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600년 전 이달에 세종 즉위식 거행 / 경복궁 등 ‘역사의 흔적’ 찾아보길 1418년 6월 태종은 14년간 세자의 자리에 있던 양녕대군을 세자의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고, 세 번째 아들 충녕대군을 세자로 책봉했다. 장자 상속이 원칙이지만 필요한 경우 현명한 사람을 후계자로 선택할 수 있다는 ‘택현’(擇賢)을 근거로 했다. 그리고 2개월 뒤인 8월 10일 태종은 스스로 상왕으로 물러난 후 세종에게 왕위를 물려주었다. 1418년 8월 10일의 일로서, ‘세종실록’ 8월 11일자에는 오늘날 대통령 취임 선서에 해당하는 교서(敎書)를 반포한 상황이 기록돼 있다.

2018년 8월은 세종이 즉위한 지 정확히 600주년이 된다. 필자는 시민들과 함께 세종의 흔적을 찾는 답사에 나섰다. 최근 경복궁 서쪽에 문을 연 ‘역사책방’에서 행사를 주관했는데, 폭염에도 참여한 30여 명의 역사 마니아들과 함께했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세종의 즉위식이 열린 경복궁 근정전. 흔히 왕의 즉위식은 매우 장엄하고 축제의 행사로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즉위식 대부분은 슬픈 의식이었다. 선왕의 장례식에 수반되는 행사였기 때문에 즉위식은 선왕이 승하한 장소에서 간소하게 거행됐다.
신병주 건국대 교수·사학

세종의 즉위식은 선왕인 태종이 스스로 아들에게 왕위를 물려준 후 행해진 행사였기 때문에 최대의 축제로 거행됐다. “종실과 문무백관이 조복으로 경복궁 뜰에서 반열과 서차대로 늘어섰다. 임금이 원유관에 강사포로 근정전에 나오니, 여러 신하들이 전(箋)을 올려 하례를 올리고, 성균관 학생과 회회노인(回回老人·아랍인)과 승도(僧徒)도 모두 참여했다”고 실록의 기록은 당시 즉위식 풍경을 전하고 있다. 세종이 반포한 즉위 교서에는 “태조와 태종과 같은 선왕의 업적을 잘 계승해서 나라의 창고가 넉넉하고 가득하며, 해구(海寇)가 와서 복종하고, 문치(文治)는 융성하고 무위(武威)는 떨치게 되는” 나라를 잘 만들어 갈 것을 다짐하는 내용이었다.

이어 역모죄나 강상죄(綱常罪)와 같은 중대한 죄를 제외한 죄인에 대한 사면령을 내리고 있음이 나타난다. 편전인 사정전은 세종이 신하와 함께 정책을 협의했던 곳으로, 앞마당에서 세종이 종친과 더불어 격구(擊毬·오늘날 골프와 비슷한 놀이)를 즐겼던 모습도 기록으로 남아 있다. 침전은 강녕전(康寧殿)이다. ‘강녕’은 ‘서경’에 기록된 다섯 가지 복 중의 하나인 ‘강녕’(康寧·몸이 건강하고 마음이 평안함)에서 따온 것이다. 왕비의 침전 교태전(交泰殿)은 세종 때 처음 세웠다. 교태전 뒤쪽에는 왕자의 출산을 염원하는 건순각(建順閣)도 보인다. 강녕전 좌측에 위치한 흠경각(欽敬閣)은 “장영실이 건설한 것이나 그 규모와 제도의 묘함은 모두 왕의 결단에서 나온 것”이라는 기록에서 보듯 과학에 대한 세종의 의지가 집약돼 있는 건물이다. 집현전은 세종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하는 건물로 성삼문, 박팽년, 신숙주, 정인지, 최만리 등이 대표 학자이다.

세조 때 사라진 집현전의 위치에는 경복궁을 중건하면서 수정전(修政殿)이 들어섰다. 현재의 수정전 일대는 세종이 집현전 학자들과 더불어 소통하면서 학문을 연구하던 공간이다. 어느 겨울 밤 집현전에서 밤이 늦도록 연구를 하다가 잠이 든 신숙주에게 세종이 옷을 덮어준 일화는 훈훈한 미담으로 아직까지 전해온다. 세종은 왕세자인 문종을 위해 세자의 거처를 따로 만들었다. 자선당(資善堂)이 바로 이곳으로 세자의 거처는 궁궐의 동쪽에 위치해 세자를 ‘동궁’으로도 불렀다. 문종은 세자 시절 궁궐의 뜰에 앵두나무를 심고, 앵두가 열리자 세종에게 올렸다. 세종은 “여러 곳에서 진상하는 앵두도 많지만 세자가 특별히 따다 준 앵두라 더욱 맛이 있다”며 세자의 효심을 칭찬했다.

경복궁에서 서쪽으로 10여 분 정도의 거리, 통인시장 조금 남쪽에 ‘세종대왕 탄생지’라는 표석을 만날 수 있다. 세종은 아버지 태종이 왕이 되기 전인 1397년 음력 4월 10일에 준수방(俊秀坊·현재의 서촌 지역)에서 태어났다. 스승의 날인 5월 15일은 세종의 탄신일을 양력으로 계산한 것이다. 세종 즉위 600주년을 맞아 세종의 흔적을 찾아 볼 수 있는 경복궁과 그 주변 지역을 찾아보기를 권한다. 아직도 전해지는 세종의 향기까지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신병주 건국대 교수·사학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