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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여년 전 일제강점기… 당일치기로 다녀본 ‘경성’

입력 : 2018-08-18 03:00:00 수정 : 2018-08-17 20:5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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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향금 지음/라임/1만5800원
경성에서 보낸 하루/김향금 지음/라임/1만5800원


평양, 도쿄, 상하이, 블라디보스토크를 이어 주는 국제적 관문 경성역, 광화문을 밀어내고 그 자리에 떡하니 들어선 조선 총독부, 안경마저 교사에게 허락받고 착용해야 하는 중학교, 독립운동가의 비명소리가 날마다 터져 나오는 서대문형무소, 기생과 시골 영감이 함께 복작이는 화신백화점, 친일파가 총독부 관리를 구워삶아 잇속을 챙기는 종로의 요릿집까지….

불과 80여년 전 일제강점기 서울의 모습은 이랬다. 당시만 해도 육로를 통한 해외여행은 낯설지 않았다. 경성역엔 국제 열차가 하루에도 10여편 출발하곤 했다. 일본과 중국, 러시아, 유럽으로 향하는 시작점이었다. 많은 외국인들이 경성역을 통해 한반도에 들어왔다. 부산행은 지금처럼 하행이 아니라 상행이었다. ‘제국의 수도’ 도쿄 쪽이었으니 상행이었을 것이다.

저자는 경성의 당일치기 여행을 통해 당시를 묘사한다. 전차의 첫 행선지는 친일파의 대저택들이 즐비한 북촌이다. 유명 은행의 두취(은행장)와 안방마님, 도쿄에 유학 중인 장남과 며느리, 고보생(고등학생)인 둘째와 고녀생(여자고등학생)인 막내딸, 행랑채에서 사는 일꾼들을 따라다니며 일제강점기 사람들의 생활을 속속들이 살펴본다. 퓨전 스타일의 경성 사람들의 패션, 좌측통행을 하는 전차와 자동차, 위압적인 르네상스풍의 건축물, 백화점과 상점들이 즐비한 본정 거리, 모던 보이와 모던 걸이 복작이는 카페들….

저자는 화려한 구경거리만 따라간 건 아니다. 그 뒤에 숨은 우울한 모습도 까발린다. 군대와 구별이 가지 않을 정도로 끔찍한 규율이 지배하는 식민지 학교생활, 일반인들을 옥죄는 일본 순사들의 감시도 묘사된다. 부족함 없이 풍요로움을 누리던 친일파는 조선이 식민지가 된 사실이 전혀 아쉽지 않다. 그저 지금의 호황이 계속되길 바라며, 자신이 일본인인 양 뻐긴다. 반면에 독립운동을 하다 형무소에 갇힌 독립운동가의 가족은 버겁기만 하다.

저자는 1920~30년대 사진과 그림 자료들을 먼저 모아 나열하고, 그 순서에 맞춰 여행의 일정을 짜고 내용을 구성했다. 따라서 정말 여행하며 지나치듯 경치를 보고 사진을 찍은 것처럼 글과 그림이 나온다. 실제로 일제강점기에 발행된 여행사의 관광 지도를 재구성한다.

저자는 “이 책은 정치사 위주로 복잡한 사건들을 압축해서 보여 주는 딱딱한 역사 책과 다르다”면서 “단 하루 동안 경성에서 보내는 역사 여행은 우울하게 느껴지는 일제강점기의 역사를 머릿속에 새롭게 그려 볼 수 있다”고 했다.

정승욱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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