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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정약용은 소문난 개고기 애호가였다. 그는 흑산도에 유배된 형 정약전에게 보낸 편지에서 개고기의 우수성을 높이 평가하며 조리법을 자세히 적어보냈다. “나라면 섬 안을 돌아다니는 들개를 5일에 한 마리씩은 삶아 먹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1670년쯤 저술된 양반집 조리서인 ‘음식디미방’에 소개된 146가지 음식 중 30%가량이 개고기와 관련된 것이었다. ‘중종실록’에는 이팽수라는 사람이 당시 권세가인 김안로가 개고기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개고기를 뇌물로 바쳐 요직에 올랐다는 기록도 전한다. 궁중 수라상에 개고기찜이 올랐다는 기록을 볼 때 조선시대에는 신분을 떠나 모든 계층이 즐겼던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일부 동남아 국가에서도 예로부터 개고기 음식을 즐겼다. 중국 고대 경전 ‘예기’를 보면 2600년 전 주나라 때부터 여름철 보양식으로 개고기가 애용됐다는 기록이 있다. ‘사기’ 진본기에는 “기원전 675년 처음으로 복일(伏日)을 정해 개를 잡아서 사람을 해치는 열독을 제거했다”는 구절도 있다.

식용견을 금지해 달라는 국민청원에 대해 최근 청와대가 축산법이 정한 가축에서 개를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당장 개의 식용을 금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사회적 논의를 거쳐 먹지 않는 쪽으로 가야 한다는 쪽에 무게를 둔 듯하다. 이에 대해 개 사육업자와 보신탕집 주인들은 생존권을 주장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말복인 16일 서울 도심에서는 개고기 식용을 반대하는 동물보호 단체와 개고기 합법화를 촉구하는 개 농장주 단체들의 집회가 동시에 열리기도 했다.

사회적 논쟁은 계속되고 있지만 개고기 음식은 확연히 사양길에 접어들었다. 반려견 인구가 크게 늘면서 ‘개고기 문화=야만’이라는 인식이 퍼진 덕분이다. 2004년에는 국민 10명 중 9명이 보신탕 판매를 금지할 필요가 없다고 했지만, 최근엔 찬성이 18.5%에 그쳤다는 통계가 있다. 사회 분위기를 반영하듯 2005년 약 530곳이었던 서울 시내 보신탕집은 2017년 280곳으로 줄었다. 개고기집 간판을 보기 힘들어지는 날이 머지않은 듯하다.

박창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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