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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인사이드] 차 만들 듯 군함 찍어내… 시진핑, 해양패권 장악 자신감

입력 : 2018-08-18 13:00:00 수정 : 2018-08-18 11:5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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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15년내 항모 6척 운영/이지스함·핵잠등 속속 건조/전체 해군 함정 100척 육박/2000년 이후 함정 건조능력/韓·印·日 합친 것보다 많아/4년간 만든 t수로만 佛 추월
근해 넘어 원양작전 능력 강화/진주목걸이 구상, 인도와 충돌/美 태평양 방어선 무력화 시도/전문가 “하드웨어는 갖췄지만/운용하는 소프트웨어 떨어져/통합 작전능력, 美軍에 못미쳐”
“통즈먼하오(同志? 好?, 동지들 안녕하신가?), “주시하오(主席 好, 주석님 안녕하십니까) 얼룩무늬 전투복을 입은 채 이지스 구축함인 창사함에 승선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앞을 지나는 전함들을 향해 시 주석의 인사가 전달되자, 함정에선 어김없이 해군 장병들의 우렁찬 충성 함성이 울려 퍼졌다. 4월12일 시 주석은 중국 하이난섬 남쪽 남중국해 해상에서 실시된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래 최대 규모 해상열병식에 참석했다. 바다에는 중국 최초 항공모함인 랴오닝함 전대(戰隊)와 최신예 구축함, 핵잠수함 등 총 48척의 전함이 위용을 과시했고, 훙(H) 6K 전략 폭격기와 젠(J) 15 전투기 등 76대의 군용기가 하늘을 메웠다. 시 주석은 “중화민족 위대한 부흥 실현의 노정에서 강대한 인민 해군을 건설하는 임무가 이렇게 절박한 적이 없었다”며 강력한 해군력 건설을 강조했다. 중국중앙방송(CCTV)은 “21세기는 해양의 시대다. 강대한 해군으로 강력한 뒷받침을 해야 국가 주권과 해양 권익을 수호할 수 있다”고 선전했다.


2016년 4월26일 오전 9시, 중국선박중공업그룹 다롄(大連) 조선소에선 첫 자국산 항모인 ‘001A’형 항모 진수식이 거행됐다. 2013년 11월 계획을 수립하고, 2015년 3월부터 실제 건조작업에 착수해 4년 만에 완성됐다. 중국 국가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테이프 커팅 행사가 진행됐다. 주변 선박들이 기적을 울리며 새로운 항모 탄생을 축하했다. 중국은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에 이어 세계 7번째 항모 독자 건조 국가가 됐다. 미국 주도의 해양패권에 도전장을 내밀었다는 외신 평가가 이어졌다. 1년 뒤 2018년 5월13일 이 항모는 첫 시험 항해를 했다. 이미 3번째 항모 건조를 착수한 것으로 알려진 중국은 향후 15년 내 항모 6척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중국이 ‘해군굴기’(?起, 떨쳐 일어섬)에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해군력 증강을 중심으로 한 군 구조개혁에 착수한 이래 2척의 항모를 보유했고 각종 이지스 구축함과 핵잠수함도 속속 건조하고 있다. 육전대(해병대)와 해군 병력 확충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중국 해군은 최근 남중국해와 동중국해, 서해 등 주변 해역에서 항모와 최신 군함을 동원한 대규모 방공 및 미사일 방어 훈련을 잇달아 하는 등 무력을 과시했다. 그동안 공들여 키운 군사력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함정 건조 능력, 프랑스 해군력 추월”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는 지난 2월 발표한 세계 각국의 ‘국방예산 연례보고서’를 통해 2000년 이후 중국이 항모·구축함·프리깃함 등 해군 함정을 급속도로 늘려 함정 건조능력이 한국과 인도, 일본을 합친 것보다 많다고 분석했다. 특히 지난 4년간 건조한 해군 함정 t수(67만8000t)는 프랑스 해군 전체 전력(42만8000t)을 추월했고, 일본(68만1000t)과 영국(69만2000t)에 근접했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공장에서 자동차 생산하듯 함정을 찍어내고 있다는 비유도 하고 있다.

2007년부터 2017년까지 10년간 중국 해군이 보유한 구축함 수량은 6척에서 16척, 호위함은 2척에서 27척, 초계함은 0척에서 37척으로 증가했다. 또 올해 진수 예정인 13척을 포함하면 중국 해군 함정은 거의 100여척에 이른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중국이 항모전단 주력함으로 활용할 ‘055형 구축함’ 4척을 추가로 건조 중이라고 보도했다. 지난해 4척을 이미 건조해 진수한 데 이어 곧바로 4척 추가 건조에 착수한 것이다. 만재배수량이 1만2000t이 넘는 055형 구축함은 미국의 줌왈트 스텔스 구축함(1만5000t)을 제외하면 사실상 경쟁 상대가 없을 정도로 막강한 작전 능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함정 건조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2006년부터 2008년까지 2년간 중국 해군은 5만8900t의 함정을 건조했지만, 13만3900t(2009∼2011년), 24만7500t(2012∼2014년), 37만4200t(2015∼2017년)으로 함정 건조 능력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15∼2017년 같은 기간 미 해군이 건조한 함정 t수(18만1300t)의 배를 웃도는 수치다. 

