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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눈] 광화문 세월호 천막 철거한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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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8-14 21:59:49 수정 : 2018-08-14 21:5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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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정부, 묵은 갈등 해소 나서/목표 달성에만 매달려선 안 돼/대화와 타협으로 문제 해결할/사회 여건·시스템 마련 힘써야 서울 광화문광장의 세월호 천막 철거가 머지않았다고 한다. 광화문에는 416가족분향소와 진실마중대, 노란리본공작소 등 천막 14개 동이 들어서 있다. 지난 4년 넘게 광화문 네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던 천막들이다. 가을쯤 철거하는 것을 목표로 협의가 진행 중이라는 얘기가 들린다. 확정되지 않았으나 천막이 있던 자리에 유족 마음을 조금이라도 달래 줄 안내 표석을 설치하는 방안이 논의 중이라고 한다.

세월호는 우리 모두의 가슴에 박힌 대못과 같다. 생때같은 자식을 잃은 부모들이 가슴에서 대못을 빼내는 심정이 어떨지는 짐작하고도 남는다. “죽음의 굿판”이라고, “마음 같아선 불도저를 들고 가서 다 밀어버리고 싶다”고 했던 인사들이라고 해서 천막 철거가 마냥 즐겁기만 할까. 세월호 사고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세력에 대한 경고가 지나쳤던 것이리라 믿고 싶다. 세월호 희생자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은 다 같을 것이다. 

박희준 사회부장
청와대와 정부가 우리 사회의 묵은 갈등 해소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세월호 천막 철거도 그 일환이다. 세월호 천막은 단순한 천막 이상이었다. 진보와 보수진영이 치열하게 싸운 격전의 장이었다. 지난주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활동마저 끝난 만큼 세월호 천막을 더 이상 존치할 의미는 사실상 사라졌다.

정부가 갈등 사안들을 매듭지으려는 움직임은 여러 곳에서 느껴진다. 얼마전 법무부는 723억원의 세월호 국가배상 소송 사건과 관련해 항소를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국가가 유족 등과 위자료 금액을 놓고 다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농민 백남기씨 사망사건 진상을 조사 중인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도 국가가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취하하도록 권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2015년 11월 민중총궐기 당시 불법시위 책임을 물어 민주노총과 일부 집회 참가자를 상대로 낸 3억8700만원대 손배소를 포기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지난달 21일 KTX 해고 승무원들의 코레일 정규직 특별채용 합의가 예고편이었다. 이어 삼성 반도체 노동자 지원 단체인 반올림과 회사 측 간 중재 합의가 이뤄졌다.

다른 굵직한 사회 갈등들도 조속히 해결하기 위해 정부 당국자들이 적극 물밑 접촉에 나선 모양이다. 지난 9년 동안 복직투쟁을 벌여온 쌍용차 해고자 문제 해결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둬 2013년 법외노조 통보를 받은 전교조 문제는 법률적인 해법을 모색 중이라고 한다. 지난해 3월 남대서양에서 침몰한 화물선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과는 정부 예비비를 들여 심해 수색에 나서는 것으로 정리됐다.

우리 사회의 묵은 갈등이 해소되는 건 환영할 일이다. 정부광화문청사 주변에는 농성천막이 덕지덕지 들어서 난민촌을 연상시킬 정도다. 폭염 속에 쏟아지는 땀방울을 선풍기 하나로 버티는 농성자들이 안쓰럽다. 시민과 관광객의 통행 불편도 간과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도 이런 농성장 주변을 지나갈 때마다 스스로 갈등을 해결하지 못해 길거리 농성으로 호소할 수 밖에 없는 후진적인 협상 문화에 자조감을 느끼게 된다.

사회 갈등이 하나씩 해결되는 건 바람직하지만 솔직히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갈등 해소에는 원칙이 있어야 한다. 갈등의 당사자가 서로 수긍할 만한 수준이어야 한다. 그러려면 각자의 양보가 필수다. 생떼식 주장도 걸러내야 한다. 정부나 외부의 강요로 한쪽만 양보한다면 갈등 해소가 아니라 임시 봉합일 뿐이다. 법적 문제 등으로 원칙적으로 불가능한 현안에 해소라는 목표만을 좆아 무리하게 접근하는 것도 곤란하다.

정부가 갈등 해결을 위해 중재에 나설 수 있지만 당사자 자율 원칙이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 일부가 주장하는 ‘국가주의’까지는 아니더라도 무슨 일이든지 정부 역할이 과하면 부작용이 생기는 법이다. KTX 해고 승무원들만 하더라도 특별채용 후 업무를 놓고 ‘노노 갈등’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대화와 타협으로 갈등을 해소하는 사회적 여건과 시스템을 마련하는 데에 힘을 쏟아야 할 때다.

박희준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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