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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쟁 해결에 평생 헌신한 'Mr. 유엔'…역대총장 중 '최고' 평가

입력 : 2018-08-18 19:37:48 수정 : 2018-08-18 23: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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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직원서 사무총장 오른 입지전적 인물…'세계평화' 큰 발자취
국제문제에 적극 개입하며 유엔 위상 높여…美 이라크 침공에 '반기'
유엔 개혁 이끌고 새천년개발계획 설계…2001년 노벨평화상 수상
18일(현지시간) 별세한 코피 아난 전 유엔사무총장(80)은 역대 유엔사무총장 가운데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아온 '최고의 외교관'이었다.

반평생을 국제기구인 유엔에 몸담았던 'Mr. 유엔'으로 지역분쟁 해결과 세계평화에 헌신하면서 커다란 발자취를 남겼다.

아난 전 사무총장은 1938년 영국의 식민지였던 아프리카 가나의 쿠마시에서 태어났다.

어렸을 때 유복한 가정에서 자랐고 그의 아버지는 유력한 부족장을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이름인 '코피'는 '금요일에 태어난 소년'이라는 뜻이다.

19세이던 1957년 가나 독립을 경험한 뒤 미국으로 유학해 미네소타주 매칼레스터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했고 명문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60년대 초에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경제학 석사 학위도 받았다.

스위스 유학은 불어 실력을 키우고 1962년 세계보건기구(WHO)의 예산·행정담당관으로 유엔에 첫발을 들여놓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이후 유엔 내 아프리카 경제위원회(ECA)를 시작으로 유엔난민기구(UNHCR), 제네바 유엔사무소 등에서 풍부한 실무경험을 쌓았다.

그는 1990년대 탈냉전 이후 국제분쟁이 확대되는 국면에서 뛰어난 중재력을 발휘했다.

19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때 유엔사무총장 특사로 나서 이라크에 억류된 유엔 요원과 서방 인질 900명의 석방을 끌어냈다.

또 1993년 평화유지활동(PKO) 사무차장에 임명되고 나서 1994년 르완다의 집단학살, 1995년 보스니아의 스레브레니차 대량학살 등의 지역분쟁 해결에 노력했다.

아난은 1997년 제7대 유엔사무총장으로 취임하면서 유엔 평직원에서 최고위직까지 오른 기록을 세웠다.

이후 유엔 수장으로 조직개혁에 앞장서고 빈곤 퇴치, 에이즈 확산 방지 등의 노력을 펼쳤다.

취임 당시 12개에 달하던 유엔 사무국 조직을 5개로 통폐합했고 6천 명에 달했던 유엔본부 직원을 1천 명 정도 줄였다.

또 2015년까지 빈곤퇴치, 질병예방 등의 구체적인 목표를 담은 새천년개발계획을 제시했고 특히 아프리카에 대한 선진국의 지원을 촉구했다.

2001년에는 세계평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100주년을 맞은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2002년 재선에 성공한 아난은 2006년 12월 10년의 유엔사무총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는 당초 '관리형 총장'으로서 국제문제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취임하자마자 유엔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하며 동티모르 분리독립 분쟁 등 국제문제에 적극 뛰어들었다. 

이에 따라 그의 재임 기간 유엔의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친미성향'인 아난이었지만 2000년대 초반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강하게 반대하면서 미국 정부와 갈등을 빚은 일화가 유명하다.

2003년 3월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시작되자 "유엔과 국제 사회에 모두 슬픈 날"이라며 미국과 영국은 이라크의 민간인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듬해인 2004년에는 영국 BBC 방송과 인터뷰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승인이 없는 이라크 침공은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퇴임 이후에도 분쟁해결과 평화 임무에 헌신했다. 2012년 2월에는 유엔과 아랍연맹에 의해 시리아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공동 특사로 임명돼 5개월 동안 활동했다.

가장 최근에는 세계 원로정치인 모임 '엘더스'(The Elders)의 일원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대선을 앞둔 짐바브웨를 방문했었다.

부드러운 말씨를 앞세운 대중적 친화력은 뛰어난 장점으로 꼽힌다.

박수길 전 주(駐)유엔대사는 2001년 10월 아난 전 사무총장에 대해 "밖으로는 부드러우면서 안으로는 확고한 전형적인 외유내강형 인물"이라고 평했다.

그러나 그에 대한 평가가 모두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아난 전 사무총장이 국제무대에서 실질적인 결정권을 가진 미국 등 강대국을 설득하지 못하면서 구체적 성과가 크지 않았다고 비판한다.

또 국제인권단체인 '위협받는 사람들의 모임'은 아난이 르완다 집단학살과 보스니아의 대량학살 희생자들에 대한 지원 제의를 거부했다며 아난이 노벨평화상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아난의 아들 코조가 과거 탈세 등 범죄 혐의에 휘말린 점도 그의 도덕성에 타격을 줬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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