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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화로 보는 안중근 의거·금강산 1만2000봉

입력 : 2018-08-17 03:00:00 수정 : 2018-08-16 21: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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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고판화박물관 특별전 / 근대 한국의 역사적 사건·풍경 담긴 희귀 판화작품 60여점 선보여 / 대한제국·청·일·러 등 10개국 군주들, 단체사진 찍듯 한자리 모인 그림도 ‘이토공조난지도’(伊藤公遭難之圖)는 1909년 12월 1일, 중국 하얼빈역에서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당시의 모습을 담은 석판화다. 화면은 총에 맞은 이토와 당황한 표정이 역력한 주변의 인물들이 중심이고, 연기가 피어오르는 총알이 인상적이지만 우리의 눈을 사로잡는 건 러시아 군인에게 제압을 당했으면서도 이토를 날카롭게 바라보는 안중근의 표정이다. 도쿄 박화관에서 발행한 이 석판화는 안중근을 ‘흉한’(兇漢·악한)이라고 표현했으나 오히려 그의 저항정신이 도드라진다.
대한제국, 일본, 청 등의 군주들이 단체 사진을 찍은 듯한 모습으로 묘사한 다색 판화.
고판화박물관 제공

또 다른 석판화는 금강산의 총석정과 보덕굴 등 다양한 풍경을 10폭으로 담아냈다. 일제강점기에 석판화가 새로운 인쇄 방법으로 등장하며 다색 판화가 발전하는데, 그렇게 찍어낸 그림은 병풍으로 만들어져 장식용, 제사용으로 보급되었다.

강원도 원주의 치악산명주사 고판화박물관이 9월 23일까지 개최하는 특별전 ‘판화로 보는 근대 한국의 사건과 풍경’에 출품된 작품들이다. 박물관은 “한국, 일본에서 제작된 근대 한국의 역사적 사건을 담은 판화와 풍경 판화 60여 점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익숙한 사건과 풍경이기는 하지만 판화라는 형식이 주는 이채로움을 즐길 수 있는 전시회다.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를 묘사한 판화는 총을 맞은 이토 히로부미와 당황한 표정의 사람들을 화면 중심에 놓고 있으나 단연 눈길을 끄는 건 이토를 날카롭게 바라보는 안중근 모습이다.

전시회 1부에는 근대기에 발생한 역사적인 사건과 관련된 작품들을 모았다. 강화도조약(1876) 체결의 계기가 된 운요호 사건, 조선수신사의 일본 방문(1881), 임오군란(1882) 당시 명성황후의 궁궐 탈출 모습 등을 담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1897년 제작된 ‘세계십제왕어존영’(世界十帝王御尊影)은 10개국의 황제를 단체사진을 찍는 듯한 모습으로 그려내 눈길을 끈다. 당시 동북아 국제질서의 당사자들인 대한제국, 청, 일본, 영국, 러시아, 독일 등의 군주들이 주인공인 이 판화에서 일왕은 앞줄 중앙에 자리를 잡고 있으나 고종은 뒷줄의 오른쪽 구석에 배치했다. 국제 정세를 보는 시각이 군주들의 배치에서 드러난 것이다. 동학 태극기 목판은 ‘양호도찰 오지영’(兩湖都察 吳知泳)이라는 글자가 있는데, 오지영은 남북 접(接·동학 교단 조직) 간 대립을 조정하는 임무를 맡은 인물이었다.
금강산사대찰전도는 금강산의 주요 사찰과 함께 1만2000봉을 목판에 새겨 찍어낸 작품이다.
고판화박물관 제공

근대의 풍경을 담은 판화들 중에는 금강산을 묘사한 작품들이 두드러진다. 금강산의 아름다움은 다양한 작품의 소재가 되었는데, 판화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박물관은 1899년 제작된 ‘금강산사대찰전도’에 대해 “금강산의 유점사, 장안사, 표훈사, 신계사를 중심으로 1만2000봉을 목판에 새겨 찍어낸 판화”라며 “근대까지 이어져 온 한국 목판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금강산의 절경에는 일본인 판화가들도 매료돼 만물상, 만폭동 등 특정 지역을 포착한 것뿐 아니라 전체를 그린 조감도 등을 남겼다.

전시회에서는 또 일본 판화가들이 제작한 서울 숭례문, 평양 을밀대, 대동강, 인천항, 논산 은진미륵 판화도 전시된다. 한 일본인 작가의 대동강 목판화는 강변에서 짐을 실어나르는 인부와 나룻배를 묘사하고 있다.

박물관 한선학 관장은 “광복과 남북 분단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자는 취지에서 전시를 기획했다”며 “북한 풍경을 직접 볼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6월 박물관이 15주년을 맞은 것에 대해 “한국과 중국, 일본, 티베트, 몽골 등 동아시아의 고판화 2500여 점으로 시작해 지금은 소장품이 6000여 점으로 늘었다”며 “세계고판화문화제 개최 등 다양한 행사도 열어 왔다”고 소개했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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