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세 살배기 딸, 68년 만에 만나는 南아빠

입력 : 2018-08-15 19:15:41 수정 : 2018-08-15 19:15:41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1차 이산상봉자 사연들 / “71세 딸이 자기 딸 데려온대요” / 89세 황우석씨 모녀 상봉 기대 / 동생 재회하는 82세 박기동씨 / “주고 오려고 겨울잠바 샀어요” / 이산상봉 선발대 금강산 도착 “부모님이 언제 돌아가셨는지, 묘는 어디에 마련했는지가 제일 궁금합니다”

오는 20일 북한 금강산 지역에서 열리는 남북 이산가족 상봉 대상자인 박기동(82)씨는 이번 행사에서 피란 중 헤어진 동생들과 60여년 만에 재회한다. 상봉 때 가장 먼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를 묻자 부모님 얘기부터 꺼냈다.
“형 만나러 갑니다” 오는 20일 열리는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서 북측의 큰형(87)을 만날 예정인 이수남(77)씨가 가족들 사진을 들고 옛 기억을 더듬고 있다.
뉴스1

“쉰살 때쯤 처음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했어요. 그때는 살아계셨을 부모님을 만나면 열심히 살았다고, 동생들 잘 보살폈다고 하고 싶었는데…”라며 말문을 잇지 못했다. 다가온 상봉에 동생들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과 지난 세월의 회한이 교차하는 듯 목소리는 금세 흔들렸다.

폭염 속 상봉인데도 박씨는 두툼한 겨울잠바를 챙겼다고 했다. “살면서 지금껏 15만원이 넘는 잠바를 사 입어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여동생, 남동생 입으라고 50만원을 주고 겨울잠바를 샀어요. 추운 데니까 따뜻하게 입으라고요”라며 여행용 가방에 담긴 선물을 꺼내보였다.

87세가 된 형과 만나는 이수남(77)씨는 “딸에게 ‘이북에 계신 큰아버지가 살아계시단다. 적십자에서 연락이 왔다’고 말하다가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고 했다. 이씨는 “어머니는 생전에 새벽마다 장독대에다 정화수를 떠놓고 기도를 하셨지요. 부모님이 생전에 (형과 만나는) 이 소식을 들었다면 얼마나 반가워 했을지…”라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형이) 살아계시는 게 너무 영광이고 고맙다고 전하고 싶다. 상설면회소라도 생긴다면 더없이 좋겠는데…”라며 바램을 말했다.

구순을 바라보는 황우석(89)씨는 3살 때 헤어져 지금은 71세가 된 딸을 만난다. 그는 “자기 딸이 서른아홉인데 함께 데리고 온다는 거예요. 모녀와 함께 만난다는 게…, 참 소설 같은 얘기지요. 한국에서나 있을 일이잖아요”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30년 전부터 헤어진 딸을 찾으려고 상봉 신청을 했다는 그는 “지금까지 참고 살아줘서 고맙고 감사하다는 말부터 해주고 싶다. 선물로 가락지 두어개 해가서 하나씩 꽂아주려고 했는데 안내문을 보니 금 은 이런 건 안 되더라고요”라며 못내 아쉬워했다. 이산가족 상봉은 20일부터 2박3일간 남쪽 이산가족이 북쪽 가족을 만나는 1차 상봉이, 24일부터 26일까지는 북쪽 이산가족이 남쪽 가족을 만나는 2차 상봉이 이뤄진다.

이종철 대한적십자사 실행위원을 단장으로 하는 이산가족 상봉 선발대는 15일 금강산으로 출발했다. 정부와 현대아산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선발대는 숙소와 연회장 등의 준비상황을 점검하고 상봉 행사가 끝날 때까지 현지에 머물며 행사를 지원할 예정이다.

김예진 기자·공동취재단 yeji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