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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스토리] 헬스장 대신 홈트레이닝… ‘맨몸 운동러’가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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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8-18 17:00:00 수정 : 2018-08-18 22: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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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설문결과 女 60·男 50%가 “홈트족” / “남들 시선 신경 쓰지 않아도 돼서” 선호 / 헬스장은 ‘개인수업’ 유도 영업에 기피 / 공용자전거 ‘따릉이’ 타고 한강서 운동 / 동호회 찾아 호흡… 서로 자극받아 효과 / 조깅하며 쓰레기 줍는 ‘플로깅’도 눈길
“하고 싶을 때 할 수 있으니까 좋아요.”

대학원생 김원혁(31)씨에겐 집이 곧 헬스장이다. 집에서 쉴 때면 팔굽혀펴기를 시작으로 각종 맨몸 운동으로 몸을 단련한다. 바쁜 일상 속에서 따로 시간을 내는 게 영 쉽지 않아 시작한 것이 벌써 2년이나 됐다. 연구실에도 철봉을 설치하고 틈틈이 턱걸이를 한다. 그는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아 좋다”며 “체지방률이 16%로 내려가 ‘몸 좋다’는 소리도 가끔 듣는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직장인 이민영(28·여)씨도 매일 퇴근 후 운동복으로 갈아 입고 한강공원으로 간다. 그는 최근 석 달 동안 거의 하루도 빠짐 없이 2시간씩 한강변을 달린다. 처음엔 1∼2㎞를 뛰는 것도 버거웠지만 꾸준히 달리다 보니 어느새 10㎞도 끄떡없을 체력을 길렀다.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스트레스가 싹 가시는 느낌이 들었다.

발 디딜 땅만 있으면 어디서든 자유롭게 운동하는 사람들, 이른바 ‘맨몸 운동러’가 늘고 있다. 좁은 실내에서 벗어나 야외에서 느끼는 상쾌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최근 도심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공용 운동시설을 접할 수 있는 데다 유튜브 등을 통해 운동 지식을 접할 곳이 많아진 점도 사람들이 맨몸 운동에 눈을 돌리는 이유다.
◆“어디서나 가능해서 좋아요”

맨몸 운동은 일단 장소와 시간의 제약에서 자유로운 점이 매력이다. 수년 전부터는 집에서 홀로 운동하는 이른바 ‘홈트(홈트레이닝)족’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홈트족이 늘어난 데에는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편하게 운동할 수 있는 데다 큰 돈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한몫했다. 남들에게 보여주려고 몸매를 가꾸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건강 향상에만 초점을 맞출 수 있어 좋다는 사람도 많다.

17일 취업포털 잡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성인 83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여성의 60.1%와 남성의 49.8%가 스스로 ‘홈트족’이라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 20대에서 홈트족(58.8%)이 가장 많았고 30대(53.1%), 40대 이상(44.1%) 순이었다. 하루 평균 41분을 투자한 홈트족들은 ‘별도 비용이 들지 않아서’(58.2%·복수응답 가능), ‘남들 시선을 신경 쓰지 않아도 돼서’(37.8%), ‘시간 제약이 없어’(35.5%) 집에서 운동하는 것을 선호했다.

직장인 이지영(27·여)씨는 집 엘리베이터 대신 5층 계단을 매일 오르내린다. 퇴근 후 여력이 있으면 TV를 보며 제자리에서 앉았다 일어나는 동작인 스쿼트를 100번가량 한다. 이씨는 “과거 헬스장에 몇 번이나 등록했지만 막상 잘 안 가게 되더라”며 “그냥 가볍게 러닝머신을 뛰고 싶은데도 옆에서 이래라 저래라 간섭하는 것이 내심 부담스러웠다”고 떠올렸다.

심규화 대한운동지도자협회 교육이사는 “요즘 헬스장에선 트레이너들이 개인수업(PT)을 하도록 유도하는 ‘헌팅’이 극심해졌다”며 “업계에서 ‘헌팅 매뉴얼’ 책이 등장했을 정도로 극성인데 이런 점이 부담스러워 홈트로 눈을 돌리는 사람도 많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심 이사는 이어 “요즘은 유튜브 동영상으로 얼마든지 양질의 운동법을 배울 수 있는 상황”이라며 “운동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진 점도 맨몸 운동에 눈을 돌리는 이유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루하면 실내 대신 야외로!

나홀로 운동이 지루하다면 모여서 하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혼자였으면 엄두도 내지 못했을 운동량도 사람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다 보면 어느새 도달해 있곤 한다.

6년째 달리기 동호회 ‘휴먼레이스’(사진)에 참가하고 있는 직장인 이오영(41·여)씨는 매주 2번씩 사람들과 한강변에서 달리기를 한다. 쉴 새 없이 바뀌는 야외 풍경을 보며 ‘뛰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점이 러닝머신과는 또 다른 매력이다. 이씨는 “헬스장에서 TV를 보는 건 사실 심심해서”라며 “주위 사람들과 나란히 호흡을 맞추고 서로 자극받을 수 있는 점이 꾸준히 운동할 수 있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온·오프라인 철봉 동호회 ‘바티스트’를 운영 중인 채득렬(36)씨는 “철봉 운동을 하다 보면 주기적으로 슬럼프나 정체기가 오곤 하는데 사람들과 함께 하면 혼자 하는 것보다 쉽게 극복할 수 있다”며 “잘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동기부여도 되고 요령도 배울 수 있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을 야외로 끌어내는 데에는 공용자전거도 역할을 톡톡히 했다. 도심 어디서나 손쉽게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되면서 뒤늦게 운동의 재미를 느낀 사람이 많아진 것이다. 실제 서울시가 운영하는 ‘따릉이’의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5년 3만4162명이었던 따릉이 가입자 수는 2016년 21만1342명에 이어 지난해 59만7949명을 기록했다. 올해는 7월까지 벌써 29만7003명이 신규 가입했다. 대여 건수와 이용 시간도 각각 2015년 11만3708건, 5만2754시간이었던 것이 지난해 503만1039건, 239만4984시간으로 무려 50배가량 늘었다.

