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씨처럼 제1금융권 대출이 어려워 제2금융권의 고금리 대출을 이용한 이들의 불안심리를 악용하는 대출사기형 보이스피싱이 급증하고 있다. 가뜩이나 팍팍한 살림살이로 대출조차 받기 힘든 서민들의 쌈짓돈마저 노리는 것이다. 특히 대출사기형 보이스피싱은 피해자 대부분이 40~50대 남성이다.
경찰청이 최근 발표한 2018년 상반기 보이스피싱 피해 현황에 따르면 올 1월부터 6월까지 1만6338건의 보이스피싱 피해가 접수됐고 피해액은 179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1만626건, 1051억원)보다 발생 건수로는 54%, 피해액으로는 71% 증가한 규모다.
올 상반기 전체 보이스피싱 사례 1만6338건 중 80.5%에 달하는 1만3159건이 대출 사기형이었다. 사칭 금융기관은 캐피털(4322건), 시중은행(3703건), 저축은행(2857건), 특수은행(1129건) 등이다. 대출사기형 피해자 대다수는 가장으로서 경제적 고민이 가장 큰 40∼50대 남성이었다.
40대 남성 2448건, 50대 남성 2474건으로 성별·연령별 통계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여성은 경찰이나 검찰, 금감원 등을 사칭하는 기관사칭형 보이스피싱 피해가 컸던 것으로 드러났는데, 20~30대가 가장 큰 피해를 봤다. 3179건 중 20대 여성에서 1549건, 30대 여성에서 527건이 발생했다.
성매매를 이용한 신종 보이스피싱 수법도 등장했다. 회사원 이모(33)씨는 최근 흥신소 직원이라는 사람한테 “지난해 12월 강남에서 불법 성매매 하셨죠?”라는 전화를 받았다. 그 남성은 “업소가 경찰 단속에 걸려 성매매 여성은 경찰에 붙잡혔다. 그 여성의 오빠가 성매매 남성들에게 복수하겠다며 우리에게 의뢰했다. 우리가 업소 컴퓨터를 뒤진 결과 당신의 업소 방문과 성관계 장면도 찍혀 있더라. 동영상을 인터넷에 퍼뜨리면 사회적으로 매장당한다. 싫으면 500만원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며 협박했다. 이씨는 “깜빡 속을 뻔했다”고 털어놨다.
성매매 사실을 추궁하는 방법으로 돈을 갈취하는 보이스피싱 일당은 확보한 전화번호를 통해 상대 남성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찾아내 아내나 자녀 이름, 직장까지 들먹이며 몰아붙인다.
한 일선 경찰관은 “한국 남성 중 다수가 유흥업소 방문 경험이 있다는 것을 이용한 신종 수법인 듯하다. 전화번호는 윤락업소 정보 공유 사이트 해킹 등을 통해 확보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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