◆인도양·태평양 동시 진출 겨냥

중국의 군 구조개혁의 핵심은 해군력 강화에 있다. 중국군은 육군병력을 단계적으로 감축하되, 해병대 병력을 현재 2만명에서 10만명으로 늘리고, 해군도 15%가 늘어난 30만명 선까지 증강할 계획이다. 특히 중국 해군은 각 함대 지대(支隊) 구성을 모두 구축함 6척과 프리깃함(호위함) 4척으로 확대 개편하고, 각 지대가 공히 단독 지역방공작전 수행이 가능하도록 하는 등 원양해군 작전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해군의 이런 원양작전 능력 강화의 배경에는 중국의 신경제구상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를 안보적인 차원에서 지원하고, 서태평양의 미 해군 방어선을 무력화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원양작전 능력을 갖춘 대양해군 건설을 통해 인도양과 서태평양으로 동시에 영향력을 확장하겠다는 속셈인 것이다. 미국은 6·25전쟁과 이후 오랜 냉전 시기를 거치면서 중국의 전방위 군사력 확장을 끊임없이 경계했다. 미국은 일본과 대만, 필리핀에 걸쳐 ‘제1열도선’으로 불리는 1차 중국 봉쇄선을 설정했으며, 일본 동부 해상과 괌, 남태평양 섬들에 걸쳐 ‘제2열도선’을 설정했다.
최근 들어 중국의 해군 함정과 전투기들이 동해와 일본 지역을 자주 침범하는 것은 미국의 이런 방어선 무력화 전략과도 관계가 깊다. 일본 방위성 자료에 따르면 중국 군용기의 오키나와 부근 통과 횟수는 2013~2016년 5~6회에 그쳤지만, 2017년에는 18회로 급격히 증가했다. 특히 올해만 세 차례 중국 군용기가 한국의 방공식별구역인 카디즈(KADIZ)를 통과해 동해로 빠져나가기도 했다.

지난해 중국 해군이 처음으로 일본 북단인 오호츠크해에서 러시아 해군과 연합군사 훈련을 개시한 것이 시사하는 바는 의미심장하다. 제1열도선 무력화 시도를 분명히 한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중국이 제1열도선까지 작전 영역을 넓힌다면 동중국해와 남중국해는 물론 한반도 주변의 서해와 남해에서까지 중국의 영향력이 팽창할 수밖에 없다.

중국은 또 일대일로를 통해 남중국해와 인도양, 아프리카의 바닷길을 연결해 제해권을 장악하는 ‘진주 목걸이’ 구상에도 주력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인도양 패권국인 인도와의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난해 휴양지로 유명한 인도양 섬나라 몰디브의 국가비상사태 당시 중국이 10여척 넘는 함정을 인근 지역으로 파견해 인도와 신경전을 벌인 사례도 있다. 중국은 지난해 아프리카 동부 해안 지부티에 첫 해외기지를 건설한 이래 파키스탄에서 두 번째 기지 건설을 추진 중에 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지난 2월13일자 사설에서 “중국의 꿈과 중화민족의 부흥을 위한 해양강국 건설은 필수적인 사안이 됐다”며 “해외에서의 국가 이익을 보호하고 해상 루트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더 많은 해외기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해상 열병식에 참석한 중국 해군 함정들. 바이두 캡처
◆해군력 증강에도 종합작전능력 떨어져

중국이 미 해군 추격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아직은 세계 최강 미 해군전력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베이징의 한 군사 전문가는 “중국의 군사 장비와 무기 등 하드웨어 부분은 기본적으로 갖출 것은 다 갖췄다고 본다”면서도 “이들을 실제 운용하는 소프트웨어 부분은 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육·해·공군 등 통합군이 일정 지역으로 이동해 전투를 위한 작전을 벌이는 원정작전 능력은 미군에 한참 뒤진다”고 평가했다. 이는 공격계획뿐 아니라 군수, 병참 등이 짜임새 있게 움직여야 하지만 중국군은 아직 훈련과 실전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그는 그러면서 “중국 해군이 지난해 인도양을 비롯해 발트해와 서태평양 오호츠크해 등에서 집중적인 해군 훈련을 벌인 것은 원정작전 능력 강화와 관계가 깊다”고 밝혔다.

베이징=이우승 특파원 ws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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