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대법관 임명될 때 김기춘이 적극 조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신봉수)와 특수3부(부장검사 양석조)로 구성된 ‘사법농단’ 의혹 특별수사팀은 최근 피의자로 불러 조사한 김 전 실장으로부터 “2013년 12월1일 차 전 대법관을 내 공관으로 불러들여 만난 사실이 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16일 전해졌다. 김 전 실장은 검찰 조사에서 “마침 차 전 대법관과는 전에 특별한 인연을 맺은 사이로 전화번호를 알고 있어 내가 직접 전화해 만나자고 한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지난 14일 박근혜정부 청와대와 양승태 사법부 간의 이른바 ‘재판 거래’ 의혹에 관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
우선 김 전 실장은 2008년 2월22일 국회에서 열린 차 전 대법관 인사청문회가 비교적 호의적인 분위기 속에서 잘 진행될 수 있도록 위원장으로서 최대한 배려했다. 청문회 나흘 뒤인 2008년 2월26일에는 대법관으로서 ‘적격’이란 내용의 인사청문보고서가 별 무리 없이 채택됐다.
이후 김 전 실장은 2008년 2월29일 국회 본회의에 출석해 차 전 대법관 인사검증 결과를 보고하며 “후보자의 병역, 재산 형성 과정 등 개인적 도덕성에 대해 별다른 문제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고 아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당시는 이명박정부가 갓 출범한 직후였고 차 전 대법관은 전임 노무현정부에 의해 지명됐음에도 국회 본회의 투표 결과 찬성 248표, 반대 21표, 무효 1표의 압도적 지지로 임명동의안이 가결됐다.
차한성 전 대법관(오른쪽)이 2008년 3월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만나 대법관 임명장을 받은 뒤 악수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검찰은 김 전 실장과 차 전 대법관의 이런 특수한 인연 때문에 김 전 실장이 차 전 대법관을 상대적으로 ‘편하게’ 여겼을 것으로 본다. 차 전 대법관 역시 국회 임명동의안 통과 과정에서 김 전 실장한테 일정한 도움을 받은 것 때문에 청와대·외교부 측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향후 차 전 대법관이 출석하면 검찰은 이 대목을 집중 조사해 ‘3자회동’의 정확한 내용과 성격을 규명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미쓰비시중공업 등 전범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1·2심은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지만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인 2012년 5월 대법원은 하급심 판결을 뒤집고 사상 최초로 전범기업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문제는 이 사건이 2013년 8월 대법원에 재상고된 뒤 무려 5년간 선고가 지연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법원은 무슨 이유에선지 결론을 내지 않다가 최근에야 대법원장·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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