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는 8·15 광복절 73주년인 15일 낮 12시1분, 1분간의 묵념 종료를 알리는 사이렌이 울리자 제2차 세계대전 A급 전범이 합사된 일본 도쿄 지요다구 야스쿠니(靖國)신사 곳곳에서 “텐노 헤이카 반자이”를 삼창하는 외침이 들렸다. 일본에서는 종전기념일로 불리는 이날 오전 체감 온도가 섭씨 40도에 육박하는 무더위 속에서도 일본 국민의 야스쿠니신사 참배가 이어졌다.
일본 우익단체 회원들이 15일 도쿄 야스쿠니신사에서 “종군위안부·난징대학살, 망국 교과서(에서) 삭제하라” 등이 적힌 현수막을 들고(왼쪽 사진) 구 일본군 군복을 입은 채 행진하고 있다. |
매서운 눈초리의 일부 우익단체 회원의 상의 오른쪽 주머니에는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명칭) 탈환’이라는 글귀가 선명했다. 다른 우익단체 회원들은 “난징(南京) 대학살(과) 종군위안부(일본군위안부의 일본식 명칭), 망국(亡國) 교과서(에서) 삭제하라” 등이 적힌 현수막과 깃발을 들고 행진했다. 종전 당시 20세였다는 93세의 노병은 시민들에게 게릴라전에 대해 연설하고, 구(舊) 일본군 군복을 입은 사람들이 총을 들고 행진하는 등 과거의 환영에 사로잡힌 모습이었다.
현 아키히토(明仁) 일왕은 내년 4월30일 스스로 퇴위하고 5월1일 나루히토(德仁) 왕세자가 즉위한다. 야스쿠니신사는 전후 73년의 일본이 헤이세이(平成·아키히토 일왕의 연호) 최후의 종전일을 맞았으나 역사 인식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현장이다.
‘다 함께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 소속 여야 의원 50여명은 야스쿠니신사를 집단 참배했다. 대중에게 인기가 많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의 아들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 자민당 수석부간사장도 개별 참배했다.
반면 아키히토 일왕은 이날 추모식에서 “과거를 돌이켜보며 깊은 반성과 함께 앞으로 전쟁의 참화가 재차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2015년 이후 4년째 깊은 반성의 뜻을 표시했다.
도쿄=글·사진 김청중 특파원 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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