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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로 빚어낸 여인의 삶…송진화 작가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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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8-18 11:44:49 수정 : 2018-08-18 11:4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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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예스!’ 주먹을 불끈 쥐고 함박웃음 짓는 눈가와 입매에 주름이 물결처럼 번진다. 때로는 얼굴에 그림자를 드리운 채 골똘히 생각하기도 하고, 눈을 번뜩이며 ‘세상아 덤벼라!’ 말하기도 한다.

서울 종로구 아트사이드 갤러리에서 만날 수 있는 송진화(55) 작가의 나무조각들에는 그가 여인으로서, 한 인간으로서 살아오며 느낀 다양한 감정들이 담겼다.

2006년부터 나무를 조각하기 시작한 송 작가는 어린 시절 겪었던 불안 요소들, 부정적 기억을 안은 채 어른이 되어 불안, 우울, 슬픔, 분노 등을 느끼며 보냈던 연약한 시절을 작품을에 담아왔다.

이번 작품 속 여성은 삶에 힘겨워하고 분노하기 보다는 주어진 상황을 인정하고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지치고 힘들게 살아온 시간을 부정하기 보다는 그 안에서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발견한다.

지난 2015년 전시까지는 칼 위에 앉은 모습, 깨진 소주병 위에 걸터 앉은 모습을 조각해 위태로운 여인을 담아냈다면, 이번 작품들은 한결 부드러워졌다. 지나간 과거에 힘겨워하고 분노하기 보다는 지금의 상황을 마주하며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성숙한 모습으로, 때로는 매력적이고 위트 있는 표정과 몸짓의 아이로 등장한다. “환갑에 다가서며 마음이 한층 여유로워졌기 때문인 것 같다”고 작가는 설명한다.

그의 조각은 나무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옹이와 결을 살려 나무 고유의 자연적 특성이 드러나는 것이 특징이다. 재료가 갖는 따뜻함과 부드러움이 작품에 묻어나며 세월의 흔적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작품들은 저마다의 개성적인 표정과 시선, 다양한 몸짓으로 우리의 삶을 이야기한다. 대체로 코와 입이 없이 눈의 생김새와 눈빛, 시선만으로 자신의 감정 상태를 드러내거나, 활짝 웃는 입모양과 눈매가 특징이다. 또 인물의 손 모양이 비교적 섬세하게 표현된다. 무의식 속에 행동하는 손은 솔직함이 잘 드러나기 때문에 작가는 유난히 손을 조각할 때 공을 들인다고 한다. 

작품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지금 여기’에서 나의 지나온 삶을 돌아보게 한다. 누구에게나 존재할 수 있는 무의식 속의 아픔과 상처를 다독이며, 평범한 일상 속 소소한 행복을 느끼게 해준다.

송 작가의 개인전 ‘Here and Now’는 다음달 19일까지 열린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사진=아트사이드 갤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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