일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단체상봉 행사에서 남측 이금섬(92) 할머니가 북측 아들 리상철 씨와 만나 오열하고 있다. |
곽호완(85) 할아버지는 전시에 납북된 형님의 두 아들과 상봉했다. 그는 충북 제천시에 살던 여름, 인민군 관계자들이 회의를 한다며 동네 사람들을 소집시켰고, 형님이 그 회의에 갔다가 돌아오지 않은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형님과 같이 사라진 사람은 10여명. 곽 할아버지의 형님은 21살이었다. 형님의 친구분이 십여년 전 이산가족 상봉 때 상봉을 하고 그 자녀들에게 형님의 소식을 얘기해 전해듣게 됐다. 형님은 사망했다고 들었다.
“며늘아기” 20일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단체상봉 행사에서 남측의 최고령 상봉자인 백성규(101) 할아버지가 북에서 온 며느리 김명순(71)씨와 손녀 백영옥(48)씨를 만나 기뻐하고 있다. 금강산=사진공동취재단 |
최고령 상봉자 백성규(101) 할아버지는 오히려 자신을 보고 오열하는 며느리와 손녀를 다독이며 얼굴에 미소를 띠었다. 백 할아버지의 며느리는 한복을, 손녀는 양장 차림으로 시아버지, 할아버지를 기다리고 있었다.
금강산호텔 2층 연회장에 마련된 상봉장에는 북측 가족들이 먼저 들어와 각자 테이블에 앉아 남측 가족들이 입장하기를 기다렸다. 북한 노래 ‘반갑습니다’가 울려퍼지면서 흥겨운 분위기를 끌어올렸지만 분위기는 이내 숙연해졌다. 남측 가족들이 입장하면서 서로를 알아본 가족들의 탄식이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흥겹게 울려퍼지던 음악 소리도 잦아들었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금강산=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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