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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만에 다시 손맞잡은 푸틴·메르켈…러·독 관계 훈풍

입력 : 2018-08-19 09:47:44 수정 : 2018-08-19 09:4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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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 마라톤 회담…양국, 미국에 대한 견제 필요성 속 관계 급진전
'노드 스트림-2' 사업 등 이해관계 맞아떨어져
미국이 세계 곳곳에서 보호무역의 칼을 휘두르는 가운데 러시아와 독일 간의 관계가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이후 처음으로 독일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것이다.

지난 5월 러시아 휴양도시 소치를 찾은 메르켈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지 불과 3개월 만이다.

불과 지난 3월만 해도 영국에서의 '이중 스파이 암살 시도' 사건과 관련해 양국이 충돌했던 것에 비춰보면 관계가 급진전한 셈이다. 당시 독일은 대러시아 제재에 나선 영국에 동조해 러시아 외교관 4명을 추방했다.

관계 개선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 행보와 이란 핵 합의 탈퇴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와 독일 간 최대 관심사 중 하나인 '노드 스트림-2' 사업을 놓고 지난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맹비난한 점이 양국을 더욱 다가서게 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독일이 러시아에서 60~70%의 에너지를 수입한다"고 주장하면서 "독일은 러시아의 포로"라고 막말을 퍼부었다.

더구나 국내 정치에서 난민 정책을 둘러싼 갈등으로 수세에 몰린 메르켈 총리는 외교에서 돌파구를 찾을 시점이기도 하다. 푸틴 대통령 입장에서도 서방국가들의 반(反)러시아 전선을 이완시키는 효과를 나을 수 있기 때문에 두 정상의 이해가 맞아떨어진다.

메르켈 총리는 저녁에 베를린 인근의 메제베르크 궁에서 푸틴 대통령을 활짝 웃으며 맞은 뒤 3시간 동안 논의를 한 점도 주목을 받고 있다. 그만큼 폭넓고 깊은 논의가 이뤄졌을 수 있는 셈이다.

두 정상은 야외 테이블에 앉아있는 등 화기애애한 모습이 다양하게 카메라에 노출됐다. 

푸틴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의 이번 회담에선 '노드 스트림 2'의 안정적인 건설과 시리아의 재건 문제 등이 주요 논의 대상이 됐다는 관측이다.

'노드 스트림-2'는 발트 해를 통해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천연가스관 건설사업으로, 완공 시 러시아의 천연가스가 안정적으로 유럽에 공급된다.

러시아 입장에선 천연가스를 원활하게 수출할 수 있고, 에너지 가격이 비싼 독일은 저렴하게 천연가스를 공급받을 수 있어 서로 '윈-윈'(win-win)을 할 수 있는 사업이다.

그러나 독일은 미국의 반대가 걸림돌로 작용한 데다, 우크라이나의 눈치를 봐왔다. 우크라이나가 '노드 스트림-2'의 완공 시 러시아로부터 자국을 지나 유럽으로 향하는 천연가스관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해왔기 때문이다.

이런 탓인지 메르켈 총리는 이날 회담 전 푸틴 대통령과 나란히 서서 '노드 스트림-2'가 완공되더라도 우크라이나 가스관이 계속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우크라이나 평화를 위한 유엔의 역할을 확립하는 것에 대해 말할 것"이라며 "독일은 책임질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다분히 우크라이나를 다독이기 위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러시아 입장에서도 경제적인 이유로 2019년 공급을 목표로 '노드 스트림 2' 사업을 서두르는 만큼, 푸틴 대통령도 적극적으로 화답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푸틴 대통령은 "'노드 스트림-2' 가스관이 우크라이나 경유 가스관을 통한 가스공급 가능성을 차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안심시켰다.

나아가 푸틴 대통령은 회담 전 "우크라이나에서 유엔의 평화유지 임무가 분쟁으로 파괴된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의 평화를 회복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평화유지군 파견의 최대 걸림돌인 러시아군의 참여 제외 문제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이와 함께 푸틴 대통령은 이번 회담을 통해 내전으로 황폐해진 시리아의 재건 사업과 관련해서도 독일 등 유럽연합(EU)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점을 상당히 강조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러시아가 후원하는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이 내전에서 승리를 굳힌 가운데, 러시아는 시리아의 재건 비용을 확보하기 위해 EU 국가들을 끌어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푸틴 대통령은 회담 전 "시리아는 재건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고 시리아에서 탈출한 난민들이 본국으로 안전하게 돌아오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말해 회담에서 주요 의제가 될 것을 예고했다.

앞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은 최근 메르켈 총리를 만난 뒤 난민 귀환을 위한 환경 조성 문제 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혀 군불을 때기도 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회담 후 "러시아와 독일, 프랑스, 터키가 4자 형식으로 시리아 문제 해결 과정을 계속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타스 통신이 전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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