올해는 7월까지 벌써 470만696건, 218만2155시간으로 집계돼 지난해 기록을 훌쩍 뛰어넘을 전망이다. 그간 따릉이 총 이용 거리는 4510만2029㎞다.

이렇게 따릉이를 타고 도심 곳곳을 누비다 보면 다른 사람들이 운동하는 모습이나 운동하기 좋은 곳을 살필 수도 있다. 1000㎞ 이상 따릉이를 탄 직장인 이모(29)씨는 “주로 퇴근 후 따릉이를 타고 운동하러 한강으로 가곤 한다”며 “따릉이뿐 아니라 한강에서 운동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는 걸 알게 되면서 ‘나도 해볼까’란 생각에 최근 철봉 등 운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맨몸 운동=쿨한 것’ 인식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맨몸 운동 영상과 사진이 봇물을 이룬다. 인스타그램에 ‘#맨몸운동’으로 태그된 게시물만 10만건이 넘는다. 특히 최근에는 조깅을 하며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Pick up+Jogging)이 눈길을 끈다. 스웨덴에서 처음 시작돼 전 세계로 확산한 플로깅은 아이슬란드 귀드니 요하네손 대통령이 직접 동참하는 모습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올 초 전남 광주에서 플로깅 동호회가 결성돼 언론 주목을 받기도 했다.

유튜브에서도 ‘맨몸 운동 챌린지’ 영상이 인기다. ‘한 달 동안 팔굽혀펴기 하루 100개씩 하기’, ‘1주일 동안 매일 스쿼트 200개 하기’ 같은 식인데 이런 영상들이 운동 전문가들 영상보다 훨씬 조회 수가 높다. 대단한 운동법이나 몸매가 뛰어난 사람이 등장하는 것도 아니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상 속 도전’이란 점에서 사람들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이다.

한국체육지도자협회 관계자는 “요즘 세대는 축구나 배구 등 단체운동을 하던 기성세대와 달리 개인 운동을 선호하는 측면이 강하다”며 “헬스장이 많아지고 길거리 운동이 오히려 평범하지 않게 된 시대가 되면서 ‘맨몸 운동=쿨한 것’이란 인식이 확산했고 이에 남들과 다른 자기를 표현하고자 SNS에 맨몸 운동 사진과 영상을 올리는 경우도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16일 서울 도봉구 우이동의 한 공원에서 맨몸 운동 유튜버 윤대진씨가 철봉에 거꾸로 매달리는 백레버 동작을 취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턱걸이 개수 하나 늘릴 때마다 희열감 느끼죠”

“와, 잘하네!”

지난 16일 서울 도봉구 우이동의 한 공원. ‘맨몸 운동 유튜버’ 윤대진(25·사진)씨가 웃통을 벗고 철봉에 매달리자 주변을 지나가던 한 50대 남성이 절로 탄성을 터뜨렸다. 그는 “평범한 것”이라며 턱걸이를 턱이 아닌 배까지 끌어당겼다. 얼핏 봐도 성인 남성의 2∼3배는 돼 보이는 팔뚝에 힘줄이 불끈 솟았다. 턱걸이 ‘끝판왕’이라는 머슬업 동작과 철봉에 거꾸로 매달려 몸을 평행으로 유지하는 백레버 동작도 자유자재였다.

‘새벽반 고고씽’이란 닉네임으로도 잘 알려진 윤씨가 처음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린 건 2년 전이었다. 딱히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사람들과 소통하며 하루하루 성장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남기기 위해서였다. 그러던 것이 어느새 구독자가 4만명이 넘는 유명 운동 유튜버가 됐다. 그가 지난해 올린 ‘2년 동안 턱걸이 변화 과정’ 영상은 조회 수가 무려 150만건을 넘었다.

윤씨는 어쩌다 턱걸이에 빠졌을까. 그가 말하는 가장 큰 매력은 ‘한계를 넘어서는 순간’이 숫자로 바로 보인다는 점이다. 분명 어제는 안 되던 것이 오늘은 될 때 느껴지는 희열감은 이루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다. “어려운 동작을 성공했을 때나 턱걸이 개수를 어렵게 하나 늘렸을 때 ‘내가 또 성장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근육이 아니라 정말 신체의 기능적 부분이 향상됐다는 느낌도 받습니다.”




2013년 턱걸이 10개를 겨우 하던 그는 이제 한번에 45개도 거뜬하다. 하루 1시간씩 매주 4∼5일씩 노력한 결과물이다. 지난해에는 전국의 난다 긴다 하는 사람들이 모두 모인 어느 맨몸 운동 대회에서 턱걸이 부문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는 “초보자 분들로부터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문의가 많다”며 “지레 포기하는 사람이 많은데 턱걸이를 잘하고 싶으면 일단 밖으로 나와 매일 철봉에 매달려보라”고 조언했다.

그의 다음 목표는 ‘24시간 내에 턱걸이 많이 하기’ 부문 기존 7600개의 기네스 기록을 넘어서는 것이다. “사실 현재 2시간 동안 1000개를 하는 정도라 많이 부족해요. 하지만 하나둘 꾸준히 늘려가다 보면 언젠가는 기네스 기록에도 도전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턱걸이는 정직하니까요. 그게 가장 큰 매력이죠.”

영상=윤대진씨 제공
이창수·김청윤 기자 wintero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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