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자녀와 상봉한 南 부모 ‘7가족’ / 형제·자매 재회한 가족도 20여명 남북의 이산가족들이 65년여 만에 헤어진 가족과 다시 만난 20일 이산가족 상봉행사에서 북측에 있는 자녀를 만난 남측 이산가족은 7명이다. 형제·자매와 재회한 사람은 20여명이며, 조카를 비롯해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3촌 이상의 가족을 만난 이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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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들아” 20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남측 한신자(99) 할머니가 북에서 온 딸 김경실(72)씨의 손을 부여잡고 울먹이고 있다. 금강산=사진공동취재단 |
한신자(99) 할머니는 북에 두고 온 두 딸 김경실(72)·경영(71)씨를 만났다. 한씨의 가족들은 함경남도 흥남에 살았으나 1951년 1·4 후퇴 당시 두 딸을 친척 집에 맡겨둔 탓에 셋째 딸만 데리고 남으로 내려오면서 두 딸과 이별했다. 한 할머니의 아들인 김경석씨는 상봉을 앞두고 취재진에게 “어머니가 ‘고생해서 살았을 거다’라고만 하신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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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첫날인 20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한신자(99) 할머니가 북측의 딸들 김경실(72), 김경영(71)의 사진을 살펴보고 있다. |
이기순(91) 할아버지는 이번 상봉에서 북에 사는 아들을 만났다. 그는 상봉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내 아들이 맞는다면 여러 말 안 해도 하나만 물어보면 알 수 있다”며 두 살 때 헤어졌던 아들을 만날 시간을 손꼽아 기다렸다.
김영수(81) 할아버지는 형 영선(86)씨, 여동생 영애(79)씨와 상봉을 했다. 김씨는 황해도 은율군에서 아버지, 형, 여동생과 살던 중 1·4후퇴 당시 징집을 피하기 위해 친척집에 몸을 숨겼다. 1952년 영국 군함을 타고 황해도민들이 월남할 때 친척들과 함께 급하게 남으로 내려오면서 가족들과 헤어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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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첫날인 20일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남측 김춘식(80) 할아버지가 북측 동생들 김춘실(77·오른쪽)과 김춘녀(71)를 만나고 있다. |
김춘식(80) 할아버지는 남쪽에서 태어난 남동생 춘영(64)씨와 함께 북에 남겨졌던 여동생 춘실(77)·춘녀(71)씨를 만났다. 김씨의 고향은 황해도 옹진으로 6·25 전쟁 당시 인공기와 태극기가 한 달에 두 번씩 번갈아 나부낄 정도였다고 한다. 김 할아버지는 “인민군이 올 때마다 피난을 몇 차례 나왔는데 마지막으로 피난을 올 때도 ‘이번에도 인민군이 한 달이면 나가겠지’란 생각으로 나왔다”며 “조그만 애들은 잡아가지 않으니까 (여동생들을 남겨두고 왔다)”고 말했다.
박수찬 기자, 속초=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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