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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한반도 평화를 부르는 통일 독일 리슬링 봄이

관련이슈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 디지털기획

입력 : 2018-08-18 11:07:28 수정 : 2018-08-18 11: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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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독일 계기로 설립된 적십자사 와이너리 쿠사누스 호프굿

산도 좋은 리슬링 와인 한반도 평화 기원 ‘봄이’로 탄생


리슬링
연일 계속되는 폭염은 몸을 지치게 하고 입맛도 잃게 만듭니다. 사우나에 들어간 듯한 높은 습도는 불쾌지수를 높여 작은 일에도 짜증이 나게 마련이죠. 기분 전환을 시켜 줄 상큼한 무엇인가가 필요한 요즘 가장 잘 어울리는 화이트 와인을 꼽으라면 리슬링입니다. 서늘한 곳에서 자라는 리슬링은 흰꽃, 청사과, 레몬 라임이 느껴지고 더운 곳에서는 복숭아, 살구, 멜론, 파인애플이 와인에 깃들어요. 마치 종합 과일주스같죠.

또 하나. 리슬링의 최대 장점은 여름철 화이트 와인 반드시 갖춰야할 기분좋은 산도랍니다. 껍질이 매우 앏아 추운 날씨에도 충분히 잘 익어 당도가 쭉쭉 잘 올라가고 산도가 함께 높아집니다. 프랑스 보로도에서 나는 세미용도 리슬링처럼 껍질이 얇지만 당도가 올라가면 산도가 뚝 떨어집니다. 그래서 산도가 높은 소비뇽블랑을 섞어줘야 하죠. 하지만 리슬링은 당도와 산도를 두루 갖추고 향도 강렬한 완벽한 품종이라 블렌딩이 필요 없어 주로 리슬링 100%로 와인을 만들면 됩니다. 리슬링의 가장 큰 매력은 갓 생산된 와인은 신선한 산도와 여러 과일향을 즐길 수 있고 숙성시키면 페트롤향과 꿀향을 맛볼 수 있다는 점이에요. 패트롤향은 등유나 경유가 대표적인 향이고 호스, 새고무, 테니스볼 등의 향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모젤과 라인가우 등 독일 주요 와인 생산지
리슬링은 서늘한 곳을 좋아해 독일과 인접한 프랑스 알자스, 오스트리아에서 많이 생산되는데 인기가 높아지다보니 요즘은 바닷가에 인접한 호주 클레어밸리와 에덴벨리도 리슬링을 많이 재배하고 있답니다. 독일은 리슬링의 본고장입니다. 전 세계 리슬링 생산량의 60%가 독일에서 생산될 정도죠. 주요 생산지역은 라인가우(Rheingau)와 모젤(Mosel). 모젤은 예전에는 모젤강과 지류인 자르강, 루버강을 합쳐서 모젤-자르-루버(Mosel-Saar-Ruwer)로 불렀지만 지금 명칭은 모젤로 통일됐습니다.

라인가우는 파워풀하고 묵직한 남성적인 리슬링을 빚고 모젤은 다소 가볍고 알콜이 낮아 먹기 편한 리슬링을 만듭니다. 병 색깔도 라인가우는 전통적으로 갈색, 모젤은 녹색으로 구분합니다. 이중 모젤은 미네랄 풍미가 강렬한 것으로 매우 유명해요. 토양에 납작하게 눌려있는 듯한 모양의 점판암이 많이 섞여 있기 때문이랍니다. 독일 리슬링은 보통 숙성이 많이 돼야 페트롤이 느껴지지만 모젤 리실링은 점판암 덕분에 어린 빈티지라도 페트롤향이 많이 올라오는 것이 특징입니다. 

모젤 리슬링 100%로 빚은 봄이
적십자사 마크가 담긴 쿠사누스 호프굿 리슬링 원래 레이블
최근 눈에 띄는 모젤 리슬링이 국내에 선보였는데 남북 통일을 기원하는 간절한 소망을 담은 ‘봄이’ 와인입니다. 독일적십자-복지사업(DRK-Sozialwerk) 소속 와이너리 쿠사누스 호프굿(CusanusHofgut)에서 생산하는 리슬링으로 아베크와인에서 수입하는 와인인데 와인 큐레이션 업체 수드비에서 한반도 평화의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원래 레이블은 적십자사 마크인데 평화의 씨앗이 한반도에서 세계로 퍼져 나가길 담은 화려한 연꽃으로 바꾸고 와인 이름도 한반도 봄을 부르는 ‘봄의 아이’라는 뜻을 담아 봄이로 지었다고 합니다. 레이블 디자인은 뉴욕에서 활동하는 한구계 미국인 아티스트 케이트 오 크라불시(Kate Oh Trabulsi)씨가 우리나라 전통 민화의 감성에 현대적인 스타일을 접목했습니다. 배 사고 멜론 망고 아몬드향이 풍성하고 알코올도수는 9%여서 여름철에 시원하게 칠링해서 가볍게 마시기 좋은 와인이랍니다.

사라수경 수드비 대표
쿠사누스 호프굿 와이너리 전경
독일이 통일되면서 설립된 쿠사누스 호프굿은 와인 판매 수익의 85%를 장애우에게 기부한다고 합니다. 독일 적십자사는 1458년에 설립된 독일의 철학자, 신학자, 추기경 니콜라우스 쿠사누스(Nicolaus Cusanus)가 설립한 와이너리 니콜라우스 호스피탈(St. Nikolaus Hospital)도 직접 운영하고 있는데 쿠사누스 호프굿도 바로 이 추기경의 이름을 따서 만들었습니다. 니콜라우스 호스피탈은 모젤의 우수한 와이너리들의 연합인 베른카스텔러 링(Bernkasteler Ring)의 회원입니다. 모든 시설을 두 와이너리가 공유하고 있어서 쿠사누스의 역사는 짧지만 560년의 와인 양조 기술과 철학이 그대로 담겨 있답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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