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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타워] 공정위의 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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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8-19 23:25:18 수정 : 2018-08-19 23:2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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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취업 비리로 前 수뇌부 구속 / 공정위, 오늘 조직 쇄신안 발표 / 저축은행 사태 때 쇄신하고도 / 여전한 ‘금피아’ 전철 밟지 말길 2011년 저축은행 사태는 ‘금피아’(금융감독원+마피아)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난 사건이다. 저축은행의 부실을 감시해야 할 금감원 직원들은 퇴직 후 저축은행 감사나 사외이사로 재취업해 이들의 일탈을 묵인하거나 동조했다.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용서받기 힘든 비리”, “나쁜 관행과 조직적 비리”라는 강한 어조로 금감원을 질타했다.

금감원은 태스크포스(TF) 팀까지 꾸려 재취업 심사 강화, 공직윤리 재정립 등을 담은 쇄신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뼈를 깎는 심정으로” 내놓은 쇄신안은 불과 몇 년 새 유명무실해졌다.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6∼2017년 7월까지 퇴직한 금감원 직원 중 취업심사를 받은 사람의 절반 이상이 금융기관에 재취업했다. 심지어 2011년 사태 이후 사라졌던 저축은행 감사·상무로 옮긴 퇴직자도 3명이나 됐다.
안용성 경제부 차장

2014년 세월호 참사는 퇴직 공무원의 재취업 문제가 사회적으로 얼마나 큰 충격을 줄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해수부 퇴직 공무원들은 공공기관 기관장, 관련 협회 감사, 업체 사외이사 등 곳곳에 독버섯처럼 자리 잡았다. 관행이란 이름으로 저질러진 탈법, 위법적인 행태는 결국 세월호 참사의 단초가 됐다. 이듬해 만들어진 ‘관피아 방지법’(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은 이 같은 관행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었다.

하지만, 2018년 공정거래위원회를 보면 이 같은 노력이 얼마나 무의미했는지를 보여준다. 공정위가 태동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정재찬 전 위원장, 김학현 전 부위원장, 신영선 전 부위원장 등 최상위 수뇌부가 모두 구속된 상태다. 이외에도 전·현직 직원 등 총 12명이 재판을 받아야 할 상황에 놓였다. 이번에도 재취업 문제다.

검찰은 공정위의 재취업 사건을 ‘국가기관 차원의 조직적 채용 비리’라고 규정했다. 소규모 조직으로 막강한 권한을 독점하고 있는 점을 이용해 ‘고참·고령자’ 거의 전부를 20대 대기업에 강제로 채용시켰다는 지적이다.

실제 공정위의 재취업 사례를 살펴보면 공정거래법을 집행하는 기관인지 믿기 힘들 정도다. 공정위의 퇴직자 재취업은 운영지원과를 통해 조직적으로 이뤄졌다. 인사 업무를 담당하는 과에서 퇴직자와 대기업을 ‘매칭’해 주는 역할을 한 셈이다. 퇴직자의 연봉 기준까지 책정해서 기업을 압박했다.

한 기업 관계자는 “공정위가 요구하는데 거절할 기업이 어디 있느냐. 울며 겨자 먹기로 채용한 퇴직 공무원 중에는 업무능력이 떨어져 사실상 월급만 주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공정위뿐만이 아니다. ‘모피아’(기획재정부), ‘산피아’(산업통상자원부), ‘교피아’(교육부), ‘국피아’(국토교통부), ‘철도마피아’, ‘원전마피아’ 등 부처마다 저마다의 특혜 카르텔이 존재한다. 이 때문에 차제에 관료집단 전체에 대한 재취업 실태조사가 필요하다는 말도 나온다. 참여연대는 최근 논평을 통해 독립적 반부패기구를 신설해 공직윤리 점검 업무를 전담시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20일 쇄신안을 발표한다. 김 위원장 입장에서는 지난해 9월 신뢰회복방안 발표 이후 1년 만에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이게 됐다. 두 경우 모두 김 위원장 취임 전에 발생한 일이지만, 타격은 적지 않다. 김 위원장이 재벌 개혁과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 갑질 근절 등을 추진할 수 있는 토대는 공정위의 도덕성이다. 도덕성 논란이 불거지는 순간 공정위의 개혁 작업은 추동력을 잃게 된다. 누가 누구를 개혁하느냐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공정위 한 고위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공정위가 가진 윤리 기준이 국민 눈높이에 얼마나 부족한지 알게 됐다”며 “공정위가 새롭게 출발하는 계기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기업의 비리, 불공정 행위를 엄단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높은 윤리의식, 도덕성이 바탕이 돼야 한다. 다소 지나치더라도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쇄신안이 나와야 하는 이유다. 더불어 이번 사건과 무관한 절대 다수 공정위 직원들의 사기 진작 방안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 공정위의 쇄신안이 7년 전 금감원 수준에 머물지 않기를 바란다.

안용성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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