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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쩍번쩍한 상품 만들어봐라" 즉시연금 사태 자초한 꼴

입력 : 2018-08-17 19:50:08 수정 : 2018-08-17 19:5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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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리걸 마인드’ 없이 잘 팔리는 상품설계 치중 즉시연금 사태 자초한 꼴” / 업계 내부서 자성 목소리 요즘 보험업계 핫이슈, 즉시연금 논란의 핵심은 약관의 결함이다. 약관은 구체적 계약조항이다. 즉시연금은 가입자가 한꺼번에 목돈(보험료)을 내면 보험사가 이를 운용해 매월 이익금(이자)을 생활연금으로 지급하고 만기 때 원금을 돌려주는 보험상품이다. 16만명 가입자의 평균 보험료가 1억원대다.

구조를 보면 보험사는 우선 일시납 보험료에서 사업비를 뗀다. 보험료가 1억원이라면 500만~600만원가량을 사업비로 공제하고 나머지 순보험료 9400만~9500만원을 운용하는 식이다. 운용수익은 순보험료에 공시이율(운용자산이익률과 외부지표금리를 가중 평균한 금리)을 곱해 산출하는데, 이것도 모두 지급하는 게 아니다. 사업비가 공제된 만큼 만기에 돌려줄 원금 충당을 위해 일정액(만기 보험금 지급재원)을 제하고 잔여액을 연금으로 지급하는 구조다.

문제는 약관에 만기 보험금 지급을 위해 일정액을 떼고 연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없다는 점이다. 가입자의 연금액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중요 사항인데, 어떻게 약관에서 빠졌을까.

근본적 배경으로 보험상품 설계의 맹점이 지목된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상품은 거의 전적으로 보험계리사들이 설계한다. 업계 관계자 A씨는 17일 “칸막이가 엄격해 법률팀은 상품설계에 개입하지 못하고 나중에 분쟁 등 뒤치다꺼리만 하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자연스레 상품설계 과정은 ‘비즈니스 마인드’가 ‘리걸 마인드’(Legal mind·법률적 사고)를 압도한다. “번쩍번쩍한 상품 좀 만들어봐라”(업계 관계자)는 상부의 지시는 일상적인 터다. 무조건 잘 팔릴 상품을 설계하라는 얘기다.

보험사들은 “문제의 약관, 감독당국이 심사해 승인한 거 아니냐”며 금융감독원을 걸고 넘어진다. 그러나 엄밀한 의미에서 맞는 말은 아니다. 허가나 승인이 아니고 신고일 뿐이다. 행정법상 신고는 허가, 승인에 비해 약한 개념이다. 신고제라고 해도 감독당국은 계약자에게 불리하거나 법령에 반하는 내용이 없는지는 점검한다. 금감원도 책임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약관 부실에 대한 보험사 책임이 면책되는 건 아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상품신고는 보험사와 당국 간 문제일 뿐 보험계약자에 대한 보험사의 책임 문제는 별개”라고 말했다.

류순열 선임기자 ryoo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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