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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국에 맞서 유엔 지킨 ‘위대한 평화주의자’ 지다

입력 : 2018-08-19 19:21:39 수정 : 2018-08-19 19: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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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난 前 유엔 사무총장 별세 / 가나 출신… 유엔 직원서 수장까지 / 빈곤 퇴치·지역분쟁 중재 등 업적 / 재임 시절에 현직 첫 노벨평화상 / ‘美, 이라크 침공’ 불법 규정 대립도 / 한국과도 인연… 서울평화상 받아 / 文대통령 “친구를 잃었다” 조전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오른쪽)이 2011년 1월 수단 남부 주바에서 선거 참관인 자격으로 남수단 분리·독립 투표에 참가한 시민들과 만나 소탈한 미소를 지으며 인사하고 있다.
주바=AP연합뉴스
끊임없이 세계 평화를 추구하고 당당하게 강대국에 쓴소리를 냈던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이 18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80세.

스위스에 본부를 둔 ‘코피 아난 재단’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아난 전 총장이 짧은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며 “그는 전 생애를 통해 더 공정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염원했던 전 세계의 공직자이자 국제주의자였다”고 밝혔다. 가디언 등 외신은 그가 스위스 베른의 한 병원에서 부인 네인과 세 아이 아마, 코조, 니나가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뒀다고 전했다.

1938년 가나 쿠마시에서 태어난 아난 전 총장은 1962년 유엔에 평직원으로 들어가 유엔 최고 수장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가나 과학기술대에 다니다 미국으로 유학, 미네소타주 매칼레스터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매사추세츠공과대(MIT)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1962년 세계보건기구 행정 담당관으로 유엔에 첫발을 들인 그는 아프리카 경제 담당관, 유엔평화유지군(PKO) 담당 사무차장 등을 두루 거쳤다.

1997년 아프리카계 흑인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제7대 유엔 사무총장에 오른 그는 재임 기간 2001년 9·11테러와 미국의 이라크 침공 등 1945년 유엔 창설 이후 가장 혼란스러운 상황을 조율해야 했다. 아난 전 총장은 취임 후 첫 유엔 보고서를 통해 1994년 르완다 인종청소, 1995년 보스니아 스레브레니차 학살을 막지 못한 것과 관련해 그와 유엔의 책임을 솔직히 고백했다. 이후 아난 전 총장은 유엔 평화유지군이 없는 곳에도 유엔이 진출할 수 있는 근거인 ‘인도주의적 개입’이란 개념을 만들었다.

그는 유엔 개혁,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 확산 방지, 빈곤 퇴치, 아프리카 내전 등 지역 분쟁 중재 등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뒀다. 재임 시절인 2001년 100주년을 맞은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는데 현직 사무총장이 이 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었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불법이라고 규정하는 등 강대국 앞에서도 유엔의 권위를 잃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이라크 침공을 막지 못하는 등 한편으로는 권한이 없는 ‘고립된 교황’이란 비판을 받기도 했다.

임기 마지막 연설에서 그는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핑계를 대며 인권을 유린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2002년 재선에 성공해 2006년 말 두 번째 임기를 마친 아난 전 총장은 세계 원로정치인 모임인 엘더스에 참여하고, 코피 아난 재단을 창립해 기아 퇴치, 분쟁 조정 등의 활동을 이어갔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외교관’으로 불린 만큼 아난 전 총장은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1998년 제4회 서울평화상을 받고, 당시 김대중정부의 ‘햇볕정책’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그가 이끈 엘더스는 지난 4월 청와대에 서한을 보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문재인 정부의 노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우리는 평화를 위해 고단한 길을 걸었던 친구를 잃었다. 분쟁이 있는 곳에 코피 아난이 있었고 그가 있는 곳에서 대화가 시작되었다는 것을 기억한다”며 고인을 기렸다. 그러면서 “세계인과 함께 고인의 명복을 빌며 대한민국 국민의 슬픈 마음을 함께 전한다”고 했다.

이희경·유태영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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