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이슈+] 나쁜 뉴스는 금요일에…정부는 '주말 꼼수' 노리나

관련이슈 디지털기획

입력 : 2018-08-19 14:09:53 수정 : 2018-08-19 15:24:02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지난 17일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는 각각 ‘2022년 수능개편안’과 ‘국민연금 제도개선안’을 공표했다. 수능개편안은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국민연금 개선안은 연금 수령자와 부담자에게 관심도가 매우 높은 사안이었다. 그만큼 정부 정책의 향방에 따라 비판 여론이 거세질 수 있는 중요한 뉴스였다. 실제 수능개편안을 두고 변화 없는 원점 개편안이라는 비난이 나왔고, 국민연금 개선안은 더 많이 내고 더 늦게 받는 방안이라는 반발이 터졌다. 같은 날 통계청에서는 지난달 취업자 수 증가폭이 5000명이라는 고용동향이 보고됐다. 8년6개월 만에 최저치였다. 정부는 이 세 뉴스를 모두 지난주 금요일 공개했다.

정부가 굵직한 뉴스를 잇따라 금요일에 발표한 것을 두고 거센 비판을 회피하기 위한 ‘금요일 뉴스 쏟아내기’(Friday news dump)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뉴스 주목도가 떨어지는 주말을 앞두고 논란의 여지가 큰 수능개편안과 국민연금 개선안 등을 공개해 버리는 꼼수를 썼다는 얘기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브리핑룸에서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최종안을 발표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19일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해 성인 5010명에게 설문한 ‘2017 언론수용자 의식조사’ 따르면 종이신문 열독시간은 평일 평균 5.7분인 데 반해 주말 평균은 3분이었다. PC를 통해 뉴스를 접한 시간도 평일 평균 9.1분, 주말 평균 6.1분이었다. 설문 대상자들은 또 모바일 기기를 이용해 평일 평균 19.4분 동안 뉴스를 봤지만 주말에는 평균 16.4분간만 뉴스를 열독했다고 응답했다. 주말 뉴스 주목도가 평일보다 다소 떨어진다. 게다가 주 52시간제 시행으로 토요일자 신문을 발행하지 않는 신문사도 늘고 있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차관이 지난 17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 의원회의실에서 열린 2018년 재정계산 결과를 바탕으로 한 `국민연금 제도개선 방향에 관한 공청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의 금요일 뉴스 발표는 최근 한 달 새만 해도 여러 건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3일 금요일 BMW 차량 화재사고와 관련해 차주들에게 안전 확보 시까지 운행을 자제해달라고 권고했다. 이를 두고 소비자들은 사고가 발생하면 운행 자제 권고에도 차량을 몰았다고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할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같은 날 국가교육위원회 공론화위원회는 2022학년도 대학입시 개편 공론화 결과를 공표했다. 하지만 20억원의 비용을 들이고 현행 대학입시제도를 유지하는 선에 그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달 20일 금요일 청와대에서 내놓은 기무사령부 계엄령 검토 문건도 2급 비밀을 절차 없이 공개했다는 논란이 있었다.

“지급 보장 명문화” 지난 17일 보건복지부 주최로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국민연금 제도 개선 방향에 관한 공청회 도중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소속 회원들이 ‘지급 보장 명문화하라’ 등 구호가 적힌 손팻말을 든 채 시위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반면, 적극 홍보가 필요한 뉴스는 일요일이나 월요일에 공표되는 경향이 있다. 한 주의 시작과 함께 이슈화시키기 위한 의도다. 지난 12일 일요일에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민연금 지급 수령 개시 연령을 68세로 늘리는 방안을 논의한 적 없다며 긴급 입장문을 냈다. 국민연금 개편안과 관련한 거센 비난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30일 월요일에는 서민 감세에 초점을 맞춘 ‘2018 세제개편안’이 발표됐다. 개편안에는 향후 5년 동안 서민층과 중산층은 2조8254억원, 중소기업은 3786억여원의 세금 부담을 경감시키는 방안이 담겼다.

전진한 알권리연구소 소장은 정부의 금요일 뉴스 쏟아내기가 국민의 알권리를 왜곡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전 소장은 “정부가 중요한 발표를 금요일 오후 4시에 하는 것을 많이 봤다”며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지 않기를 바라는 부적절한 행태”라고 말했다. 전 소장은 이어 “정부 발표는 특별한 일이 아니라면 지정된 날짜에 하는 게 좋다”며 “정부가 언론 노출을 회피해 정보가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청윤 기자 pro-verb